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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제재 주도한 한국, 대화 국면서 외톨이 되나"

[기고] 대결의 타성 벗어나 '코리아 프로세스' 추진해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그에 따른 국제사회와 한국의 대북 제재로 한반도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남과 북은 물론 미국과 중국 등 관련국들의 북한 핵문제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동아시아 전체가 냉전 시기로 회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을 주제로 25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2016 제주포럼'에서 발표될 이부영 전 국회의원의 발제문(원제 : 동아시아 평화의 조건 - 북핵과 한반도 평화 모색)을 싣는다.

이 전 의원은 "미-중 간의 갈등은 예외 없이 한반도에 굴절되어 북핵을 둘러싼 갈등으로 표출되었다"며 "북핵을 둘러싼 북-미 갈등은 중-미 갈등으로 비화되고 한-미와 중국의 갈등을 빚는 사드 정국까지 불러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지난 1994년부터 시작된 북핵 위기 과정을 되짚으며 "봉쇄와 제재는 북핵의 고도화를 저지하지 못하고 촉진시킬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이 '선 핵폐기론'으로부터 '선 고도화 방지 후 폐기'로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북핵 능력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라며 "북핵의 고도화를 저지하는 현실적 대안으로 비핵화보다는 핵동결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물밑으로 타진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협상' 방안에 주목하며 "한국은 대화-협상 국면으로 전환할 경우 외톨이로 전락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에 화해와 공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해법으로 새로운 코리아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며 남북대화 복원 등 단기적 방안과 미국과 일본의 대북 관계 정상화를 요체로 하는 장기적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 전 의원은 "코리아 프로세스의 핵심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비핵화를 성취해가되 평화협정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말고 대응해야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6 제주 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는 이부영 전 의원


1. 한반도와 북핵 현황

분단과 전쟁, 극단적 냉전대결과 화해공존으로 점철된 한반도 상황은 2016년 해방 71년을 맞으면서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한반도 위기의 심화는 북한의 핵무기 실전 배치가 가시화되는 속도에 비례해왔다. 지난 2008년 6자회담이 중단되고 오바마 미 행정부는 북핵에 대해 '무시' 전략을 써왔다. 핵실험 하고 미사일 발사한다고 해서 미국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했다. 그러나 무관심을 보여주고 제재를 가했지만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능력을 고도화시켜왔다. 이제 무관심과 제재만으로 북핵 능력의 고도화를 억제할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

특히 최근의 4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그리고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실험은 북한의 핵전력자산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유엔안보리의 최고 수준의 강력한 제재안이 이행되고 있고 한-미군의 역대 최대 규모 군사 훈련이 실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대니얼 러셀 동아태국무차관의 평화협정에 관한 협상의사 표명이 나왔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협상 제의가 나오기도 했다.

2. 대만, 남북한, 일본, 미국의 정치행사가 미치는 영향

대만 : 올해 초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민진당의 차이잉원 당선자는 5월 20일 취임한다. 이미 예상했던 대로 그녀는 거리낌 없이 친미-친일 노선을 천명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과 대만 사이에 1992년에 합의된 '92공식'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 즉 '하나의 중국'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남-동중국해 문제에서 대만의 태도가 결정적일 것이므로 대만을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한국 : 한국에서는 4월 13일 국회의원 총선이 실시되었는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가져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을 4개월 앞두고 분열했지만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122석으로 제2당, 제1야당이던 더민주당이 123석으로 제1당에 올랐다. 분열야당인 국민의당이 38석을 얻어 캐스팅보트를 장악하게 된 것이 충격적인 결과였다. 유권자들은 여야 어느 정당에게도 압도적 다수당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타협이 불가피한 3당 병립체제를 택했다. 제1당인 더민주당과 제3당인 국민의당이 박근혜 정권의 대북강경정책에 비판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총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북제재를 더욱 강경하게 밀고나갈 것임을 표명했다.

