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41.1%의 득표율로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번 19대 대선 최종 투표율은 77.2%로 집계됐다. 사전에 기대했던 80%를 넘지는 못했지만 20년 만에 최고의 투표율이었고, 사실상 양자 대결인 5년 전의 18대 대선보다 1.4%가량 더 높아 대한민국 유권자가 이번 선거에 걸었던 큰 기대와 희망을 방증했다.
사실 이번 한국의 대선은 조금 특별했다. 선거가 다른 때와 다르게 5월에 치러졌고, 당선인은 인수위 기간 없이 그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약 7개월 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패와 뇌물수수 보도가 쏟아지며 대규모 시위와 사법적 절차가 이어졌고,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로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이 벌어졌다. 사실상 이러한 정치 격동과 회복을 바라는 국민적 소망이 문재인 정부의 출발점이자 정치기반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새로운 정부가 직면한 현실은 냉엄하다. 국내적으로 국정 공백 기간 미뤄두었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산적한 난제에, 지난 6개월 외교 마비로 인해 촌각을 다투는 한반도 문제나 엄중한 외교적 사안에 대한 대응이 늦어졌다. 그래도 신임 정부가 외교 문제의 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고, 취임 직후에 바로 이어서 주요국 정상과 통화 및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에 조속히 특사를 파견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국이 바라본 한국의 대선은
이웃 나라 중국에도 한국의 이번 대선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중국은 박근혜 정권이 전임과 다르게 중미 간의 전략적 균형을 중시하여 미국에 치우치지 않으며 중국과 다방면에서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갑작스럽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했고, 중국은 한국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지난 수 개월 간 중국은 한국을 강하게 비판하며 유무형의 압력을 가해왔고, 이로 인해 한때 사상 최고라 불렸던 한중관계는 급속한 냉각기를 겪었다.
이번의 한국 대선은 다자 구도로 치러졌고, 2~3위 후보의 득표율이 모두 20%를 상회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문재인 당선자가 40%를 웃도는 득표에 역대 최대 표차로 승리했다. 한국 국민들은 이제 그가 국내외로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현재 긴장 국면을 타개하려는 중국도 이와 마찬가지다. 중국 언론은 경선 시부터 각 후보의 한반도 전략과 대중국 정책에 관련한 공약을 분석하고 한국인과 함께 이번 장미 대선의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았다.
중국 언론은 일단 이번 대선 결과에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중국 국영 통신사인 <신화통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 축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였고, 양국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하길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대선 결과나 당선자 관련 보도가 줄을 이었고, 한발 더 나가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통일 공약을 소개하며 한중관계 향방을 전망하는 분석도 빈번했다.
중국이 한국 신임 대통령에 거는 기대
중국의 언론은 문재인 당선자가 후보 시절 한미동맹 중시와 한중관계 발전을 동시에 주장했고 상대적으로 사드 배치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음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에 근거해 그가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서 한중간 사드 갈등에 전환을, 나아가 경색 국면에 있는 한중관계에 새로운 발전 동력을 가져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말미엔 북한문제 해결과 동북아의 안정을 그리고 한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도 그가 자신의 기개와 지혜를 보여주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인다.
물론 중국도 사실 이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사드 시스템 대부분이 이미 한국에 들어왔고, 한미의 간단한 상호 합의 절차만 있다면 언제든 가동이 가능하며, 실제로 이미 시험 운행을 한 사실도 알고 있다. 사드는 한·미·중 삼국 간의 복잡한 문제이며 북핵 도발과 한미 동맹에 얽혀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당장 철수를 요구할 수는 없을 테지만, 종종의 국내적 절차와 원인을 이유로 그 가동을 늦추거나 멈추어 주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다.
중국의 언론은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또 다른 난제로 국내 경제를 지적한다. 한국 경제 내부의 고질적 문제에 세계 경제 침체가 더해지며 지난 몇 년간 한국의 경제는 험난한 시기를 보내왔다. 나아가 사드 배치로 지난해부터 불거진 한중관계의 갈등은 그 위기를 한층 더 가중시켰다. 중국은 이를 보며 새로운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관한 국면 전환을 통해 한중간 외교 갈등은 물론 스스로의 경제 문제까지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이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은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임자의 친미적 외교 노선을 수정,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하면서 대대적인 국면의 전환을 시도했다. 중국은 필리핀과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고 하면서도 내심 한국의 신임 정부가 그와 같이 외교 노선을 조정하길 바라는 눈치다. 한국이 반드시 그가 원하는 바대로 움직일 필요는 없지만, 한중간 밀접한 관계를 고려해 우리의 국익에 영향을 준다면 중국이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귀 기울여 볼 가치는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은 중국의 속내와 그들 손에 쥐어진 한국을 압박할 카드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일각에서는 사드에 관한 자국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는 하지 말라고 한국에게 경고한다. 사실상 향후 중국과의 대화가 원만히 진행될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봉합의 예조는 보이지만 해결은 없다는 의미이다. 만약 사안의 진행이 중국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지난 몇 개월 같은 일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지난 며칠 한국의 언론은 각종 관련 업계나 소식통 발언에 근거하여 한중관계에 개선의 조짐이 뚜렷하다고 보도한다. 실제로 유통, 전자,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등의 업계에서 흘러나오는 소식들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는 중국이 우리에게 보내는 유인이자 경고이다. 문제의 초점은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장기적 차원의 자구 노력을 촉구했던 객관적 조건은 그대로란 사실이다. 상황이 호전된다 하더라도 이번 경험을 통해서 얻은 교훈은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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