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월 20일 세계는 전혀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든다. '미국우선주의', '백인우선주의'를 주창한 도날드 트럼프가 패권국 미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은 앞으로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돼왔던 세계적 자유무역의 추세는 역전될 것이다. 미국의 제조업 회복 및 일자리 창출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대외 군사 개입(동맹국에 대한 군사적 보호와 적대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의 과도한 대외 군사 개입이 미국 경제를 약화시켰다고 인식하고 있다. 물론 그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핵공격 위협도 불사하겠다는 극단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미국의 군사력이 어떻게 사용될지는 아무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노엄 촘스키 등 미국의 비판적 지성들은 기후온난화 위기와 미국의 경찰국가화를 트럼프 시대의 최대 위협으로 꼽고 있다. 화석연료에 의한 기후온난화를 부정하는 트럼프는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 등 화석연료 개발과 사용을 확대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로써 기후온난화는 악화되고 인류를 비롯한 지구상 모든 생물종이 절멸하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01년 9.11사태 이후, 테러 위협을 빌미로 강화돼온 정보기관의 대국민 사찰 등 미국의 경찰국가화와 민주주의의 후퇴도 우려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트럼프의 대외 개입 축소 공약이 한국 외교의 자율적 공간을 넓힐 수 있는 호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오바마 정부와는 달리 러시아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반면, 중국에 대한 견제와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그동안 미 군부와 군산복합체가 추진해온 동아시아 미사일 방어망 구축과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트럼프 시대가 불확실성의 시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프레시안>은 노엄 촘스키, 톰 엥겔하트, 월든 벨로, 이매뉴얼 월러스틴, 존 페퍼, 팀 셔록 등 세계 진보적 지식인들의 글을 통해 트럼프 시대, 세계와 한반도의 미래를 전망해 본다.
[트럼프 시대 ①] 톰 엥겔하트 : 트럼프는 전쟁의 역사가 자초한 '역풍'
[트럼프 시대 ②] 월든 벨로 : 오바마의 '경제 실패'가 트럼프를 소환했다
[트럼프 시대 ③] 존 페퍼 : "난 트럼프가 예측 가능해 불안하다"
[트럼프 시대 ④] 이매뉴얼 월러스틴 :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수 없다"
2015년 일본의 안보법제 개정과 한일 위안부 합의, 그리고 2016년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등으로 미일한 삼각 군사동맹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안보법제 개정은 일본 군대가 지구적 차원에서 미군의 협력자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 위안부 합의에 따른 한일 갈등 해소와 군사정보보호 협정은 한일 간 직접 군사협력의 길을 열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한국과 미국, 미국과 일본 등 지역적 차원에 머물렀던 양자 간 군사동맹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지구적 차원의 미일한 군사동맹으로 일체화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완성되면 한국은 미일 군사동맹의 하위 파트너로서 중국 등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행동에 참여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 2개의 중대 변수가 발생했다.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미국의 충실한 추종자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위기가 그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들의 안보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해외 군사 개입의 축소를 주장해 왔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 확실시 된다. 문제는 오바마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아시아 회귀'의 핵심, 미일한 군사동맹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이다. 한편 박근혜 퇴진이 야당 세력의 집권으로 이어진다면, 한국의 새 집권세력은 사드 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위안부 합의 등에 대해 재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일한 군사동맹 완성의 전제 조건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한반도 사드 배치를 서두르고, 최근 위안부 소녀상을 둘러싼 한일 갈등에 깊은 우려를 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일한 군사동맹의 완성 여부는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미국의 군사력이 지구적 차원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중대한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2차 대전 이후 30년간(1945-1975년)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1970년대 말부터 30년 이상 중동지역을 주요 무대로 군사행동을 해왔으나, 2010년을 전후해 다시 동아시아로 돌아오고 있다.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는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군사적 책략이다.
냉전 시기 첫 30년간 계속된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은 공산 중국의 세력 팽창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베트남전쟁에서 쓰라린 패배를 당한 미국은 1972년 중국과 화해하면서 동아시아 전쟁에서 발을 뺐다.
