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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스의 '올해 안' 사드 배치, 차기 정부와 재협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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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스의 '올해 안' 사드 배치, 차기 정부와 재협상 가능성?

[현안진단] '미친 개' 매티스, 별명과는 달랐다

지난 2월 2일부터 4일까지 매티스 미 국방 장관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2주 만의 일이었으며, 매티스 국방장관의 첫 해외순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행정명령의 형태로 본인의 공약을 일사천리로 추진해 온 경위를 볼 때, 매티스 장관이 움직인 이 타이밍은 이 지역에서 불길한 긴장을 고조시키기 충분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한국과 일본의 방위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면서 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내보였는가 하면, 북핵에 대해서는 독자적 핵 개발로 대응할 것을 요구하는 등 기존의 동맹을 뒤흔드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티스 장관 자신도 청문회 자리에서 대북 선제공격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었다. 지난 1월 21일,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옵션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매티스는 "어떤 것도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런 일들이 전해지는 가운데, '미친개'라는 별명을 가진 매티스의 동아시아 나들이가 어떤 풍파를 몰고올지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매티스의 행보는 의외로 차분했다. 매티스가 남긴 공식 발언들만 추려 보면, 대체로 세 가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북 선제공격과 관련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둘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는 '올해 안'이라고 하여 기한에 여유를 두고 있었다. 셋째, 한·미·일 3국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제임스 매티스(왼쪽) 미국 국방장관이 3일 서울 삼각지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에 앞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첫 번째 메시지, 매티스의 공개 발언에서 빠진 대북 선제공격론

우선 매티스는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은 자주 도발적인 방식으로 행동하고,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김정은은 예측불허"라고 경계하면서도, 그 이상의 자극적인 말로 몰아붙이지는 않았다. 방한의 목적에 대해서도 매티스는 북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듣기 위한 여행(listening tour)이라고 그 의미를 한정했다.

이번 방문이 북한에 대한 모종의 행동을 조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을 피하려는 인상을 준 것이다. 이것이 매티스 방한에서 읽어내야 할 첫 번째 메시지이다.

서울에 온 매티스는 선제타격 옵션을 언급하는 대신 "북핵 문제를 미국 안보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고 하여,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북한의 "어떤 핵무기의 사용에 대해서도 효과적이며 압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핵우산, 재래식 타격 능력, 미사일 방어 등 신3축체제(New Triad)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매티스는 "북한의 위협적 수사와 안정을 해치는 행동으로 인해 우리는 한국 국민, 한국 국민과 함께 서 있는 우리 병력의 보호를 위해 매우 효과적인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사드 배치 등을 비롯한 방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하여 사드 배치를 예정대로 추진해 나갈 것을 확인했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 이후 우리 국방부는 사드가 오로지 대북 미사일 방어수단이며, '올해 안에 배치 운용할 수 있도록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 메시지, '올해 안' 사드 배치로 신정부와의 재협상 가능성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확인된 것은 계획대로 사드 배치가 추진된다는 것이지만, 배치 시기에 대해서는 '올해 안'이라고 밝히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는 오히려 미국이 현 정부를 상대로 결론을 내려고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것이 매티스 방한에서 읽어내야 할 두 번째 메시지이다.

이는 미국이 사드 배치 문제를 다음 새 정부에게 부담으로 넘기고, 이를 지렛대로 길들이기를 시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바로 그렇기에 한국 입장에서는 재협상의 가능성도 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침 한미국방장관 회담이 열리던 3일 롯데 이사회가 사드 부지 교환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함으로써 물리적 조건 때문에라도 사드 배치가 지연될 가능성이 생겼다.

롯데 측과 국방부는 2016년 11월 16일 성주 롯데골프장과 경기 남양주 군 소유 부지를 교환하는 데 합의했고, 이달 안으로 계약을 맺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11월 말부터 롯데그룹 계열사 중국 사업장을 상대로 세무조사와 위생 및 소방 점검을 전방위적으로 실시하며 롯데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을 애써 외면하기는 쉽지 않게 된 것이다.

