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의지에 밀려 사장 자리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던 엄기영 전 MBC 사장이 7.2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격려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엄 전 사장은 지난 25일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 재보선에 출마한 한나라당 한기호 후보의 양구 사무소를 격려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한 후보와 김진선 한나라당 상임고문 등이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 전 사장은 이어 정선을 찾아 태백·영월·평창·정선 선거구의 한나라당 염동열 후보와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고 한다.
강원도 출신인 엄 전 사장은 7.28 재보선에서 민주당 영입 대상으로 물망에 오르내렸었다. 이명박 정부의 독단적이며 강압적 국정운영의 희생양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야당에선 영입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나라당 후보 사무실을 그것도 두 곳이나 격려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만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단 좀 알아봐야겠다"며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엄 전 사장은 <CBS>와 전화통화에서 "평소 알고 있던 사람이고 우리 모임의 회원이라 방문했다"며 정치적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엄 전 사장도 선거라는 민감한 시기에 후보 사무실을 방문한 게 의혹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모르지 않을텐데 다른 구상이 깔린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앞서 엄 전 사장은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 등을 통해 인사권 등을 제한하는 이명박 정부의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지난 2월 자진 사퇴했다. 엄 전 사장 후임으로는 고려대 출신이면서 이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김재철 사장이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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