1979년, 당시까지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최대 군사동맹국이었던 이란의 팔레비정권이 이슬람혁명에 의해 무너지자 미국의 군사력은 중동으로 향했다. 또한 소련을 아프간 내전에 끌어들였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 직접 군사 개입을 했다가 낭패를 본 미국은 중동지역에서는 무슬림 전사라는 대리인을 앞세워 군사작전을 펼쳤다. 그 결과 소련을 붕괴시키는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으나(아프가니스탄은 '소련의 베트남'이었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대소 항전 당시 미국 편이었던 무슬림 전사들이 소련이 무너진 이후에는 미국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1년 9.11 테러는 그 절정이었다. 이에 대해 아들 부시 정부는 아프간과 이라크 점령을 통해 대중동지역 전체를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전환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했으나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북아프리카에서 아프간에 이르는 대중동지역이 무정부 상태의 혼란에 빠졌고 미국은 17년째 전쟁 중이다. 미국이 중동지역에 발이 묶여 있는 와중에 중국은 비약적 성장을 이루어 미국을 위협하는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 정책이 나온 배경이다. 트럼프 당선과 박근혜 퇴진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미일한 군사동맹 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의 독립언론인 팀 셔록은,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트럼프가 기존 정책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의 각료 인선 등에서 드러난 군부에 대한 각별한 사랑, 그리고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사우디 등 중동 왕정국가들과 함께 미 군산복합체의 최대 고객이다. 미일한 군사동맹의 포기는 군산복합체의 고객 상실로 이어진다.
그는 오히려 시민평화세력의 역할에 주목한다. 제주 강정기지 건설 및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운동을 벌이는 한국의 시민세력, 미군기지 퇴출운동을 벌이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의 평화운동이 커다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1960년대 베트남전쟁 반대운동 이후 쇠락해가고 있는 미국 평화운동세력의 분발을 촉구한다. 이제 평화는 각국 정부에게만 맡기기에는 너무나 중대한 사안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퇴진 이후 정권 교체 여부와 시민평화운동의 성패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세계의 평화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팀 셔록은 선교사의 자식으로 태어나 한국과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지난 1996년에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미국 개입의 실상을 담은 수 천 건의 기밀문서를 공개토록 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독립언론인이다.
태평양의 경찰? - 트럼프 시대, 아시아에서의 미군의 역할
미국의 군사력은 지구적 차원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현재 세계의 관심은 (2001년 이후) 미국이 온갖 전쟁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대중동지역에 쏠려 있다. 그러나 향후 미 군사력의 역할을 규정하는 핵심적 결정은 다른 지역에서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가 바로 그곳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오는 1월 20일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다. 그런데 지금은 펜타곤(미 국방부)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미일한 삼각 군사동맹이 성사되느냐, 실패하느냐가 결정되는 중대한 시기다. 과연 미일한 군사동맹은 이뤄질 것인가, 나아가 트럼프 당선자가 이 군사동맹 결성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은 향후 세계질서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또한 그 결과는 먼 미래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 해 11월 18일, 냉전 이후 가장 보수적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다. (2차 대전 이후) 일본 자민당은 미국의 가장 믿을 만하고, 지속적이며 예속적인 동맹이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한국의 지도자뿐만 아니라 아베에게도 굴욕감을 줬는데, 트럼프는 일본과 한국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신경을 더 쓰지 않는다면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과장된 위협을 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트럼프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일본과 한국의 핵 무장을 용인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점이다. 그의 제안은 일본과 한국 두 나라를 모두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특히 일본의 경우, 2차 대전 당시 미국의 핵공격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수만 명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은 적이 있다. (당시 일본에 있던 많은 한국인도 이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
일본이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매년 주일미군 유지를 위해 20억 달러를 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키나와에 4만 8000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이러한 발언을 했다.
