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국형 기본소득제도"등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구상을 내놨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선 주자로서 자신의 비전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 권력 시대 어떻게 열 것인가'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선(先)성장 후(後)분배는 낡디 낡은 구호에 불과하다"며 "불평등 극복 전략에 곧 경제성장 전략"이라는 기조를 제시했다.
박 시장은 '우리'를 뜻하는 '위(we)'와 경제(이코노믹스)의 합성어인 '위코노믹스(Weconomics)'를 자신의 경제 비전으로 내세웠다. 그는 "'위코노믹스'는 4륜 구동방식으로 작동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과 복지 네 바퀴가 골고루 동시에 굴러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조하고 있는 '소득 주도 성장', '포용 성장'과 자신의 '위코노믹스'를 비교해 "불평등을 해소하고, 노동소득분배율을 개선하고, 재분배를 강화함으로써 내수 기반을 강화해 이를 성장 엔진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소득주도성장, 포용적 성장론과 궤를 같이 하지만, '위코노믹스'의 차별성은 한국적 상황에서 불평등 문제의 핵심 원인인 재벌에 대한 강력한 개혁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고, 나아가 경제적 약자가 정책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불평등 타파의 주요한 주체이자 동력임을 인식한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기본소득"
박 시장의 이날 발제는 전체적으로 보면 대선 주자의 경제 분야 공약 발표회를 방불케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형 기본소득 제도"였다. 그는 "모든 국민이 생애 주기에 맞춰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국형 기본소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사회지출비 규모도 규모지만 각종 수당 제도도 미흡해 아동 빈곤, 노인 빈곤, 장기 실직이나 청년 실업 등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며 "부실하기 짝이 없는 각종 수당을 개선해 생애 주기마다 필수적 기초소득으로 매칭(matching·짝짓기)하고, 매칭 수당이 없는 경우에는 새로운 수당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아동 양육을 위해 아동 수당을, 청년 구직기에는 청년 수당을 도입해야 한다"며 "성년들에게는 실직이나 폐업, 질병, 장애로 인해 급격히 소득이 감소되지 않도록 실업부조제와 상병수당제를 도입하고, 장애수당을 현실화해야 한다. 노년기에는 빈곤에 고통을 받지 않도록 기초연금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그는 재벌 개혁 방안으로 △총수 일가의 재벌 소유·지배구조 해체, △특별사면 등 재벌 대상 특권·특혜 폐지, △일감 몰아주기 발본색원,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중소기업 정책으로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집단교섭권 인정 및 상생 협약 활성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강화, △공정거래위 전속고발권 폐지 및 일부 기능 지자체 이관 등이 제안됐다.
노동 개혁에 대해 그는 △비정규직 축소 및 최저임금 1만 원 시행, △산별교섭 보장과 노동 기본권 교육 등을 통해 노조 조직률 30%까지 제고, △공공부문 100만 개 일자리 창출 등의 대책을 내놨다.
"자리 마련해 주신 78명 국회의원들, 불평등과의 전쟁에서 함께 싸우자"
박 시장은 토론회 발제 처음과 끝 부분에서 "국민들의 요구는 대통령 퇴진을 넘어 낡은 질서를 지배해 온 기득권의 해체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로 이어지고 있다"며 "국민들이 아직 우리 정치에, 민주당에 희망을 걸고 있음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불평등과의 전쟁은 '1%' 가진 자들이 누려 왔던 정치·경제 권력 독점 구조를 깨고, 촛불 광장에 쏟아져 나온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나라의 주인임을 확정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며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78분의 국회의원들이 그 전쟁의 최전선에 계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불평등과의 전쟁'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싸워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박 시장이 국회에서 연 2번째 토론회다. 그는 지난 5일에는 주로 정치 개혁 분야에 대해 발언을 쏟아냈다. "개헌에 앞서 현행 헌법 체계 내에서 우선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임명제청·해임건의권을 보장하고, 대통령 비서실 조직 축소 등으로 헌법상 보장된 책임총리제를 해야 한다", "청와대는 박물관 등으로 활용하고 대통령 집무실은 정부종합청사 등 국민 가까이 옮겨야 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즉각 설치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지방검사장 직선제를 도입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낸 게 지난 토론회에서였다.
토론회를 주최한 것은 민주당 의원 78명으로, 지난 5일 토론회에 비해 2명이 더 늘었다. 토론회에 실제로 참석한 의원도 40명에 달했다. 특히 지난 총선 이후 문 전 대표와 거리를 둬온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토론회 축사를 맡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내 '비(非)문재인' 진영이 박 시장의 토론회를 계기로 결집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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