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데 가볍게 흘릴 사안이 아닌 것 같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두 음절의 '신어'에 복선이 깔려있다고 한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을 담당했던 인사들이 이달 초에 정운찬 총리 측을 만나 조언했단다. 세종시 문제를 '노무현 대 이명박'의 구도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단다. 다만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기보다는 '과거 대 미래' 등의 구도로 국민을 설득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충고했단다. 그 뒤 여권 관계자들은 원안과 수정안을 각각 '과거형'과 '미래형'으로 대비시키는 화법을 쓰고 있단다.
논하지 말자. 아직도 '노무현 타령'이냐고, 영면에 든 사람을 꼭 깨워야 하느냐고 되묻지 말자. 여권의 형편이 넉넉하지가 않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판이니 뭔들 못하겠느냐고 너그럽게 헤아리자.
딱 하나만 짚자. 이런 프레임 설정이 정확한 것인지,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만 짚자. 결론부터 말하면 없다.
찬찬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세종시, 즉 행복도시 안은 '노무현 안'이 아니었다. 행복도시 안은 원조 '노무현 안'인 행정수도 안을 한나라당이 앞장서고 헌법재판소가 뒤따라 무산시킨 뒤 나온 타협안이었다. 더 엄밀히 말하면 '박근혜 한나라당'이 행정수도 안을 무산시킨 걸 뒷수습하기 위해 동조한 타협안이었다.
새삼스런 정리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 스스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 세종시 원안은 여야가 의회 민주주의의 시스템 하에서 국민과 한 약속이라고, 그래서 쉬 바꿀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노무현 대 이명박'의 프레임 설정은 핀트가 어긋난 것이다. '노무현+박근혜 대 이명박' 프레임에서 한 인물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왜곡 소지가 다분한 설정이다.
그래도 좋다. 어차피 정치적 프레임이란 게 '진실' 범주가 아니라 '전략' 범주에서 짜이는 것이니까 아무래도 좋다. 효과만 볼 수 있다면 왜곡도 서슴지 않는 게 정치적 프레임이니까 그런가 보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할 수 없다. '죽은 영혼'을 불러낸다고 해서 '산 사람'을 구원할 수는 없다. 그들 말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미 고인이 돼 버렸으니까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다. 그래서 '노무현표 세종시'가 아니라 '낡은 세종시'를 부각시킬 수밖에 없다.
헌데 이 전략이 박근혜 전 대표를 건드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손잡았던 박근혜 전 대표의 행적을 건드리고, 수정안에 반대하는 박근혜 전 대표의 의지를 자극한다. 박근혜 전 대표를 '과거'로 내몬다. 더불어 커진다. 박근혜 전 대표의 행동 반경과 대응 수위가 노무현 전 대통령 몫까지로 확장된다. 구안 대 신안, 구정권 대 신정권의 대립구도가 아니라 여 대 여의 대립구도만 한층 강화된다.
▲ 1월13일자 중앙일보 기사 ⓒ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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