세 번째 메시지,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강조

매티스는 사드 '조기' 배치에 유연성을 보이는 대신, 한미동맹이 한국 방어를 넘어 지역방어를 위한 동맹임을 강조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민구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매티스는 한미동맹이 "아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뒷받침하는 핵심축(linchpin)"이라고 표현하면서 오바마 정권 때부터 사용했던 핵심축이라는 용어를 빌어 한미동맹의 큰 틀이 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모두발언에서 매티스가 한 말과 함께 보면 그 의미가 명확해진다. 매티스는 한미동맹의 상호지원(mutual supporting)과 협력정신(a spirit of collaboration)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과 일본과의 3자 협력기회를 강화하겠다고 발언했다. 이것이 매티스 방한에서 주목할 세 번째 메시지이다.

매티스와의 회담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 설명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매티스는 '사드가 중국이 아닌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대해 함께 설명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 국방부도 중국을 의식하여, 사드가 '자위적 차원'에서 배치되는 것이며, '오로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체계'임을 강조하며, 매티스와의 회담에서 언급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유용한 역할'임을 확인하고자 했다.

트럼프의 일관된 대(對) 중국 메시지

트럼프 당선으로 세계가 불확실성의 시대에 돌입한 가운데, 트럼프가 발해 온 대 중국 메시지는 비교적 일관되어 있다. 미국이 손해를 보는 경제질서와 관련해서는 현상의 변경을 요구하지만,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안보질서는 현상의 변경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의 전화회담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현상변경을 요구한다면, '하나의 중국'을 전제로 성립한 전후 동아시아 질서 전체의 변경을 각오하라'는 메시지였다. 대 중국 우위를 위해 유지되어야 할 현실의 하나가 오바마 정권에서 추진해 온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며, 그 완성이 바로 한·미·일 3국 협력체제이다. 중국은 매티스의 한국, 일본 방문을 이러한 맥락에서 보고 있으며, 사드 배치가 지니는 의미도 그러한 맥락에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매티스의 방일에서도 미국의 의도는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매티스는 미일 동맹의 확고함을 과시했으며,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과의 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매티스는 센카쿠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가 '미일안보조약' 5조의 적용대상임을 확인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2014년 4월 일본을 방문해서 '센카쿠열도를 포함한 일본의 사정권이 미치는 영토가 '미일안보조약' 5조의 적용대상"임을 확인한 것을 승계한 것이었다.

▲ 한국 방문이후 일본 도쿄로 건너간 제임스 매티스(왼쪽) 미국 국방장관이 4일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매티스 방일을 계기로 미국의 확장억제 문제에서도 미국의 핵우산에 의한 일본 방위를 재구축하는 방향에서 최종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해진다. 기시다 후미오 외상과의 회담에서는 동아시아 정세에 대해 토의하면서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방어논리와 함께 한·미·일 3국 협력 틀에 대해 언급이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행보를 통틀어 볼 때 매티스의 한일 순방은, 이미 지역동맹으로 기능하기 시작한 미일동맹에 한미동맹을 결합시켜, 한·미·일 3국 동맹체제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드는 그런 '큰 그림' 속에 놓여진 '바둑알'인 것이다.

매티스의 한일 순방에 반발하는 중국

과연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신화통신>은 매티스의 행보를 통해 "미국은 이 지역에 '위험한 첫 만남'이라는 선물을 건넸다"고 보도했고, <환구시보>는 "'북한 말고 사드를 두려워할 나라는 없다'는 매티스의 말을 중국은 믿지 않는다"며, "미국이 위험한 놀이를 하겠다면 중국은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한-미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데 견결히 반대한다. 이 입장은 변한 적이 없고 변할 리도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배치 프로세스를 중단하고 잘못된 길에서 계속 멀리 가지 말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즈>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왔지만, 트럼프의 취임으로 오히려 한반도가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되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중국의 격한 반응은 매티스가 한일을 순방하는 이면에서 중국 문제를 둘러싸고 트럼프의 대 동아시아 정책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백악관 선임고문이자 수석 전략가인 배넌이 국가안보위원회 참석자가 된 것은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위협적인 일이다.

