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사퇴 후폭풍에 시달리는 와중에 상대적으로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가 덕을 보게 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5일 부동산 투기, 탈세 등 의혹이 제기됐던 백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를 조건부로 채택했다.
청문회에서 백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많은 책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서 (강남에) 오피스텔을 (구입했다)"고 해명하는 등 석연치 않은 답변으로 일관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다운계약서 작성'을 통한 탈세와 관련해 98년 대법원 판결까지 제시, '위법'이라고 주장했으나 국세청은 "위법이 아니다"고 해석, 백 후보자를 엄호하기도 했다.
15일 청문 보고서 채택과 관련한 기재위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도덕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갖추지 못한 부적격 인사라는 점이 '종합 의견'에 반영되야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소속 서병수 위원장은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문구 수정 문제' 등을 위원장·간사간 협의에 위임하는 것으로 결론지은 후 산회를 선포했다.
따라서 청문보고서에는 "부동산 투기의혹과 세금탈루 의혹으로 인해 도덕성과 자질에 흠결이 있고, 국세행정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고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있으므로 백 후보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수준에서 민주당의 의견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위 관계자는 "보고서는 이날 최종 수정과 의장 승인을 거쳐 청와대에 송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 후보자의 국세청장 임명은 금명간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 지나친 공세 역풍 맞을라…'고심'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이날 "천 후보자에 대해 천 가지 의혹이 있다면 백 후보자에 대해서는 백 가지 의혹이 있다. 오십보 백보"라고 '부적격'입장을 거듭 확인했지만 역풍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천 내정자가 낙마했는데 우리가 백 내정자에게까지 자진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면 국민들로부터 정치 공세 아니냐는 말이 있을 수 있어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여곡절 끝에 청문 보고서는 채택됐지만 백 내정자에 대한 의혹이 사실상 해소되지 않은 측면이 큰 만큼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야당의 공세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자유발언을 통해 "백용호 후보자는 실거래가를 축소 신고한 다운 계약서를 작성해 탈세 의혹자가 됐다"며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은 녹슨 것이 아니라 아예 없는 것이고 이에 따른 정부의 신뢰 상실과 정치적 책임은 고스란히 대통령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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