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 시간) 오전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뉴요커호텔에서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딸인 첼시 클린턴, 부통령 후보였던 팀 케인 상원의원과 함께 패배 연설을 가진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패배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지금의 고통이 아주 오래 갈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가 우리 모두를 위해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평화로운 정권 교체에 달려있다"며 지지자들을 달랬다.
클린턴 후보는 본인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누군가가 본인이 이루지 못한 일을 해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누군가는 곧 유리 천장을 깰 수 있고, 생각보다 더 빠를 수도 있다"면서 "지금 이 연설을 보는 소녀들은 자신이 강인하다는 것, 그리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클린턴 후보는 "이번 선거가 한 사람만을 위한 선거는 아니었다"면서 미국의 가치를 지켜나가면서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뉴욕 맨해튼의 한 호텔에서 가족 및 측근들과 개표를 지켜보다 패배가 확정되자 지지자들이 모여있는 '제이콥 재비츠 센터'로 향하지 않고 트럼프 당선자에게 따로 전화를 걸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클린턴 후보의 당선을 위해 미국 전역을 종횡무진 누비며 열성적으로 선거 운동을 지원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 회견을 통해 "트럼프가 국가를 잘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한 팀"이라며 "민주당과 공화당이 아니라 미국인과 애국심을 우선에 두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로 갈라진 민심을 봉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10일 트럼프 당선자와 만나 대통령직 인수인계 작업을 논의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8년 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나는 현저히 다른 점이 있었지만 원만한 정권 인수인계가 이뤄졌다"면서 본격적인 정권 인수인계 단계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에 패배한 클린턴 후보에 대해 그는 "클린턴의 출마와 (민주당) 후보 지명은 우리의 딸들에게 최고의 자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면서 "그의 강인한 모습에 존경심을 표한다"고 위로했다.
클린턴 후보와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미국 곳곳에서는 트럼프 당선자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새벽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 캘리포니아 주 로스엔젤레스에서는 500여 명이 거리로 나와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또 캘리포니아 주 북쪽에 위치한 오리건 주의 포틀랜드에서도 300여 명이 시내 중심에 나와 선거 결과에 반대했고 인근 워싱턴 주의 시애틀에서도 100명 정도의 시위대가 길을 가로막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트럼프 후보의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펜실베이니아 주에서도 시위가 있었다. 피츠버그 대학교 학생들 수백 명은 이날 거리를 행진하며 선거 결과에 반대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을 막기 위한 긴급 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수도인 워싱턴 D.C.에서는 이민자들이 백악관 근처에 모여 '트럼프는 인종 차별주의자'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현재까지 전체 득표율을 집계한 결과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클린턴 후보는 전체 투표수의 47.7%인 5986만1516표를 얻어 전체 투표수의 47.5%인 5963만9462표를 받은 트럼프 당선자보다 약 20만 표 정도를 더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대선은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최종 승리하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 따라서 총투표 수가 높더라도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선거에 패배하게 된다.
지난 2000년 대선에서도 앨 고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조지 W. 부시 당시 공화당 후보보다 약 50만 표 정도를 더 얻었지만 선거인단에서 5명이 부족해 낙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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