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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 정보 협정, 사드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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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일 군사 정보 협정, 사드와 똑같다

[기고] 한일 군사 정보 보호 협정, 왜 지금인가?

박근혜 정부가 결국 한일 군사 정보 보호 협정 가서명을 추진했다. 이에 '졸속', '갑자기 왜 이 시점에', '국민 감정', '한일 관계' 등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방부가 왜 이 시점에 협정을 추진하는 것인지, 무엇 때문에 서두르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 이 협정을 추진하면 안되는지에 대한 야당의 반론도 분명치 않다.

일단 국방부는 '여건 조성'이고 뭐고 안보의 위중함을 내세워 '하여튼'만 반복하며 시기가 됐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추진한다고 우기고 있다. 반대로 야당이나 시민 단체는 국민의 반일 감정을 고려하지 않았다, 국정 공백 상황에서 꼭 해야 하느냐고 반발하면서도 정작 이 협정이 어떤 것인지, 맺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또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는 없어 보인다.

이미 한국은 32개 국가와 유럽연합(EU)을 포함, 총 33건의 군사 정보 보호 협정을 맺었다. 이에 일본과 맺는게 뭐가 대수냐는 의견이 있고, 일본은 전범 국가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와는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논의보다는 일단 군사 정보 보호 협정이 무엇인지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일단 2012년 일본과 맺으려 했다가 밀실 추진 논란으로 중단됐던 당시 협정의 원문부터 살펴보자.

당시 협정을 보면 어떤 군사 정보를 언제, 어떻게 주고 받는다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당시 협정 1조는 "양 당사자는 각 당사자의 유효한 국내 법령에 부합할 것을 전제로 여기에 제시된 조건에 따라 군사 비밀 정보의 보호를 보장한다"고 명시했다. 즉 이 협정은 '보호 협정'이지, 정보 교류 자체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협정을 다른 국가들과 맺은 협상과 동일시 하기도 어렵고, 이 협정으로 대단한 정보를 받거나 반대로 전범 국가에 군사 정보를 주는 것도 아닌 셈이다. 결국 일본과 과거사로 인해 협정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정보를 퍼주는 것으로 잘못 이해한 데서 오는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 9월 7일(현지 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일 정상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한일 정보 보호 협정 문제의 본질을 보려면 필요성, 의도성, 시기성이라는 3가지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 순수하게 필요성만을 두고 보면 협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여기서 필요성이라는 것은 국방부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북핵이니 북한 미사일 때문이 아니다.

이 협정은 각국이 제공한 정보와 정보 자산 보호에 방점이 있다. 일본이 전범국이라 믿지 못한다면 오히려 군사 정보 보호 협정을 맺어서 서로 주고 받는 정보에 대해 문제 발생을 예방하고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 이미 한일 양국은 무관들을 포함해 외교 활동과 군사 교류, 훈련, 해외 파병 시 임무 수행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고, 이를 통해 군사 정보는 오가고 있다. 위 협정은 이러한 관계에 있는 국가들과 정보를 '보호'하는 협정을 맺는 것이다.

물론 이 협정은 이른바 '직거래 교환'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일종의 '신뢰의 통로'가 열리는 것으로, 한일 양국도 이를 통해 서로 믿고 군사 정보를 직거래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정보 교류와 무관치 않은 포괄적 협상 임에는 틀림없다