물론 아베는 분명히 원하는 바를 달성했다. 트럼프 당선자와 아베 총리는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만나 미일 군사동맹은 안정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같은 날 남한 정부의 고위급 대표들도 뉴욕에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아베 총리 못지않게 선거 운동 기간 트럼프의 행태에 불안해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연 9000억 원 정도, 전체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의 40%에 해당하는 분담금을 내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이처럼 미군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례는 없다. 또 주한미군 사령관은 2만 8000명의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50만 명 정도의 남한 군대에 대해서도 작전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와는 달리 박 대통령의 대표단은 트럼프와 만나지 못했다. (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플린과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을 뿐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자와 10분 간 전화통화를 했다. 이 대화에서 트럼프는 한국 경제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았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당선자가 "나는 많은 한국 제품들을 사봤는데 아주 훌륭하다"고 박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서울발로 보도했다. 플린은 한국이 "핵심"적인 동맹 국가임을 재확인했다. 그래서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 간 동맹 관계가 잘 이뤄지고 있고 겉으로는 이전과 다름없어 보인다.
흔들리는 아시아
선거 이후 트럼프 당선자의 입장은 분명히 다소 누그러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선 승리는 여전히 놀라움을 야기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모든 정치 세력들이 미일 관계가 새로운 미국 대통령의 '충격파'를 견뎌낼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전 방위성 장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는 "일본은 단지 뒷전에 물러서서 미국의 요구를 수행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일 관계에 대한 이러한 목소리는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2월 7일 일본을 방문해 미일 동맹이 "다른 어떤 동맹관계와 다르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한국의 반응도 비슷했다. 보수적 성향의 <조선일보>는 지난 11월 10일 사설을 통해 "한국인들의 대부분은 우리의 친구이자 보호자였던 미국이 이제는 단지 사업 파트너가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한국 군이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예정에 없던 회의를 한 바로 다음 날이다.
트럼프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했던 말은 워싱턴도 몸서리치게 했다. 수 십 년 동안 조심스럽게 일본, 한국과 더욱 강력한 군사적 동맹을 추진해 왔던 펜타곤의 정책이 갑자기 위협 받고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일, 한미 동맹의 중요성에 회의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2차 대전 이후 미국 지배계층의 전통적 믿음, 즉 미군이 태평양을 지배해야 한다는 것, 아시아의 떠오르는 국가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진 기지로서 일본과 한국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암묵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주한, 주일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트럼프의 위협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 정책은 베트남 전쟁 종료(1975년) 이후 이 지역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미군 군대를 확충하는 계기가 됐다. 2차 대전과 한국전쟁 이후 거의 10만 명의 미국 군대가 일본과 한국에 줄곧 주둔해 왔는데,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워싱턴에서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흐트러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펜타곤의 비공식 싱크탱크라고 할 수 있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소장은 지난 11월 21일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해 아주 이상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개탄했다. 햄리의 발언은 한미 간 방위산업 협력 강화를 위한 세미나에서 나온 것으로, 그는 완곡하게 트럼프를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주한미군이 마치 한국을 위해서만 주둔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당선자는 "주한미군 철수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 침해될 것"임을 알아야 하고, 나아가 "미군의 계속 주둔을 원하는 남한의 강력한 동맹 세력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청중들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한국과 일본의 미군 기지는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배를 유지하는 전진기지로서 핵심적 중요성을 갖는다.
