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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반도의 선택, 재앙인가 평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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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반도의 선택, 재앙인가 평화인가

[기고] 평화·비핵화·대화협상 3대 원칙 지키는 세력 집권해야

1. 들어가는 말

해방-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고 비록 미국-일본과 중국 사이의 점증하는 대결 그리고 격화하는 북핵 위기 때문에 비관적 전망이 앞을 가로막고 있지만, 꽉 막힌 남북 간의 관계를 타개하여 자율적인 한반도 공간을 열어보자는 방안도 다양하게 모색되었다.

2000년 6월 15일, 남북 정상이 양쪽에 각각 정부가 수립된 지 52년 만에 만나 화해교류하고 평화통일을 만들어가자고 했을 때 남북의 동포들과 세계인들이 함께 기뻐했다. 이산가족들이 만나고 금강산 관광선이 떠다니고 젊은이들의 체육 행사들이 열렸다. 겨레말 큰 사전 편찬사업이 착수되고 역사학자들이 개성의 고려 사적들을 함께 답사했다. 개성공단이 문을 열어 북의 노동자들 몇 만 명이 취업해서 경제적 도움을 얻었고 남쪽의 기업인들은 남북경협으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 북녘 어린이 돕기 사업들이 활발하게 벌어져서 남북사회에 훈훈한 기운이 감돌기도 했다.

16년이 지난 오늘, 전쟁 직전의 살벌한 한반도를 다시 본다.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서 남북관계가 두절됐을 뿐 아니라 북핵을 협상으로 해결하자고 시작된 6자회담도 8년째 열리지 않고 있다. 제재와 봉쇄가 이어졌지만 무너진다던 북한은 안 무너지고 핵의 능력과 수량만 쌓이고 있다.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대화가 다시 열릴 기미는 없다. 이젠 절박하다.

2. 2015~16년 한반도 주변 풍경-북한과 미국의 초강수 대결, 한국 존재감 없어

2015년 9월 3일 중국의 대일승전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천안문 사열대에서 인민해방군을 사열하자 한-중 관계를 매개로 남북 관계와 북핵 문제 타결에 새로운 전기가 만들어질까 하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해 연말인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한-일 정부 합의가 미국의 주선으로 갑자기 타결되자 심상치 않은 미-일-한 군사동맹 막후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이 표면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의 중국 대일승전기념식 참석이 오히려 미-일-한 군사동맹 일정을 앞당긴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그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은 북한으로부터 나왔다. 2016년 새해 벽두 북한은 4차 핵실험(수소폭탄실험이라고 했다)을 감행하고 인공위성로켓으로 위성을 지구궤도에 쏴 올렸다. 이에 대응해 한미 을지군사훈련은 어느 해보다 대규모로 실시됐다. B-1B, B-2 등 세계 최강 최첨단 무기들이 동원됐다. 한미군은 북한의 심장부를 점령하고 수뇌부를 섬멸하는 참수(斬首)부대 훈련도 실시했다.

북한은 5월초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경제 병진 정책을 국가노선으로 선포했고 미국은 7월 8일 북핵 위협을 구실삼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국 배치를 발표했다. 북한이 핵 능력을 강화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에게도 그들의 핵기지들에 대한 감시를 통해 전략적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강요하는 한편, 북한에게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여 전략핵 절대 우위를 실현하려는 미국은 전 지구적 미사일 방어(MD) 포위망의 한 고리로 한국 사드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북한은 사드 배치를 무력화시키는 수단으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실험을 성공시켰다. 그렇다고 사드의 감시기능을 막을 수는 없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9일 제7차 노동당 당대회에서 사업보고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결정할 즈음인 7월 6일 중대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은 이 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5개 요구조건을 제시했다. 1)남한에서의 미국 핵무기 공개 2)남한에서 모든 핵무기와 핵기지 폐쇄 및 검증 3)미국이 한반도와 주변에서 핵 타격 수단을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담보 4)어떤 경우에도 북한에 대해 핵 위협을 하거나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확약 5)남한에서 미군의 철수 선포 등이다.

