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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줬다 뺏은 기초연금' 돌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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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文 대통령, '줬다 뺏은 기초연금' 돌려줄까?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기초연금 30만 원? 최빈곤 노인만 제외

지난 13일 청와대 앞에서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을 촉구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들의 도끼 상소가 있었다. 수급 노인은 정부에서 매달 기초연금 20만 원을 받기는 하는데, 기존에 받던 생계 급여는 기초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20만 원을 삭감당한다. 수급 노인에겐 받았다 '빼앗기는 기초연금'이고, 정부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다.

이날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고 적힌 박을 도끼로 박살내며 상소문을 꺼내든 수급 노인들은 "소득 50~70%의 노인들도 받는 기초연금을 최하위 10%인 수급노인이 못 받는 현실을 대통령은 알고 있는지? 늦게나마 알게 되었다면 시급히 해결해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왜 수급 노인의 기초연금을 줬다 뺏을까? 주는 것은 기초연금법 제5조 제6항에 의거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자에게 준다. 뺏는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제5조 제1항의 4에서 기초연금을 '이전 소득'으로 명시함에 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운영 원리인 '보충성 원칙'이 자동 적용되기 때문이다.

▲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들이 지난 13일 청와대 앞에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을 촉구하는 도끼 상소 퍼포먼스를 벌였다.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 던지는 네 가지 질문

이 지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보충성 원칙' 적용이 기초연금법 입법 취지에 맞는가? '보충성 원칙'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시행하는 데는 중요한 원칙일 수 있지만, 그 원칙을 기초연금법에 적용하는 것은 기초연금법의 입법 취지와 그 적용 범위에서 볼 때 지극히 원리주의적인 탁상 행정이다. 기초연금법은 노인 빈곤을 완화할 목적으로 도입되어 전체 노인의 70%가 혜택을 보는 보편적 복지 정책임에도 최빈곤층인 하위 6% 노인을 배제하는 것은 기초연금법 입법 취지를 뒤엎는 조치이다.

둘째, 형평성보다 보충성이 더 중요한가? 수급 노인보다 소득 수준이 훨씬 더 높은 소득 50~70%대의 중산층 노인에겐 20만 원씩 꼬박꼬박 지급하면서 49만 원으로 생계를 버티는 최하층 노인에겐 빼앗아 가는 것이 보편 복지 형평성에 맞는가? 기초연금이 25만 원~30만 원으로 인상되면서 최하층과 중산층의 소득 격차는 더욱 심화될 텐데 노인 세대 간 빈부 양극화를 부추기는 정책의 폐단을 고집해야 하는가? 보충성이란 나무로 형평성의 숲을 가리는 것은 복지부 관료의 판단일 수 있겠으나, 차별 없는 국민 대동의 정치를 하는 대통령의 판단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셋째, 이전 소득으로 간주하더라도 다른 유사 성질의 이전 소득과 그 처분이 동일한가? 기초연금과 같이 무기여 수당 성격의 아동 수당이나 장애 수당 등은 같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서 소득 인정 예외 사항으로 두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의 노인 빈곤율 상태에서 도입된 기초연금의 배경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서 소득인정 예외 사항으로 처리하거나, 기초연금법에서 이 부분을 적시하는 것이 기초연금법 입법 취지를 살리는 길이 아닌가?

넷째 '줬다 뺏는 기초연금' 운용이 헌법 정신에 맞는가? 헌법 정신은 '헌법' 그 자체의 정신과 일반 법체계의 문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법체계에는 상위법과 하위법의 관계가 있고, 신법 우선의 원칙이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이 수급자의 기초연금을 공제하는 것은 수급자에게도 기초연금을 지급하라는 상위 '법'(기초연금법)의 법체계를 흔든 것이고,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의 입법권을 행정부령으로 무력화한 삼권분립 정신의 훼손이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대비 기초연금법이 신법임에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이 기초연금법의 발목을 잡는 것은 '신법 우선의 원칙'에 위배한다.

우리나라 노인이 기초연금을 받는 것은 사회적 기본권의 하나인 노후소득 보장의 권리임에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이 수급 노인의 기초연금을 실질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행정부의 명백한 기본권 침해이다. 우리 헌법은 제10조와 제34조에서 국민의 인간다운 존엄함과 인간다운 삶의 권리(사회적 기본권) 보장에 국가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2017년 대한민국에서 수급노인이 한 달 49만 원(생계 급여)으로 "인간다운 존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생계급여 49만 원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헌법 제10조와 제34조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일까?

피도 눈물도 없는 '보충성 원칙'

추운 겨울에는 전기료 걱정에 전기장판도 꺼둔 채 움츠려 자고, 더운 여름에는 영양부족인 신체로 무더위와 싸워야 하고 ... '인간다운 존엄한 삶'은 수급 노인에겐 너무나 거창한 선언이고, 수급 노인은 사회적 기본권에 앞서 생존권 자체를 일상에서 위협받고 있다. 폐지를 주워 5만 원 번 것이 적발되면 생계비에서 5만 원이 공제되어 44만 원만 받게 된다. 암이 무서워 없는 돈에 암보험 들었다가 암 진단 받아 보험료 받으니 기준 소득 이상이라고 수급권이 박탈된다.

피도 눈물도 없는 보충성의 원칙. 이 원칙을 고집하는 보건복지부 관료와 일부 학자들은 49만 원으로 한 달을 살 수 있을까? 여기저기 병들어 거동하기 힘들고, 동사무소 눈치 보느라 목소리 내지 못하는 무력한 당사자라고 이렇게 마구 대해도 되는 것인가?

2014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호기롭게 시작한 기초연금은 추후 연구조사에서 노인들의 삶의 질을 일정 정도 개선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한 발 더 나아가, 기초연금 25만 원, 나아가 30만 원을 약속했다. 기초연금 인상 재원의 약 4분의 1이면 해결될 극빈 노인 기초연금 문제 해결은 방치하고 중산층 노인의 지원을 늘리는 것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도 잘못된 일이다.

그런데 전 정권의 "줬다 뺏는 기초연금 적폐"를 그대로 둔 채 시행한다면 수급노인들은 30만 원을 받고 30만 원을 토해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기초연금 적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오는 7월 25일은 기초연금 지급 3주년이 되는 날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되어 최저임금 1만 원의 희망을 열었듯이, 문재인 대통령은 '줬다 뺏는 기초연금'의 적폐도 척결하여 기초연금에서 소외된 노인들에게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용의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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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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