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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문제, 다음 대선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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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세종시 문제, 다음 대선까지 간다"

[화제의 책] <문제는 리더다>…남재희·김종인·윤여준·이해찬에게 들어보니

세종시 논란에 '출구'는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정의 효율성과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가치가 팽팽히 맞선다. "진정성을 믿어 달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토로를 충청권의 민심은 여전히 못 미더워 한다. 여기에 "거꾸로 다른 지역이 차별받고 있다"는 전국적인 아우성이 뒤엉켰다. 게다가 세종시 논란은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쟁투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물러서는 쪽은 결정적인 치명상을 감수해야 한다.

시사평론가이자 TV 토론 사회자로 알려진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 김종인 전 민주당 의원,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이해찬 전 총리에게 길을 물었다. 그리고 이들의 고언을 신간 <문제는 리더다>(도서출판 메디치)를 통해 담아 냈다.

이들의 공직 재직기간을 모두 합치면 85년이다. 재야단체 간부나 언론인, 교수 등의 경력까지 더하면 150년이 넘는다.

▲ 신간 <문제는 리더다>, 정관용 지음, 도서춢판 메디치. ⓒ프레시안
오랜 공직 생활을 통해 몸 담았던 정파나 본인이 추구해 온 이념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세종시 논란을 비롯한 현안에 대한 진단이나 관측은 놀랍게도 흡사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전 총리를 빼면 세 사람은 모두 당초 세종시 계획에 대한 반대입장에 서 있었다. 행정부처 이전에 따르는 비효율과 비용의 낭비가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김종인 전 의원을 뺀 세 사람은 모두 충청권 출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행정중심 복합도시로서의 세종시 계획이 정치권의 합의에 따라 마련됐고, 또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론'은 그 절차도, 정신도 잘못됐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자칫하다간 세종시 논란이 별다른 해법을 도출해 내지 못하고 다음 대선에서까지 쟁점이 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대체로 일치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CEO 리더십'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경제성장이 아닌 '삶의 질' 향상을 제시한 대목도 닮은 꼴이었다.

"잘못된 방법이 일을 망쳤다…국정운영 동력상실도 우려"

보수 진영의 '책사'로 알려진 윤여준 전 장관은 "방법을 잘 선택했으면 큰 진통없이 갈 수 있는 문제인데, 상식적 절차를 무시해서 일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세종시 수정이라는 의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기 전에 여권 내부, 보다 근본적으로는 충청권 민심을 먼저 살펴야 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결국 두 차례 공개적인 사과를 해야 했다. 그러나 이미 논란이 일파만파 번진 이후였다.

"세부안까지는 아니더라도 방향과 골격을 만들어 놓고 국민에게 문제 제기를 했어야 합니다. 또 이미 조상 대대로 살던 땅을 어렵게 내놓고 이사한 사람들에게 사과했어야 했습니다. 원안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가 수정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국민에게 사과를 했어야지요."

"여당 내부적으로 보더라도 박 전 대표 시절에 많은 논란과 풍파를 겪고 통과시킨 안인데 박 전 대표에게 먼저 양해를 구해야 하는 거죠. 그러면 동의는 않더라도 박 전 대표가 저렇게까지 나오진 않았겠죠. 이번 건에 관한 한 현 정부는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나 배려가 없었다고 봅니다."

윤 전 장관은 "박 전 대표의 결의를 다지는 말을 보고 '이 대통령이 이 문제를 풀기 어렵게 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하면서 "수정안이 정부 측에서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정부가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렇게 되면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서 2010년 지방선거를 맞게 되는 거죠. 선거 결과가 나쁘면 이후 국정은 더 어려워지겠죠. 잘못된 방법론이 일을 망가뜨리는 겁니다. <어글리 아메리칸>이라는 책에 보면 동기가 선했음에도 방법론이 잘못되면 그 결과는 악행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 있는데, 선의에 찬 우행(愚行)은 악행으로 통합니다."

"세종시 수정논란 진행도, 취소도 안 될 것"

이해찬 전 총리는 더욱 직설적이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 시도를 "여당의 주도권을 박근혜 전 대표가 잡지 못하게 하려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대로 가면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에서 당의 주도권이 박근혜 전 대표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그걸 배제하려고 하는 거지요. 거기에 원래 세종시를 하기 싫은 것도 있을 거고요."