당시 북한은 이 성명을 외무성 대변인, 국방위원회 대변인도 아닌 정부 전체를 대표하는 대변인 자격으로 발표해 격을 최고수준으로 높였다. 또한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면서 김일성·김정일의 권위를 다시 불러들였고 여기에 덧붙여 김정은 위원장의 영도를 따르는 노동당 군대 인민의 의지라고까지 했다. 그들 나름으로는 최고의 권위를 모두 동원하여 비핵화의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주었다.

다섯 가지 조건을 내세웠는데 이미 합의됐거나 시도가 됐던 것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했다. 첫 번째, 한국에 배치된 미국 핵무기를 공개하라는 조건은 이미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언급된 것이었다. 두 번째, 한국에 있는 모든 핵무기와 그 기지를 검증받으라는 것도 이미 합의되었으며, 세 번째, 미국이 다시 핵무기를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점을 담보하라고 했는데 이것도 1994년에 합의되었으며 2005년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네 번째, 핵으로 위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6자회담과 북·미공동성명에서 합의된 내용이다. 다섯 번째, 한국에서 핵 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이 철수를 선포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전에 없던 제안이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핵무기와 무관한 미군은 있어도 되는 것인지, 미군 철수를 '선포'만 하고 철수를 안 해도 되는 것인지 협상의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북한이 협상용 문턱을 대폭 낮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다시 한 번 외부 세계의 예상을 깨고 정권 수립일인 9월 9일, 4차 핵실험을 한 지 8개월 만에 제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지진 규모 5.0, 위력은 10kt 정도로 역대 최대급이었다. 실험주기가 짧아진 이유는 풀루토늄 양이 충분치 않았다가 고농축 우라늄의 대량 추출에 성공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중국 전문가들에 의하면 1년에 고농축우라늄 약 100kg을 생산한다면 매년 4~5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 실전배치를 염두에 두고 양산형 테스트를 할 것이며 위력개선 실험과 다발형 실험을 예고했다. 지난 6월 무수단 미사일 발사, 7월 노동미사일 3발 발사 등과 연결해보면 무수단과 노동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기 위한 실험으로 보인다.

3. 미 정권 이행기 정책을 존중-배려하는 북한의 자세 필요

지난 4월에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이어서 대니얼 러셀 동아태 차관보가 북한과의 평화협정 협상에 조건이 충족되면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왕이(王毅) 외상과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상이 공동성명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협상을 촉구했다.

6월 4일에는 제임스 클래퍼 미 정보국장이 한국을 다녀갔다. 북한의 핵 동결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한미군사훈련의 중지 혹은 봉쇄-제재의 해제,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평화협정의 협상일 경우 한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 반발의 정도를 탐색하는데 클래퍼 정보국장의 방한의 목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케리 국무장관은 다시 9월 19일 유엔총회를 앞두고 한미일 외무장관회담 모두 연설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비핵화 대화를 촉구하면서 북한이 즉각 취해야 할 조치로 핵 동결을 언급했다. 케리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접근과 관련, 국제사회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 우리는 북한과 마주 앉아 불가침과 한반도 평화, (북한의) 국제사회 동참, (북한에 대한) 지원과 경제발전 이슈 등을 다룰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여러 번 언급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동아시아정책의 실무책임자인 대니얼 러셀 동아태 차관보는 9월 28일 상원 외교위원회 아-태 소위 청문회에서 미국 정부는 최근 각국에 북한과의 외교 및 경제관계를 단절하거나 격하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러셀 차관보는 북한에 대한 압력이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중국의 우려를 인정한다면서도 중국이 북한의 행동을 바꾸는 데 효과가 있는 압력을 행사하도록 반복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또한 재무부와 재무부 산하 자산통제국(OFAC) 등을 통해 북한의 불법활동에 연루된 북한 은행은 물론 북한의 금융활동을 차단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셀 차관보는 또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서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점을 감안하면, 빠른 시일 내에 배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미국으로서는 거의 무제한적 제재에 착수한 것이다.

