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이 세계 2차대전 당시 A급 전범들이 합사돼있는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했다. 미국 진주만을 방문해 '역사 화해'를 부르짖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행보에 진정성이 결여돼 있었음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29일 오전 이나다 방위상은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에 위치한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했다. 그는 방위상에 취임하기 전부터 일본이 벌인 2차 대전이 '침략'인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나다 방위상은 지난 2012년 한 월간지와 인터뷰에서 "야스쿠니 신사의 영령을 달래지 않으면 안전보장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방위상에 취임하기 전 중의원 재직 시절에도 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며 강성 우익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지난 28일 오후에는 이마무라 마사히로(今村雅弘) 부흥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 이후 현 일본 정부의 각료들이 약속이나 한 듯 잇따라 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아베 총리가 27일(현지 시각) 미국 진주만을 찾아 2차 세계대전으로 희생된 영령을 위로한 것은 일본 국익을 위한 외교적 '이벤트'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전쟁을 다시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부전(不戰)'의 맹세를 강조했다. 그런데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각료들은 세계 2차대전 전쟁 범죄자들을 참배했다. 역사적 문제에 대한 '기만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아베 총리와 정부가 이같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전범국가에서 보통국가로 탈바꿈하겠다는 숙원을 이루기 위해 당시 전쟁 상대였던 미국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아베 총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기간 미국의 힘을 등에 업고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중국을 견제했고, 보통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조치들을 차근차근 진행해 왔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일본의 이러한 목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자와 양자회담을 가졌고, 진주만을 찾아 희생자들을 위로하며 미일 관계 관리에 잰걸음을 보였다.
한편 외교부는 29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나다 방위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두고 "과거 식민침탈과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 역시 "우리 정부가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함을 수차례 강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방위대신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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