트럼프가 권력을 갖기 전, 못을 박아버린 삼각 동맹
지난 몇 년간 오바마 정부는 중국의 군사력 팽창과 북핵을 빌미 삼아 한국과 일본을 미국 주도 군사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미국의 태평양 지배라는 원대한 야망을 유지시키려는 책략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장애물이 있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깊은 반감이 그것이다. 일본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을 식민 지배했고, 한국전쟁 기간 동안 미국 군대에 차량과 군수 용품을 공급하면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챙겼다. 게다가 한국은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한국여성을 성 노예로, '위안부'로 데려갔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는 일본의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최근까지 미국은 미국에 고분고분한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다. 그런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려는 즈음에 박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렸다. 이러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미국 관리들은 삼각 군사동맹을 실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일본과 한국 군대가 미국의 대리인으로서 아시아에 군사적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은 일본과 한국이 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 어느 곳에서도 미국의 군사적 앞잡이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되기 직전, 미일한 군사동맹을 완성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이(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등) 빠르게 성과를 냈다. 2016년이 저물어가면서 펜타곤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로의 회귀', 그리고 (미일, 한미, 한일 군사동맹 강화를 통한)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화 등을 화급하게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가 기존 조치를 번복하거나, 박근혜 탄핵으로 (미국에 우호적인) 남한의 보수정부가 무너지기 전에 삼각 군사동맹 완성을 위한 조치들을 서둘러 취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미국과 일본, 한국은 군사동맹 강화를 위해 다음의 몇 가지 단계를 밟았다.
- 우선 지난 11월 23일 일본과 한국은 첫 번째 군사 정보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은 "날로 강화되는 북한 미사일과 핵 위협에 좀 더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협정은 삼각 군사 동맹을 강화하는 방안 중 하나로, 오랜 기간 동안 펜타곤에 의해 추진돼 왔다. 2012년 이 협정을 추진하려다가 실패했을 때부터 미국 관료들은 한일 양국을 다시 협상 과정으로 되돌려놓기 위해 노력했다.
- 다음으로 중국과 북한을 겨냥해 해군에 기반을 둔 이지스함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을 통해 워싱턴과 도쿄, 서울을 연결할 예정이다. 당연히 이는 중국의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한국의 시민사회에서는 자국이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편입되는 것을 비판하며, 제주도 해군 기지 건설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제주 강정에서 해군기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최성희 활동가는 내가 제주도에 방문했을 때 "MD는 삼각 동맹의 핵심 이슈다"라고 말했다.
- 이와 함께 2015년에는 일본의 안보 법제에 역사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일본 군의 해외 파병이 가능해진 것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미국이 오랜 동안 추구해왔던 변화였다.
- 한편으로 미국은 B-2 폭격기 출격을 포함, 북한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압력을 높이고 있다. 북한의 '독재자'인 김정은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에 대한 독자 경제 제재를 강화했다. 게다가 한국과 진행하는 연례 합동군사훈련에서 북한의 핵 시설을 선제 타격하고 김정은을 "참수"하는 훈련을 포함시켰다. 이전에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던 '레짐 체인지'(체제 전복)라는 단어까지 꺼내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굳건하게 지지했을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는 펜타곤에 대해 보다 더 강경한 대응을 요청하기도 했다.
- 그리고 펜타곤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남한 배치를 결정했다. 이는 중국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지난 11월 중국은 사드 배치의 최종 결정 여부는 향후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풍향계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일본에도 미국의 사드 포대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의 영자 신문인 <재팬타임스>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미일한 3국 간에 효율적인 사드 운용과 정보 공유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일본에 대한 사드 배치 등 미일한 통합 미사일방어망 구축은 말할 필요도 없이 미국의 군산복합체에 엄청난 이득이 된다. 미사일 방어체제(MD)는 미국의 군산복합체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주요한 수단이다. 특히 사드 시스템과 이지스함을 만든 록히드마틴 같은 회사에게는 '노다지'나 다름없다. 이러한 산업 부문에서의 협력프로젝트는 삼각 군사 동맹 발전에 의해 더 강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록히드 마틴은 한국 및 일본과 이지스함의 MD 확충을 위한 4억 9000만 달러짜리 계약을 성사시킨 후 이 거래가 "성공적인 공동 MD 훈련을 가져올 것이다. 미사일 위협을 탐지하고 이를 쫓는 데 있어 세 국가의 이지스함은 정보를 공유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군사전문지 <성조지>(stars and stripes)는 지난 6월에 이러한 훈련이 열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체는 "북한의 공격에 대비해 두 아시아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훈련 내용을 소개했다.
