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부영은 공공주택 사업에서 손 떼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부영은 공공주택 사업에서 손 떼라

[기고] 정부, 주거 적폐 청산 TF 꾸려야

부영 그룹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서민들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공공 토지를 값싸게 지원받고 세금으로 조성된 저리의 주택기금을 지원받으며 세금을 감면받고 수의계약 같은 특별한 대우를 받아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그런 부영이 공공성을 외면하고 있다. 하자 있는 건물을 짓고, 임대료 폭리를 취한다. 유감스럽게도 이 업체에 공공성 확보를 요구할 방안은 미약하다. 국가의 공적 자원이 들어갔는데 공적으로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

지난 7월 11일 전국의 22개 지자체가 전주시에 모여 '임대료 폭리'를 취하고 하자를 방치한 부영을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부영이 "집 없는 서민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매년 임대료를 법적 상한선까지 올리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임대료 인상을 연 2.5%의 적정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28일 목포시민연대, 목포 경실련, 목포지역 주거연대를 포함한 목포 시민단체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새 정부에서 내세우고 있는 서민 주거 안정 기조에 발맞춰 이제는 부영주택과 같은 기업을 법적으로 제어할 강력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달 하자가 발생한 부영 아파트 현장에 '현장 도지사실'을 설치하고,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임대료 5% 인상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법 개정에 앞장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원희룡 지사는 "17개 시도지사협의회가 열릴 때 공동의제로 다루고, 청와대 사회수석과 국토교통부 장관 면담에서 부영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올리겠다"고 했다.

5년, 10년 공공 임대 업체는 공공의 지원을 받아 임대주택을 지었음에도, 대부분 법에서 상한으로 정한 연간 5%를 꽉 채워서 임대료를 받아가고 있다. 어떤 곳에선 5%가 부담스러웠는지 4.99%를 인상하기도 했다. 서민 주거비를 낮추겠다는 명목으로 출범한 것이 5년, 10년 건설임대다. 저렴한 토지를 비롯한 각종 국가적 지원을 받는 공공 주택임에도 불구하고, 연 5%씩 임대료를 올리는 건 공공 임대주택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 최근 4년 동안 물가상승률이 연 1-2% 임을 생각할 때 임대료 연 5% 상승은 폭등에 가깝다. 5%씩 10년 오르면 50%가 넘고 20년이면 100%가 넘는다.

ⓒ더불어민주당

부영 그룹은 왜 특히 더 논란이 되나. 국가의 지원을 받아 임대주택을 지었으면 주거 안정과 주거 인권 보장의 책임을 다하는 게 도리다. 부영은 공공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하자가 생기는 부실 주택을 많이 짓고, 높은 임대료로 폭리를 취하고, 분양할 때는 시장가와 비슷한 가격에 떠넘겨 왔다. 부영은 임대아파트 거주민들과 여러 지자체가 임대료를 1년이 아니라 2년에 5%로 조정할 것을 요구해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부영은 임대료 5% 상한을 규정한 법률을 악용하고 있다.

지난 6월 13일 임대료 과다 인상을 이유로 부영을 경찰에 고발한 바 있는 전주시는 지난 달 10일 부영주택을 공정위에 제소하고 직권 조사를 요청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법률에 따르면 "주거비 물가지수와 인근 지역의 전세가격 변동률 등을 고려해 임대료를 증액하고, 전년 대비 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지만, 부영은 이를 무시하고 임차인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매년 임대료 상한선인 5% 인상률을 적용하며 서민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고발 이유를 밝혔다. 김상조 체제의 공정위는 전주시의 제소 사건을 '긴급 사안'으로 정하고 '공정과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주기 바란다.

5% 상한을 정한 법률의 입법 취지는 5% 상한을 꽉 채우라는 것이 아니다. 물가 등을 고려해서 5%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정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5%를 올리도록 허가받은 것처럼 행동하는 임대업자를 제지시킬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정부가 외면했다. 바로 이런 게 민생 적폐다.

10년 임대주택이 공공 임대주택? '분양 전환용 임시 주택'

그동안 주거운동 단체들 사이에선 현재의 5년, 10년 '공공 임대주택' 제도를 더 이상 운용하지 말고 같은 물량을 장기 공공 임대주택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임대료에서 폭리를 취하고 분양가는 시가에 근접하고, 하자 문제가 발생해도 적절한 보수를 강제하지 못한다. 이게 뭔가? 민간업자에게 공공 자원은 막 퍼주고 찍소리 못하는 공공기관이라니, 참으로 한심스럽다.

사실 5년, 10년 임대주택은 공공 임대주택이라기보다는 분양 주택이다. 이 주택은 말이 좋아 '공공 임대'지, 의무 임대기간의 2분의 1만 지나면 임대업자와 임차인의 합의로 분양할 수 있다. 공공 임대가 아니라, 사실은 후분양제의 일종이다. 이런 종류의 주택은 훗날 임대 주택 재고로 남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할 때, 공공 임대주택을 늘리는 데 도움이 안 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계속 분양되는 주택을 공공 임대주택 재고 통계에 계속 넣는 것은 부적절하다. "분양전환용 임시 임대주택"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마침 문재인 정부는 매년 13만호의 장기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공약했다.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토지를 확보하는 게 필수다. 분양 전환용 주택을 짓는 용도로 공공 토지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말고 장기 공공 임대주택을 짓는 용도로 써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의 장기 공공 임대주택 공약 이행율은 반토막이 나고 말 것이다.