지금까지 한일 간 북한의 핵 미사일 관련 군사 정보는 지난 2014년 체결한 한-미-일 군사 비밀 보호 양해각서(MOU)에 따라 미국을 통해 일본 측 정보를 약 한 달 후에나 받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 받아왔던 일본 측 정보의 질이 예상 외로 좋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국방부는 지난 9월 5일 북한이 발사한 탄도 미사일 3발을 두고 노동 미사일인지 스커드 ER인지를 두고 헷갈렸지만, 일본 측은 딱 잘라 스커드 계열 미사일이라고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핵이나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등은 일본 정보의 수준이 한국이 '살 떨릴 정도' 였다고 하니 국방부가 이러한 정보를 한 달만에 받아보고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 상상이 된다. 물론 이처럼 한 달씩 늦게, 그것도 간혹가다가 '고퀄리티'의 정보를 툭툭 던져주는 것이 한일 간 직접 군사 정보 보호 협정 체결을 유인‧강요하는 미국 측의 미끼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이에 발맞춰 한국 국방부는 SLBM 위협 정보와 관련, 일본의 정보 수집이 탁월하다면서 지금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나마 내세우는 '필요성' 논리인데 문제는 '시기성'에서 발생한다. 이렇게 서둘러서 협정을 맺어야 할만큼 SLBM 위협이 심각한 수준인가? 아직 아니라면 국내 정치 상황이 안정된 상태에서 제대로 해도 늦지 않을텐데 왜 이리 서두르는 것인가?

또 북한의 SLBM이 한반도에 위협인가? 북한은 남한을 위협하고 공격할 수 있는 다른 무기 수단이 얼마든지 많다. 그런데 그저 우리 뒤통수에 쏠라고 SLBM을 개발하는 것일까? 게다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로 SLBM도 막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북한의 SLBM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의 도움을 저렇게 도 당당하게 요청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국방비를 사용하고도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점을 자인하고 있는 꼴은 아닌지 씁쓸하다.

또 우리의 기대처럼 한일 정보 보호 협정을 통해 일본에게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받을 수 있을까? 일본에 양질의 정보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정보 교류에 있어 보호의 핵심은 자신들의 정보 수집 자산 능력을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다. 결국 주는 만큼 받고, 받는 만큼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고받는 정보의 양이나 질, 범위 등을 규정하는 이른바 '가이드라인'도 없다. 따라서 정보 자산 능력이 적은 측은 약자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일본 군사 정보는 미-일 간 고급 군사 정보와 방위 정보가 구분되어 있어 실제 우리에게 중요한 정보는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보다 월등한 정보 수집능력을 가진 일본이 왜 한국과 협정을 원할까? 일본 사람들이 손해 볼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결국 우리와 정보를 주고받고 보호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래서 협정을 맺으려는 일본의 진정성과 의도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지난 림팩(RIMPAC, 환태평양 합동 훈련) 훈련에서는 한-미-일 이지스함 훈련도 열렸다. 이 훈련에서 우리 측 접촉 정보는 일본 이지스함에 바로 전달되지 않고 미국을 거쳐갔다. 그런데 협정이 체결되면 우리가 곧바로 일본에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

이를 북한이든 중국이든 미사일을 쏘는 상황에 대입해보면 우리가 지리적으로 가장 먼저 이 미사일의 이동을 파악하고 이 정보가 일본과 미국에 순차적으로 연결되는 상황을 상정해볼 수 있다. 결국 이는 미국의 희망인 미사일 방어체제(MD)의 완성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주한 미군 사령관은 미 의회에서 한-미-일 간 정보를 묶는 것은 한반도 MD 편입의 2단계이고 3단계가 사드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한일 군사 정보 보호 협정도 북핵과 미사일 위협을 내세운 사드 추진의 본질적 이유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미국의 MD와 미일 동맹 속으로 한국이 편입되면서 한-미-일의 군사 협력이 강화되는 수순이 바로 그것이다. 그럼 이것도 미국이 시킨 것일까?

한일 군사 정보 보호 협정은 나름의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추진 과정과 시기의 부적절함으로 인해 그 필요성을 스스로 부정해버렸다. 안보를 위해 정말 필요했다면 기다려야 했다. 지금 이렇게 추진하면 일본 입장에서도 한국과 협정을 맺고 싶은 건 사실이나 현 정국에서 협정을 했을 때 지켜질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을 것이다. 한국이 제발로 미국의 MD와 미일 동맹 아래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국방부가 자초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에 대한 대답을 들어야 할 때가 왔다. 응답하라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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