물론 이 중에 어떤 것도 미 대선 기간 중 토론 주제로 올라온 것은 없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이 '매파'로 불리는 공화당의 외교 안보 정책 집행자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같은 사람의 지지를 받아낸 이유 중 하나는, 클린턴은 아시아로의 회귀를 확실하게 지원했고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군사 동맹을 강화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클린턴은 삼각 동맹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장시키려 했고 중국과 북한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지속하려 했다.
이제 펜타곤은 도널드 트럼프가 타이완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전화를 받은 이후 중국과 언쟁을 벌인 것처럼, 앞으로도 트럼프가 계속 중국과 갈등을 빚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에는 두 가지 정치적인 '구멍'이 있다. 일단 주일미군과 관련, 오키나와 주민들의 저항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엄청난 정치적 저항은 박근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이는 그동안 한미 양국이 유지했던 협조 관계가 끝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의 경찰과 강도
1991년 냉전이 끝나면서 아시아에 미군이 주둔해야 하는 이유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미국 정부는 더 이상 "미군은 아시아에 주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주한, 주일 미군의 존재 이유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정부는 아시아에서의 영구적인 미군 주둔을 위해 "지역 안정"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동아시아 안정을 위해 미군 주둔이 필연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역사학자인 찰머스 존슨은 2000년 펴낸 저서 <블로우백 : 미 제국 건설의 비용과 결과>에서 이러한 주장을 편 이데올로그들의 입장을 잘 정리했다.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와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그들이다. 나이는 카터 정부 때 국방부 부차관보를 역임했고 아미티지는 레이건 정부 때 비슷한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나이는 1995년 쓴 글에서 아시아에서의 미군이 "동아시아의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는 산소와 같은 역할(지역 안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냉전 종식과 함께 동아시아 미군 주둔의 명분이 '반공'에서 '지역 안정'으로 바뀐 것이다)
'지역 안정'이란 사실상 미국의 태평양 지배를 뜻하는, 애매하지만 포괄적인 용어다. 그리고 20년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도 미국의 아시아 회귀를 정당화하는 핵심 명분으로 이용되고 있다. 애쉬턴 카터 국방부 장관은 최근 <포린 어페어즈>에 기고한 글에서 "미군의 모든 항구 방문, 비행 훈련, 군사 훈련 및 작전은 '아시아‧태평양의 안정'이라는 옷을 만드는 한 땀 한 땀의 '바느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곧 미국이 태평양과 세계의 경찰로 남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세계와 태평양의 경찰이 될 수 없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누군가가 바로 일본이다) 냉전 종식 직후부터 오늘날까지 미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대해 '평화 헌법'을 느슨하게 만들라고 압박해왔다. (이 헌법은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일본을 점령한 기간 동안 만들어졌다.) 또 일본 군대가 미군과 함께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5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안보와 관련된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이 계획은 마침내 결실을 봤다.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을 촉진하게 된 사건이 있다 : 미국과 일본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원전 사고에 공동으로 대응했다. 미군은 비상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당시 이 작전을 "도모다치(친구) 작전"이라고 불렀다. (후쿠시마 사태가 미국과 일본을 이전보다 더 가까운 친구로 만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후 새로운 안보 법제의 필요성을 설득시키기 위해 후쿠시마에서의 미일 공동 대응을 활용했다. 그는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가져야 할 때가 왔다고 말하며, 일본의 자위대가 세계의 다른 곳에서 미국을 도와주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맞다고 주장했다. 이전에 자위대는 일본 인근에서만 다른 국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일본의 새로운 안보 법제가 가져다 준 실제 효과는 2016년에 나타났다. 미군과 일본군은 9월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일본의 자위대가 세계 어디서든 미군에 연료와 탄약을 제공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상호군수지원협정에 서명했다. 이로써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새로운 협정에 들어가기에 앞서 아베는 나이와 아미티지로부터 정치적인 응원을 받았다. 나이와 아미티지는 2012년 "미일 동맹, 아시아의 안정이 이에 달려 있다" 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당시 "도모다치 작전"에 주목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금지"가 "양측 군사 동맹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2011년 원전 사고에 대해 그들은 "양국 군대가 어떻게 하면 유사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집단적 자위권의 변화는 "양국 군이 평시, 긴장, 위기, 전쟁 등의 다양한 상황에서 충분히 협조해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첫 단계로 그들은 일본이 "필요할 때 군대를 통해 다른 국제적인 평화수호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인 구조를 확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건 2015년 아베가 말한 안보법제 개정의 정확한 포인트다.
