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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세종시 수정안 철회 가능성은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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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 세종시 수정안 철회 가능성은 '제로'"

[고성국의 정치in]<21>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세종시 문제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 간 '파워 게임' 양상으로 치닿고 있다. 수정안이 나오기도 전에 박근혜 전 대표는 "원안 배제는 안 된다. 기존 당론을 뒤집는 것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의연하고 당당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계파 의원간 격돌은 훨씬 직접적이고 치열하다. '해당행위'에 '인신공격'이라는 자극적 용어까지 동원됐다. 친이계, 친박계 의원들은 릴레이 방송인터뷰도 마다 않는다.

박근혜 의원이 재경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서 한 선제발언으로 여권이 아연 긴장국면으로 돌입하기 하루 전인 1월 6일 오후 홍준표 의원과 마주 앉았다. 그 후로 날짜는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수정안 반대' 발언 이후 보완 인터뷰를 했지만 홍 의원이 보여준 정세판단과 입장을 수정보완 해야 할 대목은 거의 없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중진 정치인의 통찰력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는 세종시 문제로 시작됐다.

▲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 철회 가능성은 '제로'라고 본다." ⓒ프레시안 최형락

"MB, 세종시 수정안 철회할 가능성은 '제로'"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를 밀어 붙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 아닌가 싶다. 박근혜 의원에 대해서도 '이 정도 안을 내고 설득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를 '이명박 식'으로 해결할 것이다. 뚝심이다. 조급하게 하지 않고 뚝심으로 밀어부쳐서 결국 여론이 돌아서게 할 것이다."
"여론이 돌아서는데 꽤 오래 걸릴 것 같은데, 돌아 설지도 의문이고."
"세종시 문제는 조급할 필요가 없다. 2월 국회에서 처리할 필요가 없다. 정기국회 전까지만 처리하면 된다."
"결론을 빨리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다. 세종시에 대해 대통령이 문제제기할 때 시급한 문제라서 수정을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작년에 왜 수정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느냐 하면 더 이상 공사가 진행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공사가 몇 달 지연되더라도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수정해야 한다면 먼저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정안 관철 이후에) 공기를 단축하는 문제는 어렵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수정안을 철회할 가능성은 없나?"
"'제로'다. (이 대통령이) 밀어붙인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예전부터 수도 이전보다 분할이 더 나쁘다고 말해왔다."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두르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종시 수정안 처리를 6월 2일 지방 선거 이후로 미룰 수도 있는 것인가?"
"그것은 모르겠다. 여론을 봐야 한다."

수정안의 내용에 대한 얘기로 넘어갔다. 정부의 수정안은 행정기관 9부2처2청의 이전을 백지화하는 대신, 삼성, 롯데, 한화, 웅진 등 기업들과 고대 제 3캠퍼스, 카이스트 등 대학들에 원형지 개발을 허용하는 식의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홍 의원은 '원주민 대책'을 특별히 강조했다.

"세종시 문제에서 정부와 언론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원주민 대책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주민들이 1억 원 미만의 보상금을 받고 나간 사람이 70% 이상이라고 하더라. 그 분들이 어디로 갔겠나. 대도시나 인근으로 갔을 것이다. 농사지을 수도 없다. 벌써 어려워졌을 것이다. 그 분들이 땅을 내 줄때는 생계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말하자면 대도시의 철거민 대책과 똑같다. 원주민 대책부터 세워주는 것이 정부의 도리다. 그 다음에 기업 유치, 대학 유치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충청도 민심이 돌아온다."
"지금까지 원주민 대책으로 내 놓은 것이 없었나?"
"아마 <프레시안> 인터뷰가 나가면 정부가 착수할 것이다. 내가 강북에(동대문) 지역구를 두고 있는데, 우리 동네에 재개발 재건축을 65건을 했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것은 원주민 대책이다. 원주민 대책도 없이 계속 철거를 강요하니까 문제가 커지는 것이다."

