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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뉴욕 37개 도시서 反트럼프 시위…확산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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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뉴욕 37개 도시서 反트럼프 시위…확산일로

대체로 평화적 시위 벌였지만 도로점거·기물파손 등 폭력 시위 양상도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 반대하는 시위가 주말인 12일(현지시간) 나흘째 미국 전역에서 이어졌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는 이날 오전 시위대 한 명이 다리에 총상을 입기도 했다. 포틀랜드 경찰은 발포에 연계된 용의자를 검거해 구금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이날 휴일을 맞아 경찰 추산 8천 명의 시민이 거리로 몰려나와 트럼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히스패닉 집단 거주지인 맥아더 공원에서 시내 쪽으로 이동한 시위대는 트럼프를 닮은 피냐타를 내리치며 좌절감을 표시하기도 했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피냐타는 스페인어권 사회에서 아이들이 파티 때 눈을 가리고 막대기로 쳐서 넘어뜨리는 장난감과 사탕이 가득 든 통이다.

뉴욕에서는 2천 명이 트럼프의 거처이자 현재 집무실로 삼엄한 경계를 받는 트럼프 타워 주변 맨해튼 주변 5번가를 행진했다. 이들은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 동성애 반대자 트럼프는 떠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의 당선을 일찌감치 예견한 '족집게' 영화인으로 지금은 트럼프 반대에 앞장선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이날 트럼프 타워를 기습 방문해 트럼프와의 만남을 시도했으나 경호원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 제3의 도시 시카고에서도 가족 단위의 시민 수백 명이 시내 관광 명소인 밀레니엄 파크에서 행진하며 "증오도 두려움도 없다. 모든 이민자는 이곳에서 환영받는다"는 구호를 외쳐 트럼프 당선인의 이민자 반대 성향을 규탄했다.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는 500명이 시위를 벌이다가 고속도로 점거를 시도했으나 경찰에 제지당했다. 조지아 주 의사당 근처에선 불에 탄 성조기가 발견됐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뉴욕, LA, 보스턴, 시카고 등 대도시는 물론 콜로라도 주 덴버와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의 학생들이 대거 시위에 참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시위 사흘째인 11일까지 최소 37개 도시에서 수천 명의 인원이 반 트럼프 시위에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대부분의 시위대가 평화로운 방법으로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 권리를 행사했으나 일부 지역에서의 시위는 폭력적으로 변질하기도 했다.

약 4천 명이 운집한 11일 저녁 포틀랜드 집회는 경찰과 물리적인 충돌 없이 진행되다가 자정을 넘기면서 폭력이 난무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포틀랜드는 미국 언론의 트럼프 공식 당선 발표가 나오기 훨씬 전인 대통령 선거 당일(8일) 저녁부터 미국에서 처음으로 반 트럼프 시위가 벌어진 도시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소개했다.

시위대는 유리병, 쓰레기통, 인화 물질을 경찰에게 던지고 기물을 파손했고, 경찰은 섬광탄과 최루액, 고무탄을 동원해 강제 해산에 들어갔다.

이 와중에 12일 오전 일찍 윌러밋 강을 가로지르는 모리슨 다리를 건너던 시위대 중 한 명이 차에서 나와 시위대를 향해 몇 발의 총을 발사해 남성 1명이 다리에 총을 맞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상자는 생명에 지장 없는 상태에 있다고 현지 경찰은 발표했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10대 흑인 남성을 추적해 폭력배로 보이는 일당 4명을 구금하고 자세한 사건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포틀랜드 경찰은 시위가 격해지자 폭동으로 간주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두려움을 느낀 인권·환경·이민·노동자 인권·성 소수자 단체가 시위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경찰은 아나키스트인 '블랙 블록'이 시위대에 침투해 폭력 시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대테러 요원인 데이비드 고메스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블랙 블록 그룹은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를 쓰고 검은 옷을 입어 서로를 알아본다"면서 "기물을 파손하고 자신의 뿌리를 강조하는데 합법 시위를 활용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포틀랜드에서 25명,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185명 등 미국 전역에서 사흘째 벌어진 시위로 225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395번 주간고속도로를 점거한 마이애미 시위에서는 '당신은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증오는 위대하지 않다' 구호와 함께 트럼프 당선인의 유행어인 '당신은 해고야'도 등장했다.

일간지 USA 투데이는 시위대가 대선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대선 운동 때 여성과 이민자를 향한 트럼프의 비난 발언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거리로 나왔다고 평했다.

무브온닷오르그와 같은 진보 단체의 시위 촉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입소문을 통한 집회 전파 등으로 반 트럼프 시위는 확산일로에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반 트럼프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을 '전문 시위꾼'이라고 비판했다가 논란이 일자 트위터에서 '그들의 애국심을 사랑한다'고 감싸 안으며 단합을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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