러셀 차관보의 언명은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 대통령이 2017년 2월에 취임한 뒤 국무장관과 동아태차관보가 인사청문회에서 인준되는 5월까지 지속될 정권 이행기 동안에 실시될 잠정적 정책을 밝힌 것이었다. 정권 이행기 동안 미국은 군사적 공격도, 협상도 할 수 없는 시기다.

북한은 이 시기에 자신들의 핵무기 완성도를 높이려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실험을 할 수 있다. 이런 자세는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잃는 전략적 잘못이 될 것이다. 미국의 정권 이행기를 존중-배려해주는 성숙한 자세가 요구된다. 북한이 이미 거둔 성과로도 충분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9월 2일부터 8일까지 세 차례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국제 정상외교에 나섰다. 먼저 2~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이어서 4~5일에는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7~8일에는 라오스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중요한 외교현장에서 악 화일로를 걷고 있는 북핵 문제에 국제적 협력을 얻어야 했다. 사드 배치로 악화되어있는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지금과 같은 상태로 방치할 수 없었다. 한-러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북한이 핵 포기를 분명히 하고 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올 경우 국제사회와 함께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반면에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핵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전반적인 긴장 완화 틀 내에서 군사대립의 수준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5일에 있었던 한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은 '결렬'이라고 표현해야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사드 문제를 적절히 다루지 않으면 지역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분쟁을 키울 수 있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북핵이 해결되면 사드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중국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동북아시아 미사일포위망 구축을 위한 미국의 MD(미사일 방어체계)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있어서 한반도에 이어 필리핀에도 사드가 도입될 경우 사실상 미국의 레이더망에 포위된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없었다.

중국-러시아와의 정상외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배치와 관련하여 빈손으로 돌아왔다. 안보 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시험대에 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임기 말을 맞아 불거지기 시작하는 각종 비리 실정은 레임덕을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정책선택의 출구를 찾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은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사에서 "북한 주민들은 자유대한의 품으로 탈북하라"고 권유하는 발언을 했다. 북한을 붕괴시키겠다는 발언을 대통령으로서 언급한 것이다. 이제 박근혜 정권은 임기 말까지 남북대화와 협상의 기회를 가지는 것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 지난 1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제68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이즈음에 한미 양국은 9월 28일 김천 인근 성주 달마봉으로 한국 배치 사드 기지를 확정 발표했다. 김천-성주 주민들이 함께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고 원불교 성지 부근에 기지가 자리 잡게 되자 원불교가 일치단결하여 반대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북핵의 비축과 고도화는 한국의 핵무장론, 전술핵무기 재도입론, 원자력잠수함 건조론을 불러일으켰으며 대북 선제공격론, 전쟁불가피론까지 무분별하게 등장시켰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 등은 한미동맹, 한미원자력협정 그리고 NPT(핵확산금지조약)에 배치되는 것으로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있고 선제공격론, 전쟁불가피론 등도 내년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안보위기를 앞세워 정권의 실정을 호도하고 야당세력을 이념적으로 공격하려는 정략으로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

박근혜 정권의 희망과는 달리 미국과 중국은 어깨너머로 전략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가겠으며 곧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안에 참여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협상을 여는데 마중물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4. 평화-비핵화-대화협상 3대 원칙 지키려는 당선자 나와야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의 도날드 트럼프 후보가 대결을 펼치고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11월 8일(현지 시각) 끝난다. 북핵의 담판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이상, 다음 미국 대통령에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당선되느냐는 우리에게 큰 관심거리다.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을 다뤄본 힐러리 후보가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조언을 받아 북핵 문제 해결에 전향적 자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0년에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북한의 조명록 국방위 부위원장을 상호 방문토록 하고 스스로 평양을 방문하려 했던 전력이 있다.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북한의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고 언명했지만 그의 한반도 정책은 불확실하다.

