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권한 대행이 박근혜 전 대통령 대통령기록물 지정권한을 행사하면서 법적, 정치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기록원은 법률전문가들의 자문 내용은 공개하면서도, 법률전문가들의 소속 및 명단은 비공개 하고 있어 관련 전문가들의 비판이 거세 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민주당 이재정 의원(비례대표)은 국가기록원에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통령기록물 지정권한이 있다고 자문한 법률전문가 명단, 소속, 법률자문서 내용을 자료제출 요구했다. 그런데 국가기록원은 관련 내용을 지난 3월 23일 공개하면서도, 법률전문가의 명단은 '개인정보' 라는 이유로 비공개 처분했다.
국가기록원 법률자문의 결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련 증거기록을 은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도 법률전문가의 명단을 ‘개인정보’로 비공개 처분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재정 의원은 지난 3월 2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상진 국가기록원장에게 "대통령기록물의 취지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법률자문서를 작성한 사람을 개인정보로 비공개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심지어 이 정보가 개인정보라는 것을 판단한 것도 의견서를 낸 법률전문가의 의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의견서 내용도 논리적 비약이 많은데, 그중 일부 내용은 아래와 같이 적시되어 있다.
대통령기록물법 제 17조에는 대통령이 지정기록물을 지정할 있다고 규정하며 달리 대통권한 대행을 제외하고 있지 않는바, 대통령권한 대행 역시 지정기록물을 지정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국가기록원에 제시한 법률전문가의 위 의견은 합리적인 것일까. 대통령기록물법 제 17조는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에 대하여 열람·사본제작 등을 허용하지 아니하거나 자료제출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수 있는 기간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대통령만 대통령지정기록물 권한이 있다고 규정한 조항을 '대통령 권한 대행'을 제외하고 있지 않다고 반대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저 논리대로라면, 국무총리, 장관들도 대통령지정기록물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뿐만 아니라 답변서 내용은 전반적으로 매우 허술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대통령 궐위 시 국가기록물관리청장이 대통령지정기록물 권한 행사를 하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이런 규정이 없으니 대통령권한 대행이 권한을 행사하여야 한다고 주장 하고 있다. 논리적 비약이 아닐 수 없다.
한국기록전문가협회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직 대통령의 기록을 지정기록으로 정할 수 없고, 대통령의 특권을 박탈당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기록에 접근할 특권을 상실한다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듯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국가기록원은 법률자문서를 근거로 대통령지정기록물을 포함해, 대통령기록물 이관 작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국가기록원장은 황교안 권한대행의 임기인 5월 9일까지 대통령지정기록물 작업을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국가기록원이 생산한 '18대 대통령기록물 이관 추진' 현황을 보면 대통령비서실, 경호실, 지역발전위 등 18개 자문위, 국무조정실에 대해 전자/비전자, 대통령지정/일반 기록물을 이관추진단 36명을 구성(지정기록반 4명 포함)해 이관하겠다고 적시되어 있다.
한편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7시간 행적에 대해 정보공개소송을 벌이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는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물을 법적 근거 없이 마음대로 이관하고 15년 이상 비공개되게 지정하려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시도에 대해 헌법 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하승수 변호사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대통령기록 지정행위는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알 권리를 명백히 침해한 행위이다. 이번 주에 헌법소원 서류를 제출 하면 탄핵심판 인용결정을 했던 헌법재판소가 합리적인 결정을 해줄 것이다'고 밝혔다.
'13가지의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파면 대통령', '최순실 사태 이후 청와대가 구입한 파쇄기 26대', '1073일 만에 실체를 드러낸 세월호'. 하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봉인하고 있는 청와대를 보면서 시민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추악한 민낯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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