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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승리, 박근혜 '효도 교과서' 사실상 폐기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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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승리, 박근혜 '효도 교과서' 사실상 폐기될 듯

국정 교과서 사실상 철회 "2018년부터 국검정 혼용"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고집을 꺾었다. 당장 2017학년도에 실시하기로 했던 것을 2018학년도로 미루고, 국정 교과서와 검정 교과서 중 선택하도록 한 것.

2018학년 적용은 사실상 다음 정부에 맡기겠다는 뜻으로, 박근혜 정부 최대 사업이었던 국정 교과서가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 밀려 사실상 좌초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우선 국정 교과서 현장 적용 시기를 당초 2017년 3월 1일에서 2018년 3월 1일로 1년 늦췄다. 이 장관은 현장 적용까지 여유가 생긴 만큼 국정 교과서의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또 2018학년도엔 국정교과서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된 검정 교과서 가운데 일선 학교가 택일하도록 했다. 각 학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를 거쳐 최종 선택 권한을 갖는다.

당장 2017학년도에는 종전대로 검정 교과서가 주 교재로 사용된다. 국정 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의 경우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 교과서를 주 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와 검정 교과서를 혼용해 사용할 수 있도록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검정 교과서의 개발 기간은 1년 6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시행령 개정까지 40~50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집필 기간은 최대 14개월로 잡았다.

국정 교과서와 검정 교과서가 혼용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 과정에서의 혼란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 총리는 "수능은 2009 개정교육과정과 2015 개정교육과정의 공통 범위 내에서 출제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국정-검정 혼용? 사실상 '국정제 철회'

교육부 방침은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압도적인 반대 여론을 다분히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이날 "국정이냐 검정이냐 하는 교과서 발행체제에 대한 논쟁이나 그동안 있어왔던 이념적 갈등이 새로운 역사교과서 교육 체제를 통해서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굳이 갈등을 떠안지 않는 편을 택했다. 특히나 현장 적용 시기를 2018년도로 늦춘 것은 공을 차기 정부에 넘긴 것이나 다름없다. 교육부가 최순실 게이트 이후 치솟은 반대 여론에 못 이겨 사실상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정책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정부에서 설령 국정제를 완전히 폐지하지 않고 국정-검정 교과서를 혼용한다 하더라도, 국정 교과서는 현장에서 외면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론조사에서는 꾸준히 반대 의견이 높았다. 최근 여론조사인 지난 2일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의견이 67%였다. 찬성 의견은 17%에 불과했다. 유보한다는 답변은 15%였다.

교육 현장에서 반발은 더욱 심하다. 이미 중학교의 경우 대다수 지역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주문을 취소하거나 거부했고, 고등학교의 경우에도 주문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관련기사 : 전국 교육청이 먼저 나섰다…국정교과서 '취소' 릴레이)

국정 교과서가 검정 교과서와 혼용된다 하더라도 자연적으로 고사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박근혜, 무너진 '효도 교과서'의 꿈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박근혜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이었다. 4년 전 박 대통령 당선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역사교과서부터 갈아치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같은 어록을 만들어내며 여러 번 국정화 의지를 피력했다.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에 집착한 이유를 짐작해보자면 '박정희'라는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하며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만 2017년 3월 1일부터 적용한다는 단서 조항을 넣었다. 2017년은 박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이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국정 역사교과서가 박근혜 대통령의 '효도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지난 달 28일 공개된 국정 교과서 실험본은 "박정희 미화 교과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정희 정부가 1964년 식민지 지배에 대한 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조건으로 일본과 맺은 '한일 협정'에 대해서는 "경제 개발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일본으로부터 들어온 자금이 농림수산업 개발과 포항 제철 건설 등에 투입" 등 한일 협정이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됐다고 기술했다.

또 이전 검인정 교과서가 다루지 않은 5.16 군사 정변 세력의 '혁명 공약'의 자세한 내용이 수록되는가 하면, 5.16 군사 정변 세력의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매우 의욕적인 계획"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박정희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박정희 정부가)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설립으로 과학 기술 진흥의 기초를 놓았다", "중화학 공업의 육성으로 우리 기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새마을 운동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물" 등 치적을 나열했다.

이 '박정희 교과서'는 국정 교과서, 단일 교과서가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자초한 최순실 게이트의 유탄에 맞았고, 곧 휴지조각이 될 운명에 처했다. '혼이 비정상'인 국민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주겠다던, '박정희 교과서'를 내년이면 탄생 100주년을 맞는 아버지 영전에 바치겠다던 박근혜의 꿈은 이로써 물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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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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