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 측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에게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권한이 있다고 내부적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과 필자가 3월 7일 오후 2시경 대통령기록관 기록제도과 신모 과장에게 문의한 결과 '내부 검토를 했는데 대통령의 범주에 권한대행도 포함되기 때문에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통령지정물 지정이 가능하다는 의견으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만약 위 해석대로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인용 후 박근혜 정부에서 문제가 되었던 많은 대통령기록을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15-30년까지 봉인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기록물법 제 17조에는 '대통령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대통령기록물(이하 '대통령지정기록물'이라 한다)에 대하여 열람·사본제작 등을 허용하지 아니하거나 자료제출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수 있는 기간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 대행이 지정 권한이 있는 지 규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비(非)법 상태에 있는 것을 대통령기록관이 무리하게 법 적용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 조영삼 서울시 정보공개정책과장(전 청와대 기록연구사)은 "대통령지정기록은 법률로 알권리를 제한하는 것인데, 대통령기록관 내부검토회의에서 법해석을 하고 결정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다. 심지어 대통령기록관은 법해석기관이 아니고 법집행기관의 부서다. 법률해석 자체가 기관의 권한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만약 대통령기록관의 해석대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지정하면 관련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현재 녹색당과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 7시간 행적을 증명할 수 있는 대통령기록에 대해 정보공개소송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만약 녹색당이 정보공개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더라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하면 실익이 없어지는 것이다. 대통령기록관의 해석이 실제적으로 현 청와대 입장을 대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는 "현 제도상 대통령이 탄핵이 되면 대통령지정 권한도 사라지는데, 황교안 권한대행이 지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며 "오히려 여러 의혹에 대해서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관련 기록을 공개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오히려 이를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일 정상 전화회담 녹취록 정보공개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민변은 2015년 12월 28일 오후 5시 47분부터 6시까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전화통화 기록에 대해 정보공개소송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 측은 위 기록이 외교상의 기록 및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예정이라는 이유로 비공개했었다. 만약 황교안 권한대행이 위 정보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할 경우, 소송 자체가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이 사건 소송을 맡은 이상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한일 위안부 문제 및 일제강점기 인권침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1965년 이후 한일 간 정확한 협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만약 위 기록을 당시 30년 동안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하면 같은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를 만든 것은 반복적으로 파기되는 대통령기록을 보호하고 후세대에 물려줄 목적으로 이 제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무리 양보하더라도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 시점에 대통령 고유권한 중 하나인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권한을 '대통령권한대행'에게 있다고 해석한 대통령기록관의 의견에는 여러 전문가들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향후 국회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적극적인 문제제기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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