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9호선, 신분당선, 서해선, GTX-A 등 수도권 시민의 주요 이동수단이 된 민자 철도·지하철 부실 운영이 심각합니다.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한 다단계 위탁구조와 최저가 낙찰제가 만성적 인력 부족과 시민 안전 위협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로잡고자 지난 2일 국회에서 '민자철도 부실운영 방지법'이 발의됐습니다. 해당 법안의 필요성과 민자철도 운영 실태를 담은 세 편의 글을 기고합니다. - 공공운수노조
2018년 6월 부천·시흥·안산을 잇는 서해선 소사~원시 구간이 개통했다. 수도권 서남부 교통 소외지역 시민들이 오래 기다린 노선이었다. 하루 7만 명이 이용하는 이 철도는 이제 지역의 발이 되었다. 그런데 그 이면에 서해선 소사-원시 구간을 운영하는 노동자의 고통과 절규가 자리잡고 있다.
복잡한 다단계 위탁구조…고통받는 노동자들
소사~원시 구간은 민간투자로 건설됐다. 그 결과 운영구조가 처음부터 복잡하게 쪼개졌다. 시설물 유지보수는 민간 시행사가, 역 운영은 국토교통부 산하 철도공사가 각각 맡았다. 그런데 두 기관 모두 자신의 업무를 서울교통공사에 위탁했고, 서울교통공사는 이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자회사인 서해철도에 다시 넘겼다. 위탁과 위탁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다.
단계가 늘어날수록 중간에서 이윤을 챙기는 손이 많아진다. 그 손들을 거치고 나면 구조의 맨 아래, 실제로 철도를 운영하는 서해철도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몫은 쪼그라든다.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질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관련자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
서해철도는 서울교통공사가 100% 출자한 자회사로, 서울시 생활임금 조례 적용 사업장이다. 그러나 서해철도 노동자 일부는 그 생활임금조차 적용 받지 못하고 있다. 노후 시설물 교체나 시민 편의를 위한 투자도 이루어지기 어렵다. 다단계 위탁구조 때문이다. 임차인이 집주인 허락 없이 집을 대대적으로 수선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반면 주주인 서울교통공사는 서해철도의 당기순이익에서 현금배당을 빠짐없이 가져간다. 노동자 처우 개선과 안전 투자에 써야 할 돈이 배당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자회사를 이윤 수취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모두 잠든 새벽, '혼자서' 역사를 지킨다
지하철 운행이 끝난 밤, 시설물 유지보수 노동자들은 선로로 내려간다. 역무원들은 모두가 잠든 새벽에 홀로 역사를 개장한다. 철도는 24시간 멈추지 않아야 하기에 교대 근무는 필수다. 그런데 서해철도의 인력 수준은 그 기본조차 충족하지 못한다. 동종업계가 4조 2교대를 도입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서해철도는 여전히 3조 2교대로 운영한다.
소사~원시 12개 역사 대부분에서 역무원이 혼자 근무한다. 궤도선로 유지보수 부서는 전체 인력이 6명, 1조당 2명이다. 1명이 이직하면 1인 근무조가 만들어지고, 그 1명마저 연차나 휴무를 쓰면 해당 구간은 사실상 무인 상태가 된다.
최근 실제로 궤도 유지보수 분야에서 6명 중 4명이 퇴사했다. 같은 서해선이라도 철도공사가 직접 운영하는 대곡~소사 구간과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다. 운영 구조가 달라지면 안전의 수준도 달라진다.
비정규직으로 떼우고, 단협 해지로 겁박하고
열악한 환경을 버티지 못한 숙련 노동자들이 하나둘 현장을 떠났다. 그런데 서해철도가 택한 해법은 처우 개선이 아니었다. 단기 비정규직으로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었다. 작년에는 아예 계약직 노동자의 정년만을 일방적으로 연장해 모회사 정년 퇴직자를 대거 채용하려는 시도까지 있었다.
노동조합이 시민 안전과 직결된 업무의 비정규직 확대를 거부하자, 사측은 단체협약 해지를 통고했다.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 끝에 비정규직 확대는 저지됐고 단협 해지 통고도 철회됐다. 그러나 처우는 여전히 제자리다. 역사 곳곳의 누수는 방치돼 있고, 에스컬레이터는 고장난 채 멈춰 서 있다. 숙련 노동자들은 지금도 서해선을 떠나고 있다.
민간철도 부실운영방지법, 지금 당장 제정하라
민자철도 서해선에서 드러난 다단계 위탁구조는 법 제도와 정부 정책의 문제다. 정부는 서해선 소사-원시구간의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면서 책임까지 함께 넘겨버렸다. 그 틈새를 민간의 이윤 추구가 채웠다. 철도가 돈벌이 수단이 되었고, 공공기관마저 그 구조에 올라탔다.
하루 7만 명이 이용하는 노선에서, 노동자가 안전하지 않으면 시민도 안전하지 않다. 민간철도 부실운영방지법 개정이 필요하다. 위탁 단계별 책임 소재, 최소 인력 기준, 시설 투자 의무를 법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서해선의 오늘은 다른 민자철도의 내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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