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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공짜밥"이라고? 기본소득은 권리다

[초록發光] "물고기 잡는 법 아닌, 물고기를 그냥 줄 때다"

"왜 부자에게도 밥을 주느냐?"

홍준표 도지사가 무상급식을 반대하면 내세운 논리다.

"과잉복지는 반드시 증세를 가져오거나 미래세대에게 무거운 빚을 지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책임지고 물러나면서 한 발언이다. 이 두 가지는 보편복지를 비판하는 대표적인 논리다. 그러나 세금을 낸 사람이 그로인해 혜택을 받는 건 당연하다. 또한 복지를 위해서는 세금이 필요하다. 두 논리는 분배에 관심 없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일 뿐이다.

"국민은 공짜밥을 원하지 않습니다."

최근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안희정 충청남도 지사의 일성이다.

이재명 시장의 기본소득 정책을 겨냥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밥 벌어먹기 위해 임금을 주는 노동을 원한다. 그러나 저성장이니, 일자리 감소니, 최악의 청년실업이니 갖가지 지표는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어쩔 수 없이 공짜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된다. '임금노동'만이 노동이라는 오래도록 각인된 DNA만 강조한다면 안희정 지사와 같은 사고는 단박에 떨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공짜밥' 한 마디로 안희정 지사를 평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몇 가지 따져볼 것이 있다. 이재명 시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제안했던 부분적 기본소득 정책, 일명 '한국형 뉴딜 성장 정책'의 모형은 2016년 한 해 동안 진행했던 청년배당과 유사하다. 만 30세 이하의 아동 및 청년, 65세 이상의 노인, 농어민, 장애인 등에게 연간 100만 원(월 8만3333원)을 현금이 아닌 골목 상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의 형태로 지급한다는 구상이다.

성남시의 청년배당도 만19세에서 만 24세까지 1만1300명의 청년에게 연간 100만 원의 상품권을 지급한다는 계획이었다. 청년배당을 조금 더 확장한 것이 '한국형 뉴딜 성장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안희정 지사가 생각하듯이, 청년배당 대상자들이 '공짜밥'이라는 인식으로 청년배당을 받았을까? 청년배당이 과도한 예산집행이라고 판단한 청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녹색전환연구소와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가 청년배당 대상자 500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7.3%의 청년들은 매우 적절한 예산집행이라고 답했고, 54.6%의 청년들은 어느 정도 적절한 예산집행이라고 답했다. 약 92%의 청년들은 청년배당을 '공짜밥'이라는 인식보다는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같은 설문에서 84.5%의 청년들은 조건 없이 동일한 금액을 지급한 방식에 대해서도 적절했다고 답했다. 선별적 복지보다 보편적 복지에 더 우호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국민기초생활수급자는 164만여 명이었다. 정부는 이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들과 유사한 처지에 놓여 있지만, 혜택을 받지 못하는 400만여 명의 사각지대 사람들이 있다. 이렇듯 기준의 모호함은 불가피하게 차별과 배제를 불러온다. 선별적 복지정책이 극복하지 못하는 맹점이다.

안희정 지사가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국민들은 '공짜밥' 프레임을 조금씩 무너뜨려 왔다. 2010년 지방선거 무상급식 논쟁이 보편복지를 체화하는 시발이라고 본다면 7년이 흐른 셈이다. "복지 = 공짜"라는 도식에서 "복지 = 권리"라는 인식으로 확장되는 과정이다. 청년배당 대상자 인식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중국의 후아이디 마을은 모든 가구에게 동일한 주택을 제공하고,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한다. 1996년부터 보편의료보험 실시했고, 여자는 50세부터, 남자는 60세부터 한 달에 2000위안(연령에 따라 증가/한화 약 34만 원)씩 노인기본소득을 제공한다. 1995년부터는 모든 주민에게 연 1500위안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데, 18세 미만은 부모의 계좌로 입금한다. 인구는 약 6000여 명이다.

중국 후아이디 마을은 미국 알래스카처럼 공공재를 통한 이익금을 공평하게 나누고 있다. 토지에 대한 지분을 공동 소유하면서, 이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마을 사람들이 합의하여 기본소득으로 제공하게 된 것이다. 이 지역을 조사한 중국의 청 푸루이 박사는 "후아이디의 기본소득은 실업자에게 자유를 주고 범죄나 폭력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공공재로부터 나오는 이익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는 생각은 오래된 철학이다. 캘리포니아는 2013년부터 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인데, 캘리포니아 공공시설위원회(CPUC)는 배출권의 가치가 원래 전력회사들의 것이 아니라, 주민에게 속한다고 결정하면서 주민에게 동일한 '기후배당'을 지급하라고도 명령했다.(피터 반스, <시민배당>) 이러한 판단은 대기에서 얻은 초과이윤은 특정 개인이 차지해서는 안 된다는 '공공재의 공유' 원칙을 따른다. 알래스카나 후아이디의 분배 원칙과도 일치한다.

핀란드 정부는 올해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기본소득 프로젝트를 실험한다. 실업수당 또는 노동시장보조금을 받는 만 25~58세 사람들 중 무작위로 2000명을 선발해 매월 560유로(약 70만 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한다. 이 실험이 어느 정도 목적한 바를 달성한다면, 핀란드는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의 기본소득을 실시하는 첫 국가가 될 수 있다. 이렇듯 세계는 안희정 지사가 말하는 '공짜밥'의 시대로 발을 내딛고 있다.

사회는 더 풍요롭고 더 부유해졌지만 실업과 빈곤, 복지 사각지대는 더 늘어나고 있다. 북유럽 복지국가들이 기본소득 모델로 선회하려는 이유다. 그래서 기업가이자 저술가인 피터 반스는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를'이라는 구호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하며, '모든 사람에게 비노동소득을'이라는 슬로건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그래야 자존감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제한받는지 않는다.

안희정 지사가 기본소득에 더 우호적으로 접근하길 희망하지만, 그것이 어려운 일이라면 적어도 기본소득을 시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그냥 주는 것이 더 나은 사회가 돼 버렸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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