"정운찬 총리가 내정자 시절부터 세종시 수정안을 꺼내면서 청와대와의 조율이 아니라고 할 때, 정 총리를 내세워 대리전을 시작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게 물꼬였죠. 대리전일 뿐만 아니라 본인인 정 총리도 대권 내지 당권을 놓고 싸우는 하나의 액터죠. 말하자면 한나라당 내부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학 구도에서 이 대통령 세력이 집권했음에도 아직 당을 장악을 못하고 있으니 그쪽 계열에서는 당의 주도권을 가져오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다른 걸로는 힘드니까 이 카드를 쓰는 겁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전 대표는 어떨까? 이 전 총리는 "미디어악법 때도 한 번 시험해 봤다"며 "그때는 박 전 대표가 쉽게 동의해줬지만, 이번에는 물러설 수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세종시 수정 문제는 진행도, 취소도 안 되는 방향으로 갈 공산이 크다"며 논란의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이건 곪지도, 삭지도 않는 종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기간이 상당히 길어질 거에요. 결국 2012년까지 간다면 이명박 정권의 의도대로 가지 않는다는 거죠. 그러니까 국가가 금융비용의 손실만 커지는 거죠. 이게 다 국민의 세금입니다."

"다음 대선에서도 이슈가 된다"…"충청을 적으로 만들면 집권 불가능"

남재희 전 장관도 세종시 문제가 다음 대선의 쟁점으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남 전 장관은 "요즘 보면 이 문제가 (다음 대선의) 큰 이슈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나도 세종시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합의에 의해 결정한 것이고 어느 정도 실행이 된 상태니까 하긴 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인 전 의원 역시 "원래 행정수도 옮기는 것을 반대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정치적 타협의 결과로 현재의 세종시안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냥 그대로 가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현재 논란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각 주체들의 '정치적 미숙함' 때문에 문제가 더욱 꼬이고 있다는 게 김 전 의원의 관측이었다.

"현재 세종시와 관련해서 여당의 입장과 대통령의 입장이 꼭 똑같다고 보지 않아요. 충청도를 적으로 만들어서는 어느 당도 집권이 불가합니다. 만일 중임제였다면 절대 저런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충청도만 관여된 문제가 아니라 서울과 경기도 다 관련돼 있어요. 박근혜 전 대표가 '플러스 알파라면 몰라도'라고 말했지만, 플러스 알파도 안 되죠. 다른 지역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요. 아주 민감한 사안인데, 정치적으로 미숙한 사람들이 하는 짓으로 보입니다."

"헌법 중시한다면서 '공공성'은 어디가고 '법치'만"…"문제는 'CEO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이들이 내린 평가는 가혹한 수준이었다.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CEO 대통령' 개념이 내포한 '철학의 빈곤'이 국가 지도자의 그것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비판의 요체였다.

"그래도 기대를 거는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던 남재희 전 장관 역시 "CEO 대통령은 잘못된 개념"이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이 대통령을 '철저한 경제결정주의자'로 규정한 윤여준 전 장관 역시 "시대의 징후는 포스트모던하게 가고 있는데, 근대적 가치에 머물러 있으며 심지어 전근대적인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며 "국가 지도자의 의식과 시민의식의 격차가 빚어낸 갈등 속에서 발생한 것이 지난 2008년의 촛불사태"라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이 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는 국민들의 요구를 알아야 하는 것, 그리고 공공성을 살리라는 거죠. 그래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의식을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어요. 헌법적 가치를 중시하면서 왜 법치만 강조하고 공공성은 별로 의식하지 않느냐는 거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그 두 가지를 직접 국민에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면 국민의 신뢰는 금방 회복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경제학자인 김종인 전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통령이 박정희 정권 당시와 닮은 '고도성장의 논리'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지금이 2010년임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방식으로 경제를 보는 게 문제"라면서 "지금 이명박 정부는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론'에 대해서도 이들은 매몰찬 평가를 내렸다. 한국 사회의 극좌·극우 세력을 배제한, 비교적 합리적 정치세력과 중도층을 '85%'라고 전제한 김종인 전 의원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무슨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85%를 잘 끌고 가면 좋은 건데, 그 85%를 잘 끌고 가지 못해요. 저런 지도자가 오늘날 근대 민주주의 사회에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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