"'뚝심'의 이명박…권력형 비리 가장 경계해야"

▲ "청와대 민정실이 흐리멍덩해지면 대통령이 죽는다." ⓒ프레시안 최형락
이명박 정부 출범 2년만에 대통령도 박근혜 의원도 또 여타 여권의 다른 주요 정치인들도 모두 일생일대의 결전을 맞이하게 됐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원하지도 않았을 일대결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적어도 여권 내에는 아무도 없을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부터 짚어나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사람인가?"
"뚝심이 대단하다. 천천히 인정받는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소위 이벤트성 지도자도 아니고, 인기만 쫒아가는 지도자도 아니다. 그 만큼 내공이 있고, 뚝심이 있고, 콘텐츠가 있다. 집권 3년 차에 50% 이상의 지지율을 받는 사람은 직선제 이후로 이 대통령 한 사람 뿐이다. 집권 초에 촛불 사태를 거치면서 지지율 10% 대로 내려간 것이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큰 보약이 됐다. 지지도의 원천은 뚝심이라고 본다. 사소한 것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가볍게 움직이지 않고, 뚝심 있게 진심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다."
"임기를 마칠 때까지 레임덕 없이 지지도를 유지하면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전망하나?"

홍 의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지지세를 까먹는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가 권력형 비리다. 역대 대통령의 경우를 살펴보면 그렇다."
"대통령도 그런 점을 많이 경계한 것 같다. 지난 연말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다. '집권 3년차에 청와대에서나 주변 친인척 어느 누구에게서도 비리나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재임 중에 권력형 비리가 터지면 대통령의 지지도는 거의 바닥을 쳤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부터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권력형 비리를 예방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청와대의 민정 라인이 그야말로 칼날 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야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흐리멍텅해지면 대통령이 죽는다. 권력형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통령은 철저히 주변을 단속해야 한다."
"만약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런 비리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민정 기능이 강화되면 그런 것들이 포착될 수 있는데. 대체로 역대 정권은 이걸 덮으려다가 커졌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그러면 대통령의 신뢰가 더욱 쌓인다. 비리는 감싸고 덮을 수가 없다. 그런 사건이 발생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처리해야 한다."

"박근혜 의원을 어떻게 보나?"
"자기 절제력이 뛰어나다. 지도자의 큰 덕목중 하나가 자기 절제력인데 그게 뛰어나다."
"늘 평상심을 유지한다는 뜻인가?"
"그것과는 별개다."
▲ "박근혜 의원은 자기절제력이 뛰어나다."ⓒ프레시안 최형락
"평소에는 말이 없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한 두 마디로 정국의 흐름을 바꿔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소신껏 국정운영을 하는데 비켜서 있는 게 예의라면서 그렇게 해왔지만, 이런 식의 '한마디 정치'는 어떻게 보나?"
"박근혜 의원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지지세가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이 현역 정치인 중에 대통령을 빼고는 가장 지지세가 탄탄하다. 이 사실이 중요하다."
"그게 현실이다?"
"그렇다. 그게 현실이다."
"박 의원의 스타일 문제라고 보는가?"
"그렇다."
"집권당의 유력정치인으로서 국가 운영에 책임이 있지 않나. 책임이라는 면에서 볼 때 박 의원의 그 같은 태도가 도움이 되나, 부담이 되나?"
"말하지 않겠다."

"정몽준 대표에 대한 평가도 해 달라."
"착하다."
"부잣집 막내아들 맞나?"
"그렇다."
"정몽준 대표의 라디오 연설을 처음부터 빠짐없이 들었는데 변화가 거의 없더라. 비판적으로 보자면 발전이 없는 것 같고, 좋게 말하면 부침이 없는 것 같던데?"
"착하다."
"이런 시대에는 착한 성품이 잘 발현되는 것도 정치에 좋을 것 같다."
"그렇다."
"정운찬 총리는 어떤가?"
"평가하지 않겠다."
"야당에 명분 안주고 실리만 취하려는 것은 협상이 아니고 협박"

연말 정국과 관련해 홍 대표는 재미있는 관전평을 내놨다.