6월초 20대 국회 원구성이 끝나고 여당이 소수인 국회에서 두 야당이 북한의 핵활동 동결을 전제로 6자회담 재개, 남북대화 개시, 개성공단 재가동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인 새누리당은 크게 반발할 것이 예상되지만 별다는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미국과 일본도 한국 총선의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국내정치에서는 개혁노선을 걷겠지만 남북관계와 외교안보에서는 보수노선을 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명해온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의 태도가 주목된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의 전도사를 자임해온 박지원-정동영 의원을 비롯한 호남출신 의원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국민의당에서 안철수 상임대표의 외교안보 우경화가 쉽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 : 5월 6일부터 사흘 동안 평양에서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가 김정은의 지도체제를 확정하는 추대대회 형식으로 열렸다. 해외 우방국이나 단체 대표들이 전혀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국내대회가 열렸다. 3대 세습이라는 지도체제를 세울 만큼 북한의 국가적 현실이 위기의 극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핵보유와 전략무기화에 국가적 생존을 의존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을 한편으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을 다른 한편으로 진행되어오던 북핵 문제는 올해 초 북핵 4차 실험이 강행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놓는 것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까지 최고수준의 유엔안보리 제제에 참여하여 북한에 대한 봉쇄에 참여했다. 물론 중국은 제재에 참여하면서도 북한과 미국의 중재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같은 봉쇄와 제재를 감수하면서 4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북한의 의도는 분명하다. 북한의 지도체제를 세우고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북핵문제로 충격을 가해서 북한의 의도하는 성과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지난 8년 동안 '전략적 방치'를 내세워 북한 핵무력의 고도화를 방치한 오바마 행정부를 미국 대선의 심판대에 내세워 미국 대북정책의 전환을 압박해자는 것이다. 북한이 의도한 바가 부분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제임스 클래퍼 미 정보국장의 방한이 그 증거다. 과연 북한은 당대회 이후 핵동결로부터 시작하여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연계한 6자회담 재개에 동의할 것인지, 미국은 북한의 체제인정을 받아들이고 협상에 나설 것인지, 한국은 이런 프로세스가 시작될 경우 보수진영의 반발을 무릅쓰고 혐상을 받아들일 것인지, 주목된다.

일본 : 아베 정권은 헌법 9조의 개헌을 성사시킬 정도의 압도적 다수 의석을 기대하고 있으나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7월 10일로 결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민진당 등 야당후보 연대의 성사여부와 안보법제 쟁점의 재점화 여부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4월 하순에 있었던 홋카이도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있었지만 자민당이 신승함으로써 아베는 참의원선거 전초전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일본경제의 침체와 안보법제에 대한 반대여론을 선거연대를 통해 야권이 압박할 경우 개헌선 저지를 달성하는 데는 무리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당초 중․참의원 동시선거를 고려했지만 구마모토 지진사태와 경제 침체 속에 지나친 '정권우선'으로 해석되는 것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이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선을 확보하지 못해도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할 경우 안보 문제에 강경 드라이브를 걸 것이 예상된다.

미국 : 올해 연말에 끝나는 미국 대통령선거의 민주-공화 양당 경선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귀추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전략적 방치' 정책을 계속해 북핵 고도화가 대폭 진전되었고 그 정책은 일본의 재무장, 보통국가화와 한-미-일 군사동맹의 강화에 활용되어 왔다. 미국의 새 행정부 등장 이후에도 같은 정책이 지속될 것인지 주목해야 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남북한, 일본 등의 정치권력 동향은 북핵과 관련한 6자회담 재개, 미-중 관계의 재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3. 미국과 중국의 대결, 한반도 사태 악화로

1970년대 초 관계개선에 성공했던 미-중 관계는 중국의 급부상과 역내 역관계의 변천에 따라 다시 대결로 돌아섰다. 미-중 간의 갈등은 예외 없이 한반도에 굴절되어 북핵을 둘러싼 갈등으로 표출되었다. 한반도는 동북아 전환기마다 강대국들의 전략 갈등이 집약되는 역사를 예외 없이 재현하고 있다. 북핵을 둘러싼 북-미 갈등은 중-미 갈등으로 비화되고 한-미와 중국의 갈등을 빚는 사드 정국까지 불러오고 있다. 결국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동아시아에는 냉전시기로 회귀하는 듯한 상항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미-일 동맹과 북핵 제재에 열중하면서 아직 북핵 방치 정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제기한 단계 즉 북핵 동결과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빅딜이라는 첫 단계, 그리고 북핵 폐기와 평화협정을 맞바꾸는 두 번째 단계를 추진하는 것인데 이것들은 상당한 기간의 진통을 겪으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제7차 당대회 이후 추가 강경 대응에 나설 경우 한국과 일본에 핵도미노 경향을 비롯한 국지전으로 동아시아를 빠뜨릴 우려도 있다. 이것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도 의외의 결과를 부를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문제로 갈등을 빚는 정책에서 벗어나 협력하는 국면으로 전환하여 긴장국면을 통제 가능하도록 관리해야할 것이다.

4. 봉쇄와 제재로 북핵 폐기 가능한가?

"그간 북-미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핵 개발이 중단됐었다." (중앙일보 2016/1/8) 북핵은 제동장치 없는 폭주기관차가 아니라 협상을 통해 정지 가능한 보통기관차였다.

