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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직무정지'…"외교안보 모든 걸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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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직무정지'…"외교안보 모든 걸 멈춰라"

국회가 주도권 잡고 대북-외교 정책 끌고 나가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가운데 대외 관계, 특히 미국 트럼프 신(新)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회를 통한 협업을 통해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현 상황을 적절히 관리해 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연철 인제대학교 교수는 "대외적인 환경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내적으로 탄핵이라는 상황을 맞이했지만,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필요한 일종의 '외교‧안보 거버넌스' 구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교‧안보 거버넌스'의 구체적인 형태로 김 교수는 통일‧외교‧국방부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국방위원회가 중요한 쟁점을 결정할 때 이를 협의할 수 있는 임시적인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현 상황에서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는 결국 국회"라면서 "국회와 정부가 중요한 부분들에 대해 협의할 수 있는 일종의 임시적인 결정 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현 정부에서 통일‧외교‧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이 탄핵까지 온 데 일정한 책임이 있다며 "이들 장관은 대통령 직무 정지와 함께 일단 사퇴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드 배치 문제도 그렇고 개성공단 폐쇄, 코리아 에이드(Korea Aid) 사업 등 통일‧외교‧국방부 사안에 최순실 씨가 개입됐다는 정황 증거가 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들에 대해 장관들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일부 장관이 아닌, 총리 이하 내각이 교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현 정부의 내각이 유지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정치권이 총리를 바꾸고 그 총리가 내정과 외치를 모두 챙겨야 한다. 국회와 같이 협력하면서 외치 부문을 끌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대통령이 이미 유고가 돼버린 상황에서 대통령의 임명을 받아 일을 처리했던 장관들이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박근혜 정부가 문제가 되는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필요하다면 장관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 대선까지 외치 분야에서는 '상황 관리' 정도의 역할만 실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동대학교 김준형 교수는 "지금은 모든 것을 멈춰야 할 때다. 한국 내부에서 향후 외교 정책에 대해 제대로 된 정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는 것을 빌미로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펼치는 것은 향후 한국의 외교 입지를 위해서도 올바른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금 정부에 있는 사람들이 차기에 계속 집권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음 대선 전까지 상황을 관리하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트럼프 정부 대응…아직 시간 여유 있다

한편으로는 대외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아직 트럼프 행정부가 대 한반도 정책을 세우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조급해하거나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 국방장관 그리고 향후 임명될 국무장관 모두 강경한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이 사람들의 관심은 이슬람 국가(IS)나 중동, 테러 문제다. 한반도 문제는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신정부에서 한반도 및 대북정책이 결정되려면 실무 담당자 임명을 포함해 약 5~6 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정치 상황이 정리된 이후에 대미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늦지 않다는 조언이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중국과 트럼프가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가 중요한데, 어떤 식으로 정리되든 한반도 문제가 먼저 논의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물론 새로운 한국 정부의 대한반도 및 대북 정책을 트럼프 정부에 주입할 시간은 부족하지만, 이것이 '외교 공백' 수준으로 이어질만큼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도 한국의 정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인수위원회의 한 인사는 미국을 방문한 한국의 국회의원들에게 탄핵안 가결 이후 한국에서 누구와 접촉을 해야 하는지 의견을 물어오기도 했다.

미국이 우려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중국은 다소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판결을 받게 되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포함해 남한의 대중국 정책이 달라질 여지가 생긴다는 기대섞인 전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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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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