"지난 연말에는 야당이 대여 전략에 실패했다."
여당원내 지도부로 1년간 야당을 직접 상대한 사람의 평이다. 야당이 흘려듣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대목은 특별히 가감없이 정리한다.

"야당이 어떻게 했어야 하나?"
"협상을 했어야 한다. 야당이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었어야 한다. 야당 의석이 3분의 1도 안된다. 그 의석 수를 가지고 '내 도장을 받아서 모든 것을 처리하라'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옳지 않다. 그렇게 할 힘도 없고."

그는 여야 모두에게 '협상'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안상수 원내대표에 대한 우회적 비판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야당 10년을 하면서 워낙 새정치국민회의, 열린우리당, 민주당을 거치면서 핍박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내가 원내대표 할 때는 역지사지로 어떤 문제를 (논의)할 때 본체는 양보 안해도 야당에게 명분은 세워주려고 했다. 야당한테 적당히 명분은 주고 여당은 실리를 취하는 것이 정치 협상이다. 야당에 명분도 안주고 실리만 취하려고 하면 그것은 협상이 아니고 협박이다."

▲ "열린우리당이 '밀어붙이기'로 정권을 내줬다. 밀어붙이면 그 때는 통괘하지만 장기적으로 데미지가 쌓이게 된다." ⓒ프레시안 최형락

"그런 협상론, 타협론이 한나라당 안에서 통했나?"
"원내대표 1년 동안 내 몸무게가 빠질 살도 없는데 4킬로그램이 빠졌다. 참고 참다 보니까 그렇게 되더라. 민주당이 1년 동안 워낙 패악질을 많이 했다. 내가 '패악질'이라고 표현한다. 걸핏하면 점거하고, 협상을 하자고 내가 쫒아 다녀도 응하지도 않았다. 난들 왜 170석 가지고 확 밀어붙일 생각이 없었겠나. 밀어붙이면 그 때는 통쾌하지만 그러고 난 뒤에 데미지는 장기적으로 쌓이게 된다. 열린우리당 시절에 자기들이 본회의에서 밀어붙인 사례가 상당히 많다. 그 후유증이 쌓이고 쌓여서 정권을 내줬다.

집권 초기에 밀어붙여달라는 청와대의 요구도 있었지만 나는 밀어붙이지 않았다. 많이 가진 사람이 양보하는 게 정치다. 우리가 여당이고, 예산도 야당보다는 다소 편하게 운영할 수 있고, 법률도 운영할 수 있는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그 후유증이 지방 선거에서 나타나고 총선에서 나타나고 대선에서 나타난다. 열린우리당이 왜 망했느냐. 소위 진보의 가치를 절대시하고, 상대방을 '차떼기당이다', 그런 식으로 온갖 모멸감을 주면서 여야 관계를 운영했기 때문에 결국 그 데미지가 쌓여서 정권을 잃게 되고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그런걸 잘 알기 때문에 내가 1년 동안은 많이 참고 가진 자가 좀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재량권이 없어서 협상이 어려웠다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 아젠다인 4대강 사업에 대해 한나라당이 사업을 축소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던 것 아닌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겠다."
"청와대에서 밀어붙여도 때로는 거부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청와대에서 밀어부치는데 거부가 가능한가?"
"가능하고 안하고의 문제를 떠나, 본질을 바로 보고 당내 의견이 옳다고 판단되면 옳은 방향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의총을 자주 해야 하지 않나?"
"내가 (원내대표) 할 때는 의총을 자주 했다. 현안마다 의총을 했다. 당시 민주당이 주장했던 부자 감세 정책은 내가 원내대표 할 때 정부 원안을 대부분 수정했다."
"1년 전 한나라당에서 뉴스를 생산하는 곳 중의 하나가 의총이었던 기억이 난다. 의총발언이 뉴스로 많이 떴는데, 작년에는 의총 발 뉴스가 별로 생산이 안 됐던 것 같다."
"집권 초여서 내가 원내대표 할 때는 현안이 굉장히 많았다. 현안마다 의총을 열어서 수정 방향을 정하고 정부가 가져온 정책에 대해 당 정책위를 통해 의원들 의견을 수렴했다. 안상수 원내대표 시절 문제가 됐던 것은 미디어법, 노동법, 예산밖에 없다. 현안이 별로 없다. 최근에 세종시 현안이 생겼지만."