이미 미국과 적대해오던 이란 및 쿠바와 관계 정상화를 성취한 이상, 북한이 비핵화에 응할 자세를 확인한다면 굳이 동아시아에서 냉전 시대의 유산인 한반도 긴장 고조를 이어갈 이유가 없을 것이다. 다만 미국의 군부와 군산복합체(방위산업체)가 일본의 군사 대국화와 미국의 대역 수행을 내세워 중국과의 대결을 위한 긴장 고조 정책을 추구할 경우에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지속해왔던 한반도 긴장 조성 정책이 계속될 수 있다. 미국의 한반도 긴장 조성 정책의 배후에는 일본 극우 세력의 정책 개입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미-일-한 군사동맹의 추진은 그 같은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2017년 12월 있을 한국의 대통령 선거도 한반도 내일을 결정하는데 대단히 중요하다. 지난 어느 대통령보다 19대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를 진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음 한국 대통령은 긴장 완화와 협상을 주도적으로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

내년의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주변 안보정책에서 평화, 대비핵화, 대화-협상이라는 3대 원칙을 명백히 내세우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세 가지 원칙을 내세우는 후보는 대화-협상 거부를 내세우고 상대 후보를 종북으로 매도하는 강경보수 후보와 승부를 겨루게 될 것이다.

지금 분위기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보수 강경세력들도 강경보수 후보를 음양으로 지원함으로써 한국 대통령선거가 국제적 성격을 띠게 될 전망이다. 위의 세 가지 원칙을 내세우는 후보 측도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공존을 지지하는 미국 안의 온건 보수와 개혁 세력 그리고 일본과 유럽의 같은 성향의 세력들과 연대하고 지원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북한과 협상을 시도할 경우 이 정책 선택은 평화-비핵화-대화협상 원칙을 주장하는 후보에게 유리한 조건을 조성할 것이다.

5. 미국의 확장억지력이 건재할 때 비핵화 협상해야 한국에 유리

현재의 북핵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한국인에게는 이 문제만큼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는 없다. 한국은 가지고 있지 않은 비대칭적 절대무기인 핵무기를 북한이 가지고 있고 더욱이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실험에도 성공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지난 70년 동안 남북분단으로 대치해왔고 전쟁까지 치른 한국 입장에서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에서는 자체 핵무장론, 전술핵무기 재도입론, 원자력잠수함 건조론 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확장 억지력(핵우산)이 제공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의 핵무장은 필요 없다고 단호히 거부한다. 한국이 계속 핵무장론을 주장하면 한미동맹이 위태로워지며 NPT조약을 위배하게 된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핵무장론자들은 미국의 확장억지력이 미국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철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핵무장론자 들은 아래 다섯 가지 논거에 대해 답변할 필요가 있다.

1) 지난 70년 가까이 지속된 한미동맹과 확장억지력이 언제 철수될지 모르니까 미국과 갈등하면서 핵무장을 즉시 착수해야 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 아닌가.

2) 한국이 핵무장을 고집하여 그에 반대하는 미국의 확장 억지력은 철수되고 한국의 핵무장은 완성되지 않았을 경우, 북한 핵위협으로부터의 안보 무방비 상태를 감수할 것인가.

3) NPT 등을 탈퇴할 경우, 유무형의 제재와 불이익을 감수할 준비는 되어있는가.

4) 한국까지 핵 개발에 착수하면 일본은 바로 핵 강국으로 등장하고 한국은 북핵과 일본핵 사이에서 진퇴유곡의 처지에 빠지지 않겠는가.

5) 결론적으로 한미동맹이 확고한 상태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신속히 진행하는 것이 한국에게는 안보-경제적으로 가장 유익하지 않겠는가.

군 관계자들을 포함한 안보 분야 종사자들이 북한의 비대칭 무기의 비축과 고도화를 처연하게 바라보는 심경을 이해할 수 있다. 핵무장론은 협상 국면을 전망하면서 재래무기 부분을 대폭 확충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재래무기의 월등한 비교우위는 유리한 협상 카드가 될 것이다.

