처음에는 연기만 솔솔 나던 엄기영 전 문화방송(MBC) 사장의 강원도지사 출마설이 시간이 갈수록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것도 한나라당 후보로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강원지사가 낙마할 경우, 그 빈자리를 이명박 정부에 의해 사실상 쫓겨나다시피한 엄 전 사장이 민주당도 아닌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식적으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든 행보다. 정치적 명분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설'로만 떠돌았다. 엄 전 사장 본인도 자신의 행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강원도 춘천으로 주소지를 옮긴 사실이 확인되고, 이광재 지사가 헌법재판소에서 직무정지에 대한 헌법 불일치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하게 되는 등 상황이 급진전하게 되면서 엄 전 사장은 자신의 행보가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임을 더 이상 숨기지 않게 됐다.
8일 <한겨레>에 따르면, 최근 엄 전 사장을 만난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엄 전 사장이 최근 '배알도 없느냐는 얘기가 있다'는 최종원 민주당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 '나는 심장이라도 빼서 지역에 봉사하고 싶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엄 전 사장이 강원지사 출마 의사를 굳힌 것이라는 얘기다. 이 의원은 "엄 전 사장이 출마하게 되면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고 말했다.
엄 전 사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선 MBC 사장 출신인 민주당 최문순 의원도 인정했다. 최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엄 전 사장의 출마설에 대해 "저는 직접 접촉은 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느껴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엄 전 사장이) 지역에 여러 분들과 접촉을 하고 다니시는 것으로 듣고 있다"며 "한나라당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 당에서 확인해 본 결과 접촉해 본 분들이 별로 없으신 것 같다"며 한나라당 출마 가능성을 높게 생각하는 이유를 밝혔다.
최 의원은 "한나라당으로 가신다면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지금껏 탄압받고 싸우고 있는 MBC의 젊은 후배들을 제일 먼저 고려해서 생각하셔야 한다"며 엄 전 사장의 행보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폭언을 듣고 나가실 때에 열심히 싸워달라고 후배들을 격려하고 가셨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숙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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