"지방선거, 한나라에 마이너스 요인 변수 속출할 것"

홍준표 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 전략가 중 한 사람이다. 이슈파이팅에도 능하다. 그만큼 여론을 잘 읽는다는 뜻이다. 그에게 지방선거 전망을 들었다.

▲ "지금 당장 선거하면 우리가 이긴다. 그러나 6월 2일까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변수가 별로 없다." ⓒ프레시안 최형락
"임기 중간에 있는 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선거가 돼서 여당에 불리하다고들 한다. 어떻게 느끼나? 지난 두 번의 재보선에서도 한나라당이 패했다."
"지금 당장 선거하면 우리가 이긴다. 그러나 6월 2일이 지방선거다. 그 사이 정국 변수 중, 우리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변수가 별로 없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변수가 속출할 것이다. 6월 선거 기준으로 보면 여당은 방어하는 수세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선거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야당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단일 대오를 형성하면 수도권 선거는 참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이다."
"광역 단체 3개(서울, 인천, 경기도)를 놓고 보면 수도권 전패 가능성도 있나?"
"광역 3개를 놓고 보면, 한 두 곳은 패할 수 있다고 본다."
"'한 곳 패하면 승리 두 곳 패하면 패배' 이렇게 될까?"
"두 곳 패하면 참패가 된다."
"5월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가 돌아온다. 그게 어느 정도 영향을 줄까?"
"진보가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만약 야당에서 진보적 색채, 좌파적 색채가 강한 인물을 내세우면 소위 좌파 우파 대립구도가 되면 우리가 불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야당에서 중도적인 중후한 인물을 내세우면 선거가 어려워 질 수 있다."
"한명숙 전 총리 재판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 같다."
"한명숙 전 총리가 선거에 나서기는 좀 부담이 크지 않겠나. 재판 받으면서 선거를 해야 하는데 서울 시민들이 과연 표를 찍을 수 있겠나.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이 야권이 대동단결을 추진하는데 촉매제가 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본인이 선거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지금 이 시점에서 조사를 보면 오세훈 시장, 김문수 지사, 안상수 시장 등 한나라당 소속 현역 단체장들이 많이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그것은 아무 의미 없다. 선거 전문가들에게 물어봐도 의미 없다고 한다. 이재오 전 의원이 지난 총선 직전에 문국현 전 의원에 비해 여론 조사 수치상으로는 20%를 이겼는데 보름 만에 뒤집혔다. 탄핵 때 내가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28%를 지고 있었다. 보름 만에 뒤집었다. 선거는 1대 1로 맞붙으면 그 다음부터 승패가 혼미해진다. 지금 대안적 인물이 안나오니까 현역단체장한테 몰리는데, 대안적 인물이 나타나는 순간 박빙의 구도로 간다."
"원희룡 의원이 서울 시장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사실상의 경선 체제로 돌입했다. 그런데 당내에서는 원 의원이 오시장을 공격하는 걸 보고 야당이 비판하는 것보다 더 심하게 비판한다는 반론도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어차피 본선에 나가면 야당과 1대 1로 맞붙어 잘잘못을 가려야 할텐데, 지금 세게 붙어야 면역 효과가 생길 것이다."
"지난 대선 때도 그랬나?"
"그렇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내에서 치열하게 BBK 문제로 공방을 했기 때문에 본선에 가서 크게 상처를 안입게 되는 면역 효과가 있었다. 지금 서울 시장 뿐 아니라 다른 단체체장들 모두 경선 과정에서 야당보다 더 매서운 공격을 받아야 한다. 공격을 받고 그것을 방어 해내야 자기가 살 수 있는 것이다. 방어 못하면 교체돼야 한다."
"경선은 세게 붙을수록 좋다?"
"그렇다. 그래야 흥행 효과도 높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는 영남권 지자체장들에게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지자체장들이 광역이나 기초나, 새로운 생각을 갖고 그 지역을 먹여 살릴 산업 유치에 앞장 서야 한다. 수도권은 경쟁이 세니까 자기가 일을 안하면 도태된다. 그러나 영남은 일 안해도 공천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 같은데,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07년 대선 승리, 부패한 진보에 대한 반사 이익"