배넌의 세계관에서 볼 때 이슬람과 중국은 팽창주의 세력으로 미국이 단호한 태도로 그 전진을 막아야 할 대상이다. 또한 그는 미국과 서방측이 이슬람 및 중국과 '실존하는 글로벌 전쟁'을 전개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실제로 2016년 3월 한 라디오쇼에서 미국은 "5년에서 10년 사이에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전쟁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배넌만이 아니다. 그보다 덜 격한 어조이긴 하나, 틸러슨 국무장관도 남중국해에 있는 인공섬 7개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중국과의 대결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배넌과 다를 것이 없다.

러시아의 어정쩡한 반발과 '매개하는 외교'의 기회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러시아도 반발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대사는 매티스 방한에 맞춰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 배치가 이루어지면 러시아는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한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경고'했다. 티모닌 대사는 사드 배치가 글로벌 미사일방어의 일환으로 러시아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는 러시아의 입장을 전하며,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해서도 이해를 표시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에는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러시아는 한러 양국 경제 협력이 사드 배치 문제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티모닌 대사는 "러시아를 주축으로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가 참여하고 있는 유라시아 경제연합(EEU)과 대한민국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준비과정이 지금 시작단계에 있다"면서 이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

이러한 티모닌 대사의 대응에 사드 문제를 풀어갈 힌트가 숨어 있다. 즉 동아시아에서 실질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가운데 대립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다. 한중FTA에 더해 한일FTA를 체결하여 중국과 일본을 매개하는 것, 중국 중심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미국을 대신해일본이 주도하려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매개해 동아시아에서 자유무역의 기회를 증진하는 것과 같이 '매개하는 외교'를 한국이 주도해 나가는 것이다.

▲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 ⓒ연합뉴스

제대로 된 선택으로 트럼프의 불확실성을 넘자

한국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는 역설적이게도 트럼프 취임 이후에 더 커지는 것 같다. 매티스 장관의 적절한 발언 수위를 증명하려는 듯, 트럼프 출범과 매티스 방한에 대해 북한은 '도발적인 징후'를 보이고 있지 않다.

한편에선 공포정치의 행동대장인 김원홍 보위상의 전격 해임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장성택을 처형한 주역인 김원홍의 해임은 체제 불안정성의 가중을 전망케 하는 것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해임 이유 가운데 하나가 '고문 등 인권유린'이라는 점에 주목하면, 북한은 공포정치 이미지를 완화시킴으로써 미국과의 대화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트럼프 취임 이후 혼란을 보이고 있는 미국 정치도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트럼프가 발동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은 시애틀 연방지법이 잠정중지를 결정하고 나서 급제동이 걸렸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행정명령에 대해서도 공화당 내에서 반대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멕시코가 비용부담을 거부하는 가운데, 장벽 설치에 드는 막대한 예산이 미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호주와는 지난해 맺은 난민수용에 대한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하여 충돌하고 있으며, 이란에 대해서도 각종 제재를 추가하며 핵합의를 파기로 몰아가고 있다.

트럼프의 이러한 막무가내식 행보는 미국적 가치를 훼손하고 미국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미국 국내에서 커다란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이게도 미중의 정면충돌을 지연시켜줄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트럼프를 압박하면서도 미국의 반트럼프 정서 확산에 기대기 위해서라도 그 수위를 조절해 나가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매티스의 방한은 이러한 타이밍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 메시지를 읽어보면, 매티스는 한국의 외교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세우기보다는 출구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드를 들고 중국을 상대로 한 한·미·일 3각 안보체제의 전선에 서서 평화통일의 꿈을 접고 국력의 소모를 강요당할 것인가, 아니면 '매개하는 외교'로 북한의 연착륙을 유도하며 새로운 질서형성을 자임할 것인가?

민족의 운명을 가를 결정적 선택을 앞두고 다행히도 낡은 정부의 기능이 정지되고 새로운 정부의 출현이 다가오고 있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헛되이 날려버리지 말고, 새 정부가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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