북핵 공방을 간추리면, 1) 북한의 제1차 선 비핵화(1994/11~2002/12), 2) 북한의 제2차 선 비핵화(2007/7~2009/4), 3) 북한의 선 비핵화 거부와 미국의 협상거부(2010/12 이후) 등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제1차 선 비핵화는 무려 8년 동안 지속됐다. 1994년 10월의 제네바 합의로 핵시설과 물질을 동결․폐기하는 조건으로 원자로․중유․완전한 관계정상화를 제공키로 하여 북한은 11월 핵 활동 동결을 선언하고 NPT에 복귀했다. 그러나 경수로약속도 지켜지지 않았고 관계정상화 협상도 거부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 10월 제2 제네바합의로 선 비핵화를 유지하는데 성과를 거두고 클린턴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었다. 그러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선제공격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선 비핵화 합의는 다시 깨졌다. 북한은 다시 2002년 핵시설 봉인을 풀고 핵 활동 재개에 들어가 2003년 1월 다시 NPT를 탈퇴했다. 북한은 결국 2005년 2월 핵무기보유를 선언했다.

이에 자극받은 미국이 다시 협상에 나와 북-미 간에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이 나왔다. 1)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고 NPT와 IAEA에 복귀한다, 2) 북-미 간 관계정상화, 3) 경제협력과 에너지 지원이 그 내용이었다.

이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4조에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 협상, 5조에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합의사항 이행 위해 상호조율된 조치를 취한다고 했다. 안전장치로는 1) '북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 2) 남․북․미․중이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체제를 협상, 3)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으로 묶어 약속이행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합의 하루 뒤에 미국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 예금계좌를 동결했다.

그러자 북한은 다시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으로 응수했다. 미국은 거부하던 양자협상에 응해 2007년 2월 2.13 합의를 도출했다. 내용은 1) 시설 봉인․폐쇄, IAEA 사찰단 복귀, 2) 북-미 전면 외교관계 협상, 대테러지원국 해제 개시, 3) 에너지 긴급 지원 등이었다. 북한은 앞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 2단계 조치 즉 영변 냉각탑 폭파 등 핵시설 불능화, 핵프로그램 신고를 모두 이행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2단계 조치가 부여한 의무사항 즉 테러지원국 해제, 적성국 교역법 적용대상 삭제, 중유 95만톤 제공,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논의 진전 등을 이행했는가. 미국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동시행동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선 비핵화 이행에 대해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그런데 2005년 2월의 핵보유 선언, 2006년 10월의 1차 핵실험, 2008년 8월의 1차 인공위성 발사 등 북한의 강령한 군사력 시위는 어김없이 미국을 협상으로 나서도록 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같은 과정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양상이 달라지고 있었다. 미국의 약속 이행이 지켜지지 않아 더 이상 선 비핵화가 북한에게 수용되지 않고 거기에 더 이상 평화협정 체결논의를 피할 수 없게 되자 미국은 단호히 협상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여 북핵 공방의 제3시기, 즉 '북한의 선 비핵화 거부와 미국의 협상거부' 시기가 도래했다.

클린턴이나 부시에게도 북핵의 저지는 국익이었다. 오바마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을 감수하면서도 왜 협상에 나서지 못하는 것일까, 해답은 간단한 데 있다. 평화체제 수립의 전제는 종전선언을 해야한다. 종전선언이 있으면 유엔군사령부는 해체된다. 미국의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기득권의 큰 부분이 재조정되어야 한다. 유엔군사령부의 후방기지인 주일 미군기지들도 존립근거를 잃는다. 동북아시아 전반에 대한 군사적 장악이 흔들린다.

"이제부터라도 외교다운 외교를 해야 한다. 그것은 북한 붕괴론의 환상에서 깨어나 북한의 구미를 당길 만한 카드를 갖고 평양과 워싱턴이 대타협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과 북-미 관계정상화를 북한의 핵 포기와 맞바꾸는 '그랜드 바겐'을 추구하되 일단 북한의 핵 활동을 동결하고 협상하는 동안에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2016/1/26)

간단하지만 북핵과 관련한 위의 과정을 살펴보면 봉쇄와 제재로 해결될 과제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북핵 폐기와 동전의 양면관계인 평화협정의 체결은 동아시아 주둔 미군의 존재 여부를 결정짓는 일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 유지라는 전략적 이익에 관련된 핵심 사안이다. 미국 감축과 철수, 기지폐쇄는 미군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칠 문제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은 먼저 북핵 동결과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지 빅딜의 첫 단계를 마무리 지은 다음 본격적으로 다뤄질 사안이므로 오랜 진통을 겪으면서 추진해야할 것이다. 봉쇄와 제재는 북핵의 고도화를 저지하지 못하고 촉진시킬 따름이다.

