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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이 망친 나라 어떻게 뜯어고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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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이 망친 나라 어떻게 뜯어고칠까?

[한반도 브리핑] 어둠의 2016년, 촛불로 밝힐 2017년

김대중 대통령은 마지막 일기에서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고 했다. 지도자가 '역사와 국민을 믿고' 공의를 추구하는 정치를 했을 때, 우리는 1년 반 만에 IMF 금융 위기를 극복했고, 우리나라 역사상 전대미문의 수준으로 인권과 복지를 확장했으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와 통일을 꿈꿀 수 있었고, 우리 후손들을 위해 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하면서 행복했었다.

국민의 고통과 자괴감, 장탄식 속에서 저무는 2016년의 끝자락에서 지금 우리의 삶과 역사는 어떠한가? 새해에 어떤 꿈과 희망을 갖고 있는가? 이미 '금수저 대 흙수저'로 나눠져 부가 대물림되는 공정하지 못한 사회,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 일을 못하고 결혼도 못하고 후손도 낳지 못하는 젊은이들, 'IMF 때보다도 더 손님이 없는' 경제 상황에서 빚이 소득보다 5~6배 속도로 늘어남으로써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 일자리도 없지만, 땀 흘려 일해 봤자 그 혜택이 정경유착으로 결탁한 대기업들과 정치인들만 살찌우는 나라. 날마다 '우리'의 삶은 피폐해지고, '그들'은 더욱더 윤택해지기만 하는 나라.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우리'의 생명과 재산, 행복을 '그들'에게 맡길 수 없는 나라. 나라의 흥망성쇠를 보아온 동서고금의 역사와 축적된 인류의 지혜는 우리에게 경고한다. 이것이 나라냐고. 이러다가는 대한민국이 완전히 망할 수도 있다고.

매서워져 가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주말이면 광화문 광장과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백척간두에 선 나라를 살려내기 위해 촛불로 어둠을 밝히면서 묻고 있다.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가 우리에게 무슨 희망을 주는가. 무엇이 잘못됐는가.

그동안 대선에서 대통령과 정부를 바꿔봤자, 그것이 우리 삶의 향상과는 무슨 관계가 있었는가. 과연 민주(民主)주의는 민(民)이 주(主)가 되는 정치가 아니라 위정자들이 "그래 민주(民主)주의 좋지. 너희 백성들은 민(民)해라, 우리가 주(主) 할 테니!"라는 정치에 불과하단 말인가.

광장너머 저 담 높은 구중궁궐에는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의 신뢰를 배신한 대통령이 살고 있다. 청와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일자별 대통령의 일정을 보면, 세월호 사건 전후 두 달간, 주말인 토·일요일을 제외한 45일 중에 '공식일정 없음'이 17일이나 되고, 일정이 있는 날도 오전 또는 오후에 한 건만 있는 날이 대부분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은 출퇴근의 개념이 아닌 모든 시간이 근무시간'이라고 설명한다. '청와대 어디서든 보고를 받고 지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45일 중에서 무려 17일이나 대통령이 하루 종일 집무실에 한번 나와 보지도 않고 당신이 사는 집, 즉 관저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그 17일이 모두 정상적인 근무일이라는 주장이다.

시민들은 묻는다. 그것이 어떻게 근무일이냐고. 침몰하는 나라를 앞에 두고도 그동안 청와대 정무수석도, 경제부총리도, 국정원장도, 장관들도 대통령에게 제대로 대면보고도 하지 못하면서 지내왔다는데, 그것이 무슨 나라냐고.