"사람들이 홍 의원 보고 '쓴소리를 많이 한다'고 한다."
"쓴소리가 아니라 바른 소리다. 바른 말을 하는데 자꾸 언론에서 쓴 소리라고 한다. 사물을 부정적으로 보는 듯한 그런 인상을 자꾸 주게 돼 부담스럽다."
"젊은 시절, 청년 시절에 변방에 있어서 그런 것인가?"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원내대표 되기 전까지는 변방에 있었다."
"변방에 있으면 아무래도 주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게 될 것 같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변방 사람들은 한국 사회 주류들에 대해 다 저항감을 가지니까. 한국 사회의 주류들이 주류 대접을 받으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해야 하는데, 해방 이후 60년 동안 한국 사회 주류들이 과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했느냐.
만석 가진 사람이 쌀 한 석 더 가지려고 욕심을 부렸다. 의무는 감당 안하고 특권만 가지려는 사람들이 한국 사회를 지배해왔기 때문에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정치인들이 존경을 못 받는 가장 큰 이유도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어서 그렇다. 인사청문회 할 때마다 제일 문제되는 것이 병역과 세금이다. 지도자 계층이 가장 기본인 병역과 세금에 대해서도 불법을 저지르면서 서민들에게만 병역 의무, 납세 의무 충실히 하라고 하니 서민들이 저항감을 안 가질 수가 없다."


▲ "한나라당이 국민들 앞에 깨끗해졌다고 내세울만큼 자기쇄신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 ⓒ프레시안 최형락

노블레스 오블리주 얘기가 나오니 '보수의 원조'라고 불리는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 혁명에 대한 성찰'이 생각났다. 보수는 혁명을 반대하는 것이지 개혁과 쇄신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쇄신만이 보수를 보수답게 만든다는 대목이. 한국의 보수 세력에 대한 홍 의원의 비판이 계속됐다.

"한국의 보수 세력이 해방 이후 50년 동안 집권했다. 집권을 하면서 자기 혁신을 하지 않고, 높은 자리로 갈수록 법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자기는 법치주의의 예외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97년에 진보 진영에 정권이 넘어갔다. 그런데 10년 동안 진보의 부패가 얼마나 많았나. 국민들이 '보수는 부패하고 진보는 깨끗하다'고 생각해 보수를 배척하고 진보 정권을 선택했는데, 지난 10년 간 진보 진영의 부패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결국 반사적 이익을 본 것이 2007년 대선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과 한나라당의 총선 승리가 반사적 이익이라고 보나?"
"그렇다. 반사적 이익으로 본다. 10년 간 한나라당이 끊임없이 자기 쇄신을 하기는 했지만 한나라당이 국민들 앞에 정말 깨끗해졌다고 내세울만큼 자기 쇄신을 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반사적 이익으로 정권을 잡았으므로 이명박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보수의 자기 혁신이었다. 보수가 개혁하지 않고, 자기 혁신하지 않으면 다시 진보진영에 기회를 주게 된다. 그 주제를 갖고 1년 간 원내대표를 했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는 홍준표가 너무 많이 양보했다, 야당에 끌려갔다, 그런 얘기도 하지만, 나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1년에 한 두 번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상시적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면 또 다른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지금은 권위주의 시대와 다르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 우리가 일시적으로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수의 오만, 집권 세력의 오만으로 비춰질 수 있는 소지도 있다."

인터뷰 전후에 홍의원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당권도전을 시사했다.