아베가 트럼프와 만난 지 사흘 뒤인 11월 21일 일본 자위대의 첫 번째 분담 업무는 "해외의 구조 작전 및 보호와 연관돼 있는 곳에서 적의 전투부대에 대항해 군사 작전을 벌이는" 것이었고, 작전 장소는 아프리카의 남수단이었다. 그들은 유엔 평화유지군으로서 임무에 참여할 예정이다. 일본의 많은 대중들 사이에서 상당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오랜 시간동안 나이와 아미티지가 추구해 왔던, '미국이 이끄는(그리고 일본, 한국 등 동맹국이 참여하는) 지구 방위'의 꿈이 모든 준비를 마치게 됐다.
아베의 자민당은 오키나와를 미국 해병대의 주요 전진기지 중 하나로 고정시킴으로써, 태평양에서 미국 전략의 또 다른 '기둥'으로 중요성을 가지게 됐다. 1990년대, 미 해병 병사에 의해 오키나와의 한 여학생이 강간 및 살인을 당한 이후 미군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미국은 후텐마 미군 기지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해병대를 괌으로 옮기려고 했다. 그러나 교섭은 오래 걸렸고, 부시와 뒤이은 오바마 정부의 강력한 압박으로 후텐마 기지를 축소하는 대신 오키나와의 다른 지역인 헤노코만에 새로운 기지를 세우는 것으로 낙착됐다. 이에 오키나와 현지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주민들은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아베 정부는 이 계획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거의 매일 전투를 벌여 왔다. 특히 트럼프가 당선되기 몇 달 전부터 상황은 매우 심각해졌다. 그런데 남한의 정치적 상황 역시 이와 유사하다.
긴장의 상승
일본에는 4만5천명의 미 공군, 해군, 지상군 병력이 있다. 하지만 남한은 (일본 못지않게)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남한은 아시아 본토(mainland)에서 미 지상군을 수용하는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호전적 북한, 그리고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남한을 보호하기 위해 미군 주둔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시아 다른 지역에 대한 "전 지구적 군사력 투사"를 위한 교두보로서 미군의 한국 주둔을 절실히 원한다.
2007년에 세워진 미군 싱크탱크 '새로운 미국 안보센터'(New American Security)에서는 펜타곤의 관점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남한은 아시아 대륙에서 미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의 존재는 한국을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핵심적인 지정학적 '교두보'로 자리매김 한다. 둘째로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북한 문제를 다루는 핵심 수단이다. 동맹의 주요한 목적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미 동맹은 미국과 한국이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질서 형성에 공헌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수단이며,그 안에서 각각의 역할이 있다."
이러한 계획이 나오게 된 촉매제는 물론 북한이다.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 문제야말로 미국이 대외 영역에서 직면한 가장 어렵고 힘든 문제라고 평가한다. 지난 몇 년간 오바마 정부는 북한이 먼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어떤 종류의 대화도 하지 않겠다고 밝혀 왔다.
사실 2009년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한은 꾸준히 군사 능력을 개선시켜 왔다. 4번의 핵실험을 했고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도 개발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펜타곤은 군사적 대응을 조금씩, 꾸준히 향상시켜 왔다. 한국군과 함께 매년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했고 가끔 한국의 영공에 핵 전폭기를 띄우기도 했다.
