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인하대 겸임교수,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등 여론조사 전문가와 정치 컨설턴트 들에게 의견을 들어봤다. 이들의 공통적 반응은 일단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세종시 문제는 이미 충분히 예고된 사안이었고, 갈등 구조도 이미 다 알려진 것이기 때문에 이전의 여론조사 결과에 비해 발표 직후 여론조사가 특별할 것은 없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현재 '50대 35'의 여론 지형 구도가 앞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변수는 있다. 정부가 기업과 대학(특히 서울대) 추가 유치 카드를 꺼내들어 충청권 민심의 반전을 꾀하는 것, 또는 충청권 외 지방에 대한 역차별 여론 등이다. 정치 세력간의 갈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정부로서는 세종시 수정안 지지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특히 충청권 민심을 돌려놓느냐가 관건이다. 적어도 현재 찬반 30 대 50인 충청권 여론을 최소한 45 대 55 수준의 비등한 상태까지는 끌어 올려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 행정도시 원안사수 충청권 연대회의 관계자들이 11일 충남 연기군청 광장에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다음은 전문가들과의 전화 인터뷰 요약.
"전국 여론 충청에 강요해서는 안 돼"
■김헌태 인하대 겸임교수(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세종시 이슈에 대해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전제로, 충청 여론이 관건이다. 나머지 지역의 여론은 큰 의미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을 잘 한 일이냐 잘 못 한 일이냐는 물어볼 수 있겠지만, 충청 외 지역 사람들에게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평가를 요구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는 질문이다.
세종시는 기본적으로 충청 지역민과의 약속이었다. 약속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의 여론 흐름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여성이나 장애인 등 특정 계층 정책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다고 치자. 그런데 남성이나 비장애인의 여론까지 포함해서 상대적으로 여성이나 장애인의 여론 추이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을 이기적으로 몰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물론 국가정책이라는 큰 틀에서도 볼 수 있지만 공약이라는 것은 당사자와의 약속의 문제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사안에 대한 이해관계는 물론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약속 당사자도 아닌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 당사자의 의견을 굴복시키는 것은 특히 문제가 있다. 충청 여론 변화가 핵심이다.
"한나라 지지층은 이명박 대통령도 박근혜 의원도 다 이해한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
최근 여론조사들은 신뢰할 수 있는 결과다. 정부가 발표한 안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정부가 수정안을 예고한 이래로 수정 지지 50%대, 원안 지지 30%대로 안정된 흐름을 보여 왔다. 정치적 이슈 속에서 약간 변동이 있었지만, 맥락을 살펴보면 확 올라가거나 확 내려가는 변동은 없었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일단 수정안에 대한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인데, 상대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지율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급락하지 않았다. 정당 지지율도 변하지 않았다. 복잡한 이슈를 반영하고 있다는 증거다. 국가적 차원에서 행정의 비효율은 안 된다는 이 대통령의 의견이 합리적이라는 동의가 많다는 것이고,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약속, 신뢰를 저버릴 수 없다는 주장에도 동의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이 얽히며 복잡한 여론 지형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현재 정부안 찬성 50, 반대 35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새로운 정책은 50%만 넘어서도 추진할 수 있지만, 이것은 '신안'이든 '수정안'이든 원래의 약속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50% 이상의 여론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60%를 넘어서면 된다고도 하는데, 이는 곧 반대 30%대 선이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30%대의 반대 여론이 무너지면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다. 이제 제로섬 게임이다. 어느 한 쪽이 올라가면 한 쪽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다만 단기간에는 어려울 것 같다. 정부안에는 이전 대상 기업과 학교들이 구체적으로 나왔다.
박근혜 대표가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했지만, 한나라당 지지층이 별로 동요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부안을 지지하면서도 박 전 대표에 대한 응원은 따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 말도 맞고, 박 전 대표의 태도도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야당이 힘을 얻기 더 어려운 상태다. 민주당도 별로 얻을 것이 없다. 이런 상태여서 여론이 한 쪽으로 쏠리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정부가 수정안을 추진할 수 있는 기본조건은 갖춘 것 같다. 하지만 충분조건이 더 있어야 한다. 플러스 알파의 다른 것들이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정부안이 나왔고 친이 친박이 계파 전쟁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태가 좀 지나고 설날이 고비가 될 것 같다. 사람들이 모여 정치 얘기를 한다. 설날 전후로 여론이 잡힐 것이다. 이 시기를 전후로 여론의 균형이 깨져 60 대 30을 돌파하면 정부는 국회에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정부안 발표 직후 강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는데, 이건 주말 여론조사 정도에 반영될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예고됐던 사안이고, 박 전 대표도 반대 의사를 수차례 표명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충청권 외 지방 역차별 여론 주시해야"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
최근 여론조사들은 일단 신뢰할 수 있다. 발표 직후 여론조사여서 발표 효과는 있을 있지만, 정부안 찬성 여론이 상승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다만 이후에도 상승 추이가 계속 될 것인지, 재조정을 거치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충청권 민심의 향배다. 전국적으로 수정안 찬성률은 높아졌지만, 충청권 여론은 움직이지 않거나 원안 찬성 여론이 더 높아지는 것 같다. 정부 발표 이후에도 충청권 민심의 반전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오히려 충청권 이외 지방이 지역개발 욕구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이 커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 각 지방에서는 수정안 내용을 자세히 모른다. 지역적인 욕구와 세종시 수정안이 어떻게 겹치는지 자세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광역단체장들이나 지역 오피니언들이 극렬한 반대를 표방하거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적극 반기를 들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대구·경북 뿐만 아니라 전국적 민심의 흐름을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한다.