신중한 입장이지만 필자는 북한이 우리가 가지지 못한 핵무기를 보유한다고 해도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어느 곳을 대상으로 선제 공격할 수 있을 것인가. 강대국이 아닌 한국에 대해 선제 공격 협박이라도 할 수 있는가. 자신들의 체제유지를 위한,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체제붕괴 위협을 막기 위한 수단 이외에 어떤 다른 기능이 있겠는가.

한국은 북한 핵이 자위수단 이외에는 다른 기능이 없다는 것, 더욱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한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견제와 제재를 쉴 새 없이 강요당하리라는 점을 알고 있다. 미국의 확장억지력이 존재하는 한, 북한이 당장 한국을 핵무기로 선제공격할 것처럼 공황심리에 빠질 필요는 없다. 북한이 곧 우리를 선제공격할 것처럼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 자세야말로 북한의 공갈-협박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TV는 지난 9월 9일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통해 5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

북미 협상 직전까지 북측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 고도화를 성취했다고 해도 그 무기는 협상용이지 선제공격용은 못 된다. 핵무기를 완성하고 나서 지금까지 보였던 비타협적이고 위협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그래서 협상이 지지부진해진다면, 그 무기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북한은 더 궁지에 빠질 수 있다. 그들은 완성하는 즉시 값어치가 가장 높을 때 비싸게 흥정하여 자신의 체제 안전을 보장받는 길이 가장 바람직한 협상이 될 것이다. 협상은 장기간 계속될 것이다.

6. 내년 미 행정부 북-미 협상 시작할 경우 한국 흔쾌히 참여해야

미국 대선이 끝난 뒤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핵 협상에는 한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완료 이후부터 협상을 시작하자는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이승만 대통령이 1954년 정전협정 당시 북진통일을 주장하다가 정전협정 조인에 참여하지 못했던 졸렬한 전례를 기억해야한다. 비핵화 협상이 시작되면 한국은 적극적 자세로, 분단을 극복하는 시점이 바로 시작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분단의식, 방어적 자세로는 한국의 몫을 차지하지 못한다.

북핵 협상에는 평화협정 문제를 다뤄야 하므로 한국전쟁 당사국들인 남북한, 미국, 중국 4개국이 협상 당사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은 우리 측이 북측과 미리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반도 장래를 결정하는 협상에 침략국 일본이 참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일본은 전범국가로서 제2차 세계대전의 최후 전후처리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

한국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말고 당당할 필요가 있다. 아래와 같은 진지한 기본자세를 가져야 하리라고 본다. "당신들 무너뜨리지 않을 테니 안심하고 NPT IAEA에 복귀하고 핵동결부터 시작하자, 우리가 미국-일본에게 당신네와 관계 정상화하도록 권고하겠다, 우리도 당신네와 대표부 교환하겠다, 경제지원 서로 하자"고 대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협상이 개시되면 한국이 지난 2005년 9.19성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냈던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 비핵화와 평화협정 협상에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한 경험은 중요하다. 이번 구성될 협상 팀은 남북회담과 6자회담 등 성과를 만들어낸(정권을 따지지 말고) 경험과 경륜을 갖춘 협치(協治) 드림팀을 구성했으면 한다. 다만 걱정되는 일은 2017년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협상이 개시될 경우, 국내의 정치세력 사이에 이견이 속출할 수 있다.

정치세력들은 이 협상이 앞으로 여러 해 지속되리라고 예상하고 대응해야할 것이다. 인기영합적 주장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엄정하게 판단할 것이다. 아직 임기가 계속되고 있을 박근혜 대통령이 국내의 각계 의견을 수렴하여 대표단의 구성에서부터 협상 원칙까지 대승적으로 수렴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평화를 지키려는 담대한 우리의 자주적 자세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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