이러한 행위는 북한-미국, 중국-미국 간 긴장을 고조시켰다. 또한 그 과정에서 남한에서는 강력한 반정부 운동이 일어났다. 만약 펜타곤이 오랜 기간 추진해온 한일 정보 협정이 정말로 북한과 갈등으로 이어진다면, 남한 야당과 많은 시민들의 엄청난 반대가 일어날 것이다. 이들은 사드에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흔들리면서 이제 펜타곤은 자신들에게 호의적이었던 정책들이 탈선할 수 있겠다는 걱정을 하게 됐다. 더 나쁜 것은 올 1월 취임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차기 한국 대통령이(둘 모두, 또는 그중 하나가) 그동안 진전돼 왔던 전략 삼각 동맹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존 햄리 CSIS 소장의 지난 10월 헤리티지 재단에서의 연설 이면에는 이러한 두려움이 잠복해있다. 그는 남한에서 이와 관련된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햄리 소장은 "우리는 (사드 배치 등 미일한 삼각 군사동맹 구축이) 한국의 대선에서 이슈가 되지 않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며 "'미국이 문제'라는 한국 내 좌파 정당들의 강력한 압박이 있다"고 말했다.
12월이 시작되면서 햄리의 지적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USA 투데이>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전 국민적 반대운동이 한국의 국가적 우선순위를 바꾸어 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친미 외교 정책은 위험에 빠졌다. 국정 농단 스캔들로 박 대통령이 쫓겨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라고 보도했다.
CNBC는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키려는 세력들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 기술을 들여오겠다는 남한의 약속"이 박근혜 정부가 무너지면서 "허물어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비난의 물결이 커지는 것을 깨달은 펜타곤은 사드 배치에 더 열을 올렸다. <연합뉴스>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당하거나 사임을 해도 사드를 배치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 국방부 관계자가 "사드 배치는 지속할 것이고 계획보다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의 대안은 있는가?
물론 도널드 트럼프가 이러한 이슈들을 어떻게 다룰지는 의문이다. 선거 기간 동안 그는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과 직접 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은 과거에 많은 한국 전문가들과 미국 관료들이 고려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트럼프와 그의 보좌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트럼프와 그의 외교안보 참모들이 지금까지 일본과 한국의 정부에 반복적으로 말했던 것을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트럼프 정부는 미일한 삼각 군사동맹의 전복 혹은 이 지역에서의 미국 안보 정책 약화 등을 위한 극적인 움직임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는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육군 출신의 마이클 플린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해병 출신 제임스 매티스를 국방장관에 임명하는 등 펜타곤과 군 장성 출신의 터프한 인물들을 좋아하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기존 동아시아 군사정책을 뒤집을 것 같지는 않다. 기존 정책의 번복은 그동안 미 군산복합체에 엄청난 이득을 안겨줘 왔던 꿀단지를 걷어차 버리는 동시에 지난 30여년간 펜타곤이 집요하게 추진해 왔던 미일한 삼각 군사동맹이 막 성사되려는 찰나에 이를 무산시켜 버리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는 오바마 정부와 이전 펜타곤 관리들로부터 향후 북한(의 핵증력 증강)이 미국의 군사적인 대응을 필요로 하는 "폭발적인" 상황을 야기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는 확실히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다. 지금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대외 정책에) 가장 확실한 반대자들은 남한의 민주 세력과 헤노코 미군기지 건립 반대 운동을 주도하는 오키나와 주민들, 그리고 미국의 평화운동가들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펜타곤이 아시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동안, (1960-70년대 반전운동의 기수였던) 미국의 평화운동 세력들 대부분은 베트남 전쟁 이후 수 십 년 동안 아시아에서 떠나 있었다.
트럼프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안보 정책에 대한 '대안 찾기'를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 일본, 한국과 공평한 동맹 관계를 추구하면서 북한, 중국과의 갈등 관리에서 변화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비록 동아시아의 안보가 유동적이긴 하지만, 서울과 한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촛불 시위는 우리에게 그 길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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