2016 제주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는 이부영 전 의원

5. 현실적 대안은 핵동결부터

지난 4월 25일 서울에서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반도포럼(이사장 백영철)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지금까지 선 비핵화를 전제한 북핵 폐기 노력은 계속 실패했으며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핵은 고도화됐다. 제재에 의존한 강경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는 지적이었다. 한국과 미국이 '선 핵폐기론'으로부터 '선 고도화방지 후 폐기'로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북핵 능력은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핵의 고도화를 저지하는 현실적 대안으로 비핵화보다는 핵동결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 제기됐다.

다음으로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치열한 논쟁을 일으켰다. 연세대 박명림 교수는 "평화체제 논의를 배제한 비핵화의 방법을 우리가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참가자들은 한국이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돌파할 의지가 있는지, 한국의 동력부재를 우려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의 말을 인용하면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페리 프로세스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코리아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의미심장한 결론을 내렸다.

6. 이제는 코리아 프로세스로 대응이 필요하다

이 기조 발제문을 쓰는 동안에 5월 6일 북한노동당 제7차 당대회가 열렸고 5월 4일에는 제임스 클래퍼 미 정보국장이 한국을 다녀갔다. 지난 4월에는 존 케리 미국무장관과, 이어서 대니얼 러셀 동아태차관보가 복한과의 평화협정에 조건이 충족되면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왕이 외상과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상이 공동성명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협상을 촉구하기도 했다.

클래퍼 국장은 북한의 핵동결과 비핵화에 대응하는 방안이 '봉쇄와 제재의 해제' 그리고 평화협정의 협상일 경우 한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 반발의 정도를 탐색하는데 방한의 목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과 북한의 의견 교환, 중국과 러시아의 동일보조 합의, 그리고 중국과 미국의 조율 그리고 그 논의와 조율의 결과를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통보받는 과정이 드러났다. 6자회담의 당사국이자 한국전쟁의 4대 교전당사국인 한국이 논의와 조율의 결과물을 상위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통보받는 처지인 것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이 대립과 위기의 강경 국면을 주도하도록 역할이 주어졌다가 대화-협상 국면으로 전환할 경우 외톨이로 전락하는 처지가 반복되고 있다. 대화-협상 국면이 한국의 국익에 불리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분단 대결의 타성에 벗어나지 못하는데 그 까닭이 있다.

북핵 폐기와 평화협정을 대타협함에 있어서 한반도에 화해와 공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다는 각오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대결 시대의 해법으로 페리 프로세스가 있었다면 화해-공존 시대의 해법으로 새로운 코리아 프로세스가 필수적이란 내용이다. 코리아 프로세스의 핵심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비핵화를 성취해가되 평화협정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말고 대응해야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북한의 7차노동당대회 이후 북미대화, 6자회담이 복원될 경우, 한국은 지난날의 적극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 비해 한국의 재래 전력이 월등하게 우세하며 북한의 비핵화의 진전은 일본의 군사대국화의 명분을 약화시킬 것이다. 주한 미군의 존재양식은 크게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우리의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한국이 취할 구체적 코리아 프로세스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1) 남북대화를 복원한다, 2) 개성공단의 재가동과 금강산관광의 재개를 신속히 성사시킨다, 3) 남북이상가족의 상봉, 서신교환을 재개한다, 4) 6.15, 10.4 남북공동선언의 합의사항을 이행하도록 한다, 5) 이미 합의한 남북철도와 도로 연결사업을 신속히 이행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1) 미국과 일본의 대북관계 정상화를 한국이 나서서 주선한다, 2) 서울과 평양에 남북대표부를 설치한다, 3) 북한-러시아 당국과 시베리아철도(TSR)과 한반도 종단철도(TSR)의 연결사업을 논의하는 한편 사할린 가스관 한국 연결을 논의한다, 4) 중국-러시아의 산둥 가스 파이프라인의 한국 연결을 논의한다는 내용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코리아 프로세스를 통해 북한에게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협력의 진정성을 이해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대결로부터 호해-공존으로, 공동번영의 시대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북한의 새로운 국가적 개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에 가장 큰 의미가 있을 것이며 북한이 포위된 농성국가로부터 동아시아의 개방된 국가공동체의 일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전환은 북한 자신 뿐 아니라 한국, 더 나아가 동아시아와 전 세계에도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다.

코리아 프로세스는 한계와 위기에 부닥친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고 일본의 국가 동력을 다시 평화 쪽으로 돌려세우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코리아 프로세스가 한반도를 갈등과 대결의 중심으로부터 동아시아 평화번영의 중심으로 전화시키는 과정이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이행해갈 한국인들이 이 문제에 대한 이해와 결단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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