앞으로 정부는 장기 공공 임대주택을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우리는 공공 임대주택이 5%밖에 안된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핀란드 같은 나라는 공공 임대주택 비중이 15~25%에 이른다. 네덜란드는 무려 32%다.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국가기관이 나서는 게 필수이지만, 사회 주택, 협동조합 주택,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 기관에 의한 공공주택 공급 등의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더는 공공 주택을 민간업자에게 맡기지 말라. 박근혜 정부에선 공공 토지를 포함한 공공 자원을 막 퍼주고 재벌 건설사를 비롯한 민간업자에게 높은 이윤을 보장해 주었다. 공공 자원은 지원해 주고 공공성 확보에는 무신경하다는 측면에서 볼 때 뉴스테이와 5년, 10년 공공 임대는 똑 닮았다.

임대료 사전 협의 의무화하고, 계속 거주권 보장해야

국토부가 5년, 10년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사전에 신고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임대기업이 임대료를 결정한 뒤 3개월 안에 신고하도록 한 것을 1개월 전에 신고하도록 하고, 정부나 지자체가 개선 권고나 시정 명령을 내리는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임대료 결정의 키를 임대업자가 쥐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다. 임대료는 세입자 대표와 임대인, 지자체가 함께 정해야 한다. 이게 민주적 방법이고 공정성을 확보할 유일한 길이다. 당장 이렇게 할 수 없다면 지자체와 사전 협의를 의무화해야 한다.

5% 상한선을 둔 '민간 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도 개정해야 한다. 5% 상한은 너무 높다. 전년도 소비자 물가 평균과 소득 평균 가운데 낮은 수치를 상한으로 정하도록 조정해야 한다. 현재 LH, 지방 공사가 운영하는 공공 임대주택은 2년에 5% 한도 안에서 올리고 있다. 주거취약 계층과 저소득층에게는 연 2.5% 상한도 높다.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임대는 2년에 5% 상한을 적용하는데 5년, 10년 공공 임대는 왜 다르게 적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건 국가가 민간 건설업체에 특혜를 베푸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독일처럼 임대 주택에 대해 임대료 상한제와 계속 거주권(계약 자동 갱신권)을 보장해야 한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독일 세입자는 한 곳에 계속 산다. 전월세 상한은 전년도 물가상승률 또는 소득상승률로 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가 이같은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기 때문에 공공 임대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찾은 주택이 5년, 10년 임대주택인데, 제도적 미비로 서민들이 갑질을 당하고 있다.

그밖에도 정부가 부영처럼 공공성을 외면하고 임대료 폭리를 취하고 하자를 발생시키고도 하자 보수 요구를 외면하거나 늑장 대응하는 기업에는 5년, 10년 공공 임대주택 건설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기업이 관리하고 있는 공공 주택의 하자 보수 문제에 대한 감독 권한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하자 보수 이행을 강제하는 법을 만들 것을 촉구한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징벌적인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고, 심한 경우 형사 처벌하며, 차후 공공주택 사업 수주에서 페널티를 부과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연합뉴스

주거 적폐 청산 TF 꾸려야

문재인 정부는 촛불 항쟁이 탄생시킨 정부다. 다행히 적폐청산을 제1의 과제로 삼고 있다. 많은 적폐가 있지만 민생 적폐가 서민들의 삶을 갉아먹고 있다. 민생 적폐 가운데서도 주거 적폐는 뿌리가 깊고 해악이 크다. 사람이 사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집이다. 주거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야 한다. 주거 적폐 가운데 우선순위에 놓이는 게 5년, 10년 공공 임대와 뉴스테이다. 이들 두 사업은 접어야 한다. 이들 사업을 하기 위해 민간업자에게 퍼주는 공공 자원을 장기 공공 임대주택 공급하는 데 쓸 것을 제안한다.

부영은 공공의 지원을 받아 공공 주택을 지어 많은 돈을 벌었음에도, 공공성을 내팽개치다시피 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주식회사 부영주택과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에게 권한다. 공공주택 건설을 통해 그동안 '많이 먹었으니까' 하는 말인데, 앞으로 임대료 인하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4~6년 정도는 임대료를 동결해서 세입자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지금처럼 2.5%로 임대료를 낮추라는 요구조차 외면하면 더 큰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임대주택 입주민뿐만 아니라 2300만 세입자, 나아가 국민 모두로부터 지탄받는 기업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사회적 책임을 다할 마음이 없으면 국가로부터 지원받아 임대주택을 짓고 운영하는 사업을 당장 접을 것을 권하고 싶다.

지자체들은 입주민 당사자는 물론 주거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공동 대응을 모색하기 바란다. 함께 토론회도 하고, 기자회견도 열고, 집회도 하자. 함께 손을 잡으면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힘이 나온다. 뭉치면 고통이 해결되고 흩어지면 고통이 쌓인다.

(최창우 전국세입자협회 공동대표는 '집 걱정 없는 세상' 대표이기도 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