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첫 번째 전화통화를 갖고 사드 배치 문제 등 당면 현안을 논의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사드 및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표단 파견을 제안함에 따라 양국이 본격적으로 사드 해법에 머리를 맞댈지 주목된다.
이번 통화는 문 대통령 취임 축하의 의미로 시진핑 주석이 먼저 전화를 걸어오는 형식을 취했다. 윤영찬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중국 국가주석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취임에 대해 축하 전화를 걸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중국몽, 일대일로 구상 실현 희망"
정오부터 40여 분간 진행된 통화에서 시 주석은 우선 지난 9일 중국 산둥성에서 발생한 한국인 유치원생 사망 사고와 관련해 "가슴 아프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지방정부에 사고를 원만하게 잘 처리하라고 지시했다"면서 "한국의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조의 표명에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이 사건이 끝까지 원만하게 잘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중국 측에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시 주석을 그간 뵌 적은 없지만 TV화면을 통해 많이 봬서 아주 친숙하게 느껴진다"며 "중국의 꿈 그리고 일대일로 구상이 잘 실현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에 시 주석도 "문 대통령과 아직 만난 적 없지만 대통령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며 "평범하지 않은 개인 경력과 많은 생각과 관점이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시 주석에게 "한중 관계는 수교 이후 다방면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어왔으며 이러한 관계 발전의 잠재력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며 "한중 간 신뢰를 협력함으로써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文 "중국의 사드 우려를 잘 알아…中 진출 기업 제재 해결에 관심" 당부
북한 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에 관해서도 양국 정상은 한반도 긴장 완화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 모든 당사국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북한과 한반도 비핵화가 양국 공동의 목표라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해결은 포괄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으로 하면서 압박과 제재와 함께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한 제재도 궁극적으로는 북한을 핵 폐기를 위한 협상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입장에 공감과 동의를 표하는 한편 당면 현안인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기본 입장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관심과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서로 이해를 높여가면서 양국 간 소통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진출한 우리 국민들과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제약과 제재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시 주석이 특별한 관심, 기울여주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이 없어야 사드 문제 해결이 더 용이해질 것으로 본다"는 말도 덧붙였다.
양국 정상은 이어 조속한 시일 내에 상호 특사를 교환하기로 했으며, 특히 문 대통령은 사드 및 북핵 문제를 별도로 논의할 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양국 정상은 "빠른 시일 내에 직접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을 공식적으로 초청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시 주석과의 통화에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전화통화에서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내달 중 문 대통령의 방미와 첫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공식 초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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