그런 대통령 곁에서 아부와 순종으로 빌붙어서 호가호위하면서 직권을 남용하고 사익을 위해 국민의 혈세를 빼먹어온 정상배, 모리배들이 들끓어온 나라. 촛불 들고 광장에 나와 어둠을 밝히는 시민들을 개·돼지 취급하면서 부끄러움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수구세력의 민낯. 아직도 3년 반이나 남은 철벽 임기를 무기삼아 호시탐탐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친박 국회의원들. 심지어 그들은 박근혜-최순실게이트를 파헤치는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그들'의 주군을 구하기 위해 '위증교사'를 감행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런 상황인데도 그동안 자신들이 속고 살아왔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일부 사람들은 총동원령을 받들어 '그들'의 대통령을 보호하겠다고 길거리에 나와 촛불에 맞불을 놓고 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2016년의 차갑고 짙은 어두움을 걷어내고 새해에 어떤 꿈과 희망을 갖고 있는가. 어떤 정치학자는 우리나라의 시민혁명 단계를 설명하면서, 1987년 6월항쟁은 형식적 민주주의를 획득한 제1단계 시민혁명으로서 1789년 프랑스 대혁명에 비견할만하고, 2008년 광우병 투쟁은 경제적 자유를 주장한 것으로서 제2단계 시민혁명에 해당하는데, 이는 1848년 프랑스 6월항쟁에 비견할만하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2016년 촛불 혁명은 제3단계 시민혁명으로서 생활 세계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는 바, 이는 1968년 프랑스 5월 혁명에 견줄 수 있다고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세계사적으로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따라서 모두가 흔들리지 말고 힘을 합해 하나하나 극복해 내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1987년 6월항쟁을 통해 한국은 선거로 정부를 바꾸는 절차적(형식적, 최소주의적) 민주주의를 획득했다(1987년 체제). 그것이 어느 정도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적 자유를 맛보게 하고 또 지도자와 정부의 교체를 가능케 했지만, 1987년 체제는 기본적으로 경제·사회적 기본권을 강화하여 국민의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

구조적으로 흙수저를 벗어날 수 없는 대다수의 서민들이 자신들의 삶과는 큰 관계가 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좌절과 회의가 깊어짐으로써 민주공화정이 위기에 빠졌다. 결국 이번에 국민들은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자신들의 생활의 질을 보장해줄 경제·사회적 요구를 담아내는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북유럽 정치, 독일의 사민당의 공약과 같은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적 요구라고 할 것이다.

▲ 지난 3일 박근혜 퇴진 촉구 집회가 열린 광화문 광장. 이날 전국적으로 232만 명의 국민들이 집회에 참가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나라가 이렇게 무너졌는데, 통일, 외교, 안보인들 성할 수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등 주요 정책 연설은 최순실이 고쳐 쓴 원고를 읽은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남북 간 신뢰 회복을 강조하며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1년도 채 못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버리고 북한을 붕괴·흡수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통일 대박과 통일 준비'를 내세우면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상황을 급속히 악화시켰다. 개성공단을 폐쇄한 것도 최순실이 관여했다는 정황이 있다. 이 모든 국격의 훼손은 <뉴욕타임스>의 만평이 상징하듯이, 대한민국 '공공외교'를 통째로 무너뜨렸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 정부와 함께 남한 땅 성주군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했고, 양국은 사드 배치를 원래 계획보다 앞당겨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우리의 군사정보 주권을 일본에게 넘겨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에는 일본 정부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하고,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10억 엔을 제공했고, 한국정부는 이 돈으로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했다. 그리고 이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평화·화해세력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여 정부를 구성하게 되면, 차기 정부는 대내적으로 국민의 경제·사회적 기본권을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일에 나서게 될 것이다. 동시에 개성공단 재개뿐만 아니라 폭넓게 남북 경제협력·교류협력을 되살리고, 양자 및 다자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수립에 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드배치 결정,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모두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런 것들은 내년 대선에서 민주·평화·화해 세력의 후보자들에 의해 선거공약이 될 것이며, 만일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 합의들은 어느 부분을 수정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폐기되어야 할 것인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기존 합의에 대한 수정과 폐기는 대외 정책에서 일관성을 훼손한다는 비난도 받겠지만, 선거가 핵심 제도로 되어있는 민주 정치에서 선거에서 승리한 '새로운 지도자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 달라'는 것이 유권자들의 기본적 요구이다.

그러한 새로운 정책 변화를 통해 박근혜 정부 하에서 철저하게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우는 일이 가능할 것이며, 그것은 또한 박 대통령을 탄핵한 국민들이 통일·외교·안보 부문에서 꿈꾸는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외치를 업그레이드'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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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순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미국 University of Georgia를 거쳐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Harvard University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김대중평화회의(The Kim Dae-jung Peace Forum)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세종연구소장을 지냈고,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위원 및 자체평가위원장,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 민화협 정책위원장, 서울-워싱턴포럼 사무총장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North Korea’s Foreign Palicy: The Kim Jong-un Regime in a Hostile World (공저, 근간), <박근혜정부의 대북·통일정책>(2018)을 포함하여 역대 남한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을 다룬 저서 5권, <김정은 시대의 북한정치 2012~2014>(2015), <제2기 오바마정부 시기의 북미관계 2013~2014>(2014), <북한 권력의 역사: 사상·정체성·구조>(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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