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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때문에 한반도가 전쟁터가 된다면…

[정욱식 칼럼] 사드, 그 존재 자체로 위험한 이유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한미 동맹과 중국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9월 30일 사드 부지로 성주 롯데 골프장을 선정한 이후에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사드 문제와 관련해 "국가의 전략적 안보와 지역의 전략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중국인은 한 말에 책임을 진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이러한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사드 배치 프로세스를 즉각 중단하기를 강렬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 강행 시)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는 사드 배치는 북한의 위협 대응용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억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되풀이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사활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사드 문제를 둘러싼 한미 동맹과 중국 사이의 근본적인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드 배치가 강행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질문은 대한민국의 존망이 걸린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주 사드가 미중 간의 무력 충돌 발생 시 한국을 집어삼킬 수 있는 거대한 '인화 물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검증이나 공론화는 거의 없다. 중국의 경고를 공갈‧협박으로 치부하거나 한미 동맹을 이간질시키기 위한 술책으로 간주하는 목소리만 높을 뿐이다. 사드 반대론자를 '친중 사대주의', '매국노'로 몰아붙이는 변종 매카시즘마저 횡횡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한미 동맹이 사드는 중국과 무관하다고 아무리 말해도 중국은 자신의 "핵심 이익"을 침해한다고 여긴다. 그리고 내가 미국 문서를 바탕으로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이러한 중국의 위협 인식에는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

둘째,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중국의 사드 대응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곧 중국의 대응이 한국과 미국의 국익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판이하게 다를 것임을 의미한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대미 대응의 핵심은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사드와 같은 미사일 방어 체제(MD)를 무력화할 수 있는 강력하고도 다양한 미사일 개발‧배치와 핵 전략의 변화가 이에 해당된다. 특히 중국은 전략 무기 기술이 우수한 러시아와 손을 잡을 공산이 크다. 미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차원이 다르다. 이미 사드 배치 발표만으로도 한중 관계에는 적신호가 켜진 상태이다. 그리고 사드 배치가 강행되면 중국은 비군사적 보복과 함께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것이다. 군사적 대응의 핵심은 바로 사드 기지를 겨냥한 정밀타격 능력의 배치이다.

이러한 양상은 셋째 문제, 즉 우리에게 '존재론적인 위협'으로 연결된다. 이건 성주에 사드가 배치된 상태에서 미중 간의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를 떠올려보면 어렵지 않게 유추해볼 수 있다. 미-중 간의 충돌 시 성주 레이더가 대중국용으로 이용되게 되면, 한국은 미국에게 레이더 기지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이는 국제법적으로 한국이 중국에 군사적 적대 행위를 하는 것이 되고, 중국은 성주 사드 기지를 타격할 권리를 갖게 됨을 의미한다.

너무 비관적이고 비현실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게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일단 미-중 간에 전면전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북아 지역 분쟁'은 차원을 달리 한다. 가령 동중국해에서 중일 간의 군사 충돌이 발생하고 미국이 개입하는 시나리오, 혹은 양안 분쟁 발생 시 미국이 개입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중국의 대만 공격 시 대만 방어에 나설 뜻을, 미일 상호 방위 조약 해석에 따라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시 일본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놓고 있다.

9월 초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에서 사드 배치가 "지역 분쟁을 격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과 연결된다. 세계 최강의 공격 능력을 갖춘 미국이 사드 배치를 통해 방어력까지 증강하면 동북아 지역 분쟁 발생 시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그리고 일본과 대만이 이러한 미국의 힘을 믿고 더 대담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한국이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본질적으로 별로 없다.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이나 양안 사태는 언제든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질 수 있다. 또한 성주 사드에 대한 작전 통제권도 미국 손에 있다. 미-중 간의 무력 충돌 발생 시 성주 레이더에 대한 군사 행동 여부도 중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사드 배치가 "주권적 선택의 가장 비주권적인 결과를 잉태할 것"이라고 일관되게 우려를 표한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성주 사드는 미-중 간의 무력 충돌 시 한국을 그 한복판으로 불러들이는 초대장이 되고 말 것이다. 강대국 간의 전쟁, 특히 핵 시대에는 제3차 세계 대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상대방의 영토에 대한 공격보다는 제3지역에서의 '국지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드 배치가 우리에게 존재론적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도 제3지역이 바로 한국이 될 수 있고, 또한 강대국 간의 국지전이 우리에겐 전면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드가 초래하는 문제는 전쟁 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평시에도 우리가 짊어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중국이 유사시에 대비해 성주 사드에 대한 군사적 대응책을 마련하면, 한국 내에서도 군사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다. 자체적으로 대중 억제력을 구비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한미 동맹을 강화해 중국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이렇게 되면 25년간의 한중 우호 시대는 막을 내리고 적대 관계로 돌변하고 만다.

하여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드 배치가 이와 같은 엄청난 비용과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시급하고도 가치가 있는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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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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