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이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국세청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부인 명의의 회사를 통해 수십억 원대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 18일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은 부영의 역외 탈세 의혹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현지 부지 매입 과정에서 고의로 자산 가치를 축소해 거액의 돈을 빼돌렸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에 배당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16년 상호 출자 제한 기업 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부영그룹의 자산 총액은 20조4000억 원으로 재계 순위는 21위다. 그룹 계열사 18곳이 모두 비상장 업체다. 그래서 기업의 속사정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중근 회장이 1983년 설립한 부영그룹은 임대 주택 사업으로 몸집을 불렸다. 안정적인 임대 수입이 들어오는 까닭에 현금 유동성이 좋은 편이다. 최근의 건설 경기 불황에서도 비켜 서 있었다. 넉넉한 현금을 바탕으로 2000년대 말 이후 금융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크게 성장했다. 그 시기를 거치며 80위권이던 도급 순위가 20위권으로 뛰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은 노무현 정부 시절엔 비자금 조성과 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이중근 회장이 구속 기소됐다. 그게 지난 2004년이다. 부영 계열사였던 광영토건에 아파트 건설 공사 시공을 맡긴 뒤, 위장 협력 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하게끔 했다. 이후 공사비를 과다 계상해 지급한 후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만들었다.
세무 당국과도 잦은 송사를 벌였다. 차명 자산에 부과된 세금을 놓고서, 세무 당국과 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세심판원은 정당한 과세였다고 판정했다.
최근에는 서울 서소문의 삼성생명 본관 건물을 매입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샀다. 지난해에는 제주 시내 면세점 입찰에 도전했지만 탈락했다.
그밖에도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다. 이중근 회장은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나 군 제대 후 서울 청계천에서 집 수리해주는 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건설 업체를 차렸으나, 부도를 냈고 이후 부영그룹을 창업하면서 재기했다. 부도난 회사 주식을 샀던 사람도 함께 망했던, 첫 창업 실패 경험 때문에 비상장을 고집한다고 한다.
기업 문화도 종종 입길에 오른다. 전, 현직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소개하는 앱 '잡플래닛'에 올라온 글을 보면, "새해가 되면, (회사 측이) 직원들에게 연차 포기 각서를 받는다"는 내용이 있다.
만학으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 회장은 아마추어 역사가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 역사를 기록한 <미명(未明) 36년 12768일>, 1945년 해방부터 한국 전쟁 직전까지를 다룬 <광복 1775일>, 1950년 6월 25일부터 휴전 협정까지를 기록한 <6·25전쟁 1129일> 등의 저서를 남겼다.
부영그룹이 현금 사정이 좋은 편이라지만, 불경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영의 지난해 매출은 연결기준 1조5637억 원으로 전년도의 1조8631억 원보다 줄었다. 영업 이익은 2014년도의 5040억 원에서 지난해엔 3297억 원으로 40%가량 감소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다.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서 광고 선전비 지출만 증가했다. 부영은 지난해 광고 선전비로 113억 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지난 2013년 66억7000만 원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돈이 오간 내역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세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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