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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가동 중단, 하루 만에 실패로 판명"

북한의 '자산 동결' 조치로 1조 이상 손실…"피해 규모 늘어날 것"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특단의 대책"이라고 정부가 내세웠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카드가 하루 만에 실패로 판명 났다. 북한이 태도를 바꾸기는커녕, 공단 폐쇄를 전격 결정했기 때문이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11일 △남측 인원 전원 추방 △남측 기업의 모든 자산 동결 △개성공단 군사통제구역 선포 등을 골자로 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남한 기업이 지금까지 투자한 자산을 비롯, 완제품 모두를 북측에 놓고 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가동 중단으로 결과적으로 남한 기업들만 피해를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북한은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으로 관광이 중단되고, 2010년 초에 열린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이 결렬된 이후 같은 해 4월 4841억 원에 달하는 금강산 지구 내의 남한 자산을 몰수·동결한 바 있다.

이번에도 북한은 당시와 같은 조치를 취했다. 이로써 개성에 묶인 남한의 자산은 1조190억 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완제품도 가지고 나오지 못하게 되면 피해 규모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11일 개성공단 내 남한 기업들이 공단에서 물품을 싣고 남한으로 내려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에 대해 인제대학교 김연철 교수는 "북한이 조약 위반을 걸고 넘어지면서 (공단 내 설비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개성공단이 애초에 남북 4대 경제협력 합의서, 개성공업지구법, 개성공단 지구의 출입체류에 관한 합의서 등 경제협력 합의에 기반을 둔 만큼, 이번 공단 가동 중단 조치는 조약의 일방적 파기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특히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56조 1항 및 제56조 2항에서 규정한 조약의 종료, 폐기, 탈퇴 절차를 위배한 것이 명백하다"면서 북한이 이를 빌미로 공단 내 자산 동결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향후에도 개성공단 재가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공단 내 설비를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북중 간 위탁 가공 단지로 운용할 수 있다"면서 "북한에게는 중국이라는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손실을 크게 보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 개성공단 없애고 군부대 재배치?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카드가 불러온 피해는 남한 기업의 금전 손실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화'가 가져다줬던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득이, 휴전선 인근 군비 확충과 이에 따른 안보 불안이라는 손실로 바뀌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건설 당시 개성 남쪽에 있던 6사단, 62포병여단 등을 후방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군사분계선과 개성공단 사이에 북한의 군사시설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조평통 성명에서 "개성공업지구와 인접한 군사분계선을 전면 봉쇄하고 북남관리구역 서해선 육로를 차단하며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밝히며 이전처럼 군부대를 다시 전진 배치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북한이 당장 개성공단에 대한 군사 기지화를 검토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개성이 군사적으로는 여전히 요충지"라면서도 "일단 군사적 조치보다는 공단과 관련한 조치를 취해가면서 남한의 대응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선임연구원은 "남한이 키리졸브를 포함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하면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면, 북한이 거기에 맞춰서 군사력 재배치를 추진할 수도 있다"며 향후 전개 상황에 따라 북한이 개성공단을 적절한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강산 시설처럼 일단은 개성에 있는 설비들을 방치한 채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우리와 시간 개념이 다르다. 박근혜 정부에게 기대는 버렸지만, 우리는 임기제고 다음 선거가 있지 않나"라며 "일단은 선거를 기다려볼 것이다. 당장 군사적인 방향으로 개성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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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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