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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와 철회 사이? 해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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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와 철회 사이? 해법은 있다!

[정욱식 칼럼] 사드 해법, '솔로몬의 지혜'는? (하)

사드는 1차적으로는 한미간의 문제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한중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다. 이에 따라 수교 이래 최악의 늪으로 빠진 한중관계를 구하기 위해서는 사드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중국 정부의 이례적인 환대는 이를 위한 중대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도 사드 배치를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문재인 정부는 중국을 설득해서 양해를 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례로 <중앙일보>는 12일 자 사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앞에 놓인 선택지는 크게 사드 철회, 배치 속도 정상화, 배치 후 갈등 최소화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철회는 당면한 북핵 위협과 한·미 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이는 중국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바다"

하지만 <중앙일보>가 제시한 선택지 자체가 대단히 자의적인 프레임이다. 선택지는 "사드 철회, 배치 속도 정상화, 배치 후 갈등 최소화"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배치냐, 철회냐는 이분법을 넘어 '잠정 중단과 유보'라는 선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철회가 쉽지 않다는 점을 "중국도 어느 정도 이해하는바"라는 주장 역시 중국이 사드 배치를 현실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아직까지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달라진 것은 없을 뿐만 아니라, 내가 최근 만나본 중국 측 인사들의 발언은 "철회가 최선이지만 이게 어렵다면 최소한 유보라도 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유념해야 할 대목은 사드 배치가 이뤄지고 실제 가동에 들어갈 경우, 한중관계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양국의 외교 관계가 박근혜-황교안 정부 때보다는 부드러워질 것이다.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도 일부 완화될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거의 그대로 남는다. 사드 배치 및 가동시 중국은 군사적 대응책을 강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일부 중국 언론과 지식인들은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의 부당성과 비효율성을 지적해 국내 언론의 시선을 끈 바 있다. 그런데 이들조차도 군사적 대응책의 필요성에는 거의 일치된 목소리를 내왔다. '군사안보 문제는 이런 차원에서 대응해야지, 왜 실효성도 없는 경제 보복을 한국에 가하느냐'가 이들의 생각인 셈이다.

국내 일각에서는 '일본에도 X-밴드 레이더가 있는데, 중국이 이건 눈감고 왜 한국에만 시비를 거느냐'고 중국을 맹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세 가지 점을 놓치고 있다.

첫째는 중국 정부는 2014년 미국이 일본 교토에 X-밴드 레이더를 배치하려고 했을 때, 강력한 외교적 항의와 함께 군사적 대응도 경고했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경북 성주는 교토보다 중국 쪽으로 600km 정도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성주에 X-밴드 레이더가 배치되면 미국은 유사시 중국의 미사일 발사를 더 빠르고 정확히 탐지·추적할 수 있다. 특히 성주-교토-일본 북부의 세 개의 X-밴드 레이더가 '삼각 측량' 네트워크를 구축할 경우 미국은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할 수 있는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셋째는 한미동맹과 미일 동맹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이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미일 양국은 중일간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가 미일 상호 방위조약의 적용 대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남중국해, 대만 해협에서의 보조도 강화하고 있고, 미일 동맹의 미사일 방어체제(MD)는 지역 방어 수준을 넘어 미국 본토 방어용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는 곧 미일 동맹이 '공동의 적'으로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도 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미동맹은 다르다. 공동의 적으로 북한을 삼고 있지만, 중국을 겨냥한 동맹은 아니고, 또한 아니어야 한다.

그런데 미일 동맹 대 중국의 대립 속에 한국 땅에 있는 미국의 X-밴드 레이더가 중국용으로 이용되면 어떻게 될까? 중국 국방부는 이럴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유사시 성주 레이더를 정밀타격할 수 있다고 위협한다. 하지만 중국으로서도 근본적인 딜레마를 피할 수 없다. 성주 레이더를 타격하면, 무력 충돌은 '미일 동맹 대 중국'에서 '한미일 대 중국'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한국에 보내는 핵심적인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사드 및 X-밴드 레이더를 배치 결정을 철회하거나 최소한 유보함으로써, 이 지경까지는 가지 말자고 말이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적 우려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양해를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회 비준 동의를 거치는 등 민주적 절차를 밟아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 주도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의 입장에 따라 우왕좌왕하지 말고 한국이 대안을 제시하고 이게 양보할 수 없는 해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대안의 핵심은 '사드 배치 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북핵 해결의 진전에 한-미-중이 힘을 모으자'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곤 비상한 각오로 비핵평화 협상에 나서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곧 있을 대미, 대중 특사 파견을 통해 이러한 입장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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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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