앞으로 찬반 여론의 압도적 격차를 벌이지 못하고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로 수정안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지만 다시 여론이 재조정을 거쳐 혼미한 상태로 빠져들면 세종시 수정 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전국적 지지 여론이 압도적이라면 충청권에서 확실하게 찬반 여론을 반전 시키지 못 해도 국회에 수정안을 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표 대결이 벌어지는데, 충청권 여론을 돌리지 못 하면 박근혜 전 대표는 저항의 명분을 갖게 된다. 전국적 여론 지지를 얻어도 충청 민심을 못 잡으면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 발표 이후 충청권의 반발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충청 여론이 찬성으로 확산될 기운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충청 민심의 특성상 조금 늦게 반영되기는 하는데, 충청지역 역시 지역개발 욕구가 존재한다. 과연 어떻게 민심으로 나타날지 지켜봐야 할 것 같기는 하다. 현재로서는 뚜렷한 반전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충청의 찬반 여론이 어느 정도 대등해지면 정부안으로 여론이 선회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충청에서 찬반이 반반 정도 되고, 지방 반발을 무마해 전국적인 찬성률을 6 대 4 정도로 만들면 밀어 붙일 명분과 계기는 만들 수 있다. 그 다음은 정치 싸움이다.
1월말까지도 여론 반전의 추이가 보이지 않으면 힘들다고 본다. 2월 1일부터는 광역단체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질 텐데, 세종시에 대해 정확한 입장들을 표명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정부 세종시안을 지지하는 출사표는 적을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이 달 안에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에 대한 MOU로 반전을 꾀할 텐데, 타 지역의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고 충청민에게 구체적인 경제적 비전을 뚜렷하게 밝혀주지 못하면 반전은 힘들 것이다.
만약 반전에 실패한다면 한나라당은 2월에 세종시 수정안을 결단낼 가능성도 있다. 실패하면 지방선거에서 이슈화 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정치적 책임도 박근혜 전 대표와 나눠가질 수 있어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할 수 있다.
이 문제가 이명박 대 박근혜의 문제로 돼 있어 애초에 야당은 설 자리가 없다. 다만 지방선거 때까지 이 문제를 주요 이슈로 가져갈 수 있도록 전열을 정비하고 집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슈를 오래 가져가야 지방선거에서 세종시 문제를 계기로 총체적인 국정 표류를 효과적으로 비판할 수 있다. 여권 전반의 책임론으로 확전할 수도 있다. 야당은 정치적 메시지를 지금부터 선점해 나가야 한다.
"아직 세종시 카드 다 나오지 않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예전부터 세종시 수정안이 원안보다 지지 여론이 높았다. 다만 '이명박 안이냐, 박근혜 안이냐'고 정치를 덧씌워 물으면 박근혜 전 대표 지지도가 높다. 이 처럼 이 문제는 앞으로 정책적 이슈와 정치적 함의를 담은 논쟁이 되풀이 되다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에는 정치의 문제로 최종 정리될 것이다. 당장 급한 것은 국회통과의 문제다. 반대 세력이 어쩔 수 없을 만큼의 여론 지지가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이다.
충청권 여론은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충청 입장에서는 플러스 알파를 더 기대할 수 있다. 서울대나 추가 기업이전의 카드가 있을 수 있다. 충청 입장에서는 버티면 더 얻을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충청민들은 기본적으로 '원안 플러스 알파'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원안이 빠진 알파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다. 반면 정부 수정안이 무산돼 정부가 알파는 빼고 원안만 한다고 하면 닭 쫓다 지붕 쳐다보는 개 입장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할 것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원안으로 유턴해 9부2처2청 대신 6개 부처만 내려보낸다는 식으로 입장을 정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진보개혁세력과 같은 반대론자들이 책임을 다 뒤집어 쓸 수도 있다.
그런데 충청권 여론을 읽기가 쉽지 않다. 충청 여론의 특성상 반대는 명확히 얘기하는데 찬성은 잘 말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반대가 높게 나온다. 과거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선거에서 맞붙었을 때 여론조사는 모두 한나라당 우세로 나왔지만 막상 투표를 해보니 자민련이 이겼다. 18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충청 지역민들의 기대치가 무엇인지 면밀하게 파악해봐야 한다. 앞으로 여론의 추이를 더 지켜보며 차근차근 민심을 읽어야지 안 그러면 자민련 선거 오판의 재판이 될 수 있다.
선거와 같이 날짜가 정해져 있는 경우라면 그 직전 명절, 이번 경우에는 설날이 여론 판도 측정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지만, 이번 사안은 좀 다르다. 아직 카드가 다 나오지 않았다. 서울대가 세종시로 가게 된다면 지방에서는 반향이 클 것이다. 지방에서 엘리트 진입의 통로는 연고대 보다 서울대로 한정돼 있다. 기업 추가 유치 문제도 남아 있다. 반대로 친박 진영의 정치적 결단에 대한 카드도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양 쪽 진영에서 모든 카드와 전략이 나와 봐야 여론전이 마무리될 것 같다. 현재의 여론도 사람들의 발상을 전환시켜버리는 상상력을 제시할 경우 완전히 뒤집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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