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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박근혜· 황교안 동시에 잡는 덫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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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박근혜· 황교안 동시에 잡는 덫을 놓았다

이규철 특검보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압수수색 협조공문 보낼 것"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본격적으로 청와대를 압박하고 나섰다. 노련하게 정치적 부담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안겨줬다. 황교안 총리가 특검이 요청한 청와대 압수수색을 허가하면,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와 기소를 앞두고 필요한 자료 확보에 나설 수 있다. 황 권한대행이 거부하면, 정치적 부담은 오롯히 황교안의 몫이 된다. 대선 주자 황교안의 선택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3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특검은 통상 일주일로 돼 있는 압수수색 영장 유효기간을 1차 수사 기한이 만료되는 오는 28일까지로 발부받았다.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압수수색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압수수색을 허가해달라는 공문을 정식으로 발송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후에도 청와대 압수수색을 계속 시도하겠다는 의지다. 이날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는 청와대 측의 거부로 오후 3시께 철수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철수 직전 언론 브리핑에서 "청와대 압수수색 관련, 특검은 오늘 오전 10시 민정수석비서관실을 비롯해 청와대 내 각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와대 관계자에게 제시했으나 오후 2시께 청와대는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111조를 근거로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청와대가 군사시설이고 공무상 비밀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 압수수색 대상과 장소를 최소화했으나 불승인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형사소송법 110조 1항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근거를 내세우고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검찰 특수본에서 청와대를 압수수색할 당시, 제출한 불승인 사유서와 동일한 내용이다.

압수수색은 원래 불시에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특검은 압수수색을 대대적으로 알리며 청와대로 진격했다. 이는 그간 단 한차례도 압수수색을 허용하지 않았던 청와대와의 기싸움이, '정치의 영역'이라는 점을 상정하고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내곡동 사저 특검'을 비롯해, 최근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 등에 있어서 압수수색에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다.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정치 게임'으로 끌어 올렸다.

특검 '황교안 대행에 협조요청 공문 제출할 것"

이날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에는 청와대와 관련한 모든 피의 사실이 포함돼 있다. 압수수색 장소 역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경제수석실 등 대부분이 망라돼있다. 특검팀은 뇌물수수 외에도 직권남용 등 박근혜 대통령이 받는 모든 혐의를 영장청구서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특검보는 "오늘 현장에서 철수하면 특검은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한 청와대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의 상급기관으로 돼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부적절함을 제기하며 협조요청 공문을 제출할 것"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압수수색을 어떻게 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막는 것은 공무집행방해라는 지적을 두고 "특검이 판단하기에도 군사상, 공무상 비밀장소라 하더라도 국가 중대이익을 침해하지 않을 경우, 책임자가 (압수수색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면서 "(압수수색이) 어떤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지는 여러 사유를 들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특검보는 "하지만 불승인 사유서에는 어떤 것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지가 명시돼 있지 않다"면서 "이와 관련된 해석을 두고 특검과 청와대가 대립하기에 양측이 아닌 제3기관이 (압수수색이)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하는지 해석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검은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막는 행위가 공무집행 방해인지 아닌지 여부도 추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박근혜 정조준한 특검, 그 결과는?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해 온 특검팀이 청와대 압수수색 카드를 꺼내면서 사실상 이번 수사의 정점인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셈이다. 이 특검보가 영장에 기재된 박 대통령의 혐의내용을 밝히진 않았으나 특검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박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의 피의자로 입건된 사실은 명확해졌다. 그간 특검은 박 대통령을 입건했는지 여부를 확실히 밝히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날 청와대에서 철수한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공문을 보낸다는 방침이다. 만약 황 권한대행이 압수수색을 반대할 경우, 28일까지가 시한인 압수수색을 재차 진행하면서 청와대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도 특검팀은 청와대 압수수색 진행 여부와 상관없이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는 그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여러 방향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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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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