"당 대표 도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인가?"
"검토한다고 했다."
"6월 2일 지방 선거 전에 하는 조기 전당대회는 물리적으로 어려워진 것 아닌가?"
"조기 전대가 아니라 임시 전대다. 꼭 어려워진 것도 아니다. 정치적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 여당이 임시 전대를 할 때는 지도부를 쇄신하는 그런 전대가 될 것이고, 현 지도부가 문제가 있다고 느낄 때는 전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한 두 사람의 판단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국 전체의 상황을 봐서 (결정)될 것이다. 세종시 문제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 소위 (집권당) 견제론이 부상을 해서 당이 지방 선거에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정국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이 상황에서 전대를 한다 안한다 그렇게 단언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 군기반장 하고싶다. 대한민국을 세탁하고 싶다"

홍의원은 프로필에 가훈을 화이부동(和而不同), 좌우명을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으로 썼다. 흥미있는 대조다.

"성격도 강한 것 같고, 할 말을 하는, 요새 말로 까칠한 사람으로 보이는데, 화이부동과 유수부쟁선을 내세우고 있다."
"그것을 목표로 삼고 살고 있다. 아직 그럴 나이는 안됐다. 그 정도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나이가 70은 넘어야 할 것이다.(웃음) 그렇게 살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로서 어떤 점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일은 잘한다. 추진력 있고. 마음먹으면 일은 만들어낸다. 그런데 돈이 없다.(웃음) 일반 선거는 돈이 필요 없지만 당내 선거는 돈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돈 안드는 당내 선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은 검토도 안하는 것 같다."

▲ "군기반장, 마음에 듭니까?"…"기회가 되면 대한민국 군기반장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프레시안 최형락

"'홍 반장' 이라는 별명이 있다."
"언론에서 말하는 '군기반장'이라는 뜻이다. 촛불 사태 때 청와대 국정원 경찰 검찰 당내 할 것 없이 중심 세력이 없었다. 그 때 각 기관들을 질타하고 독려하고 야단치고 그렇게 하다보니 군기 반장, 홍반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마음에 드나?"
"마음에 들고 안들고의 문제가 아니다. 언론이 그렇게 붙였는데 어떻게 하나(웃음)"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다."
"기회가 되면 대한민국 군기반장은 한 번 해보고 싶다.(웃음)"
"대한민국 군기반장을 하려면 법무부 장관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은 늦었다. 법무부장관은 한번 해보고 싶었다. 내가 '국가 세탁론'을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대한민국을 한번 세탁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정치인들에게 법무부 장관을 줄 수 없다는 게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다."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지난 10년 동안, 진보와 보수의 대립, 소위 좌파와 우파 논쟁으로 나라가 시끄러웠다. 이명박 정부를 지나고 나면 소위 보수-진보 대립, 좌파-우파 대립이 무색해 질 것이다. 지난 8월 책을 탈고하면서 중심국가론을 얘기했다. 이제는 모든 가치 척도의 기준이 국익이 돼야 한다. 국익에 도움이 되고 국민에 도움이 된다면 좌파 정책도 서슴없이 채택해야 한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우파 정책도 서슴없이 채택해야 한다. 이념의 시대는 이 정부를 끝으로 끝날 것이다. 다음 세대의 키워드는 개혁, 변화, 미래가 될 것이다. 이 미래가치를 만들어 가는데 어떤 역할이든 하고 싶다."

2시간여의 인터뷰를 마치자 홍 의원이 차와 과일을 내며 인터뷰에서 하지 못한 얘기를 이어갔다. 대부분은 '오프 더 레코드'를 요구해서 여기에 싣지 못했다. 그러나 인터뷰 후의 대화가 좋은 백그라운드 브리핑이 되어 홍 의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홍 의원의 대화에 현장감이 살아있다면 그 덕분일 것이다.

별로 바쁠 것 없는 듯한 홍 의원의 태도였지만 차 한잔을 나누는 중에도 세종시라는 정치적 승부처로 들어서고 있다는 긴장감은 곳곳에서 느껴졌다. 홍 의원의 승부 호흡을 여러분도 한 번쯤 같이 느껴보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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