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대기업들, 미르·K스포츠 재단에 '쪼개기 모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대기업들, 미르·K스포츠 재단에 '쪼개기 모금'"

野, 미르·K스포츠 재단 집중 조명…재단 실체, 모금 과정, 설립 특혜 등

새누리당이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면서 가운데 야당이 단독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는 2016년 국정감사에서, 최근 뜨거운 논란거리였던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에 야당의 공세가 집중됐다. 정부 공식 행사 관련 정보를 먼저 알고 개입하는 등 권력 핵심부와 선이 닿아 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사례에서부터, 모금 및 재단 설립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 등도 제기됐다.

미르, 정부 역점 사업 '코리아에이드' 공식 추진 전부터 개입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김경협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6일 보도자료를 내어 "미르재단이 박근혜 대통령 역점 사업인 '코리아-에이드(aid)'와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정부가 공식 추진하기에 앞서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 20일부터 한 달간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에 '케이-밀(K-Meal)' 가공 식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도국용 쌀 기반 시제품 제작)를 맡겼다"며 "미르재단이 그보다 최소 1개월 앞선 작년 11~12월경 이화여대 관련자에게 '개발도상국 영양지원 사업에 필요한 쌀 가공식품 생산전략과 시제품 제작'을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가 공식 발주를 하기 앞서, 미르재단이 똑같은 내용의 발주를 했다는 것. 김 의원은 "미르재단이 정부-이화여대 연구계약 체결 이전에 '코리아에이드'와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사업에 착수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민간의 미르재단이 정부보다 앞서 대통령 해외 순방과 역점 사업에 적극 나섰다면 국기문란과 국정농단 논란이 제기되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미르재단은 '코리아에이드 TF' 회의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합동 '코리아에이드 TF'는 1월 21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4월까지 7차례 회의를 개최했는데 "미르재단 관계자도 논의에 참여해서 논의했다는 증언이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코리아에이드 TF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준비했다"며 "정부 부처뿐만 아니라 부문별 공공·민간기업, 즉 차량은 현대차그룹, 문화는 한식재단, 케이밀은 농수산물유통공사(aT)과 함께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케이밀' 사업 자체에 대해 "졸속 정책으로 시민사회의 우려와 비판을 받았던 사업"이라며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이 사업을 폐기하기보다 오히려 대상 국가를 확대하고 추가로 예산을 확대 편성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조치"라는 비판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농식품부는 지난 5월 케이밀 사업 출범(에 대해), 해당 국가의 영양 개선 효과와 함께 국내 쌀 수급 안정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며 "현행 WTO규정상 대북 지원을 제외하고는 국내 공급 과잉 쌀을 원조를 통해 소비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함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재단법인 미르와 연관돼 논란을 빚고 있는 코리아에이드, 케이밀 사업이 국내 쌀 수급 안정을 도모하고 우리 농식품 수출에 보탬을 줄 거라는 헛된 망상에서 벗어나, 대북 지원과 같은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민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 준비 과정에서 주무 부처가 산업통상자원부(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관광공사)로 바뀌고, 행사 감독도 모 대학 교수에서 최순실 씨와 가까운 인사로 알려진 광고감독 차은택 씨로 교체됐다며 정권 실세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르·K스포츠의 뒷배경으로 주목됐던 차은택이라는 사람도 최순실 씨와 각별하다고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관광공사는 엑스포 업무를 이관받기도 전에 '행사 감독을 교체할 경우 법적 배상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법무법인에 자문을 구하는 등 사실상 감독 교체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김 의원은 신문 인터뷰에서 "미르재단 게이트의 핵심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차 씨가 편하게 행사를 맡을 수 있도록 부처를 바꿔준 게 아닌지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금 및 재단 설립 인가 과정 의혹


미르·K스포츠 재단이 세워질 때 기업들이 출연금을 내놓은 과정과, 정부의 재단 인가 과정에 대한 의혹도 연이어 제기됐다.

교문위 소속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두 재단의 출연금 명세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분석한 결과, 포스코 등 출연 기업들이 자체 이사회 규정까지 어겨가며 거액을 출자하거나 약정 출연금을 충당하기 위해 계열사로부터 '쪼개기 모금'까지 동원했다면서 "정권이나 권력실세가 개입하지 않고 순수하게 전경련이 기획한 사업이라면 기업들이 이렇게까지 무리했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노 의원에 따르면, 포스코는 2015년 11월 6일 이사회에서 미르재단에 30억 원을 출연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포스코 이사회 내규는 10억 원을 초과한 기부·찬조는 이사회에 앞서 재정 및 운영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당시 이사회는 이같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노 의원의 지적이다. 포스코는 올해 1월 K스포츠 재단에 대한 출연을 논의할 때는 이런 절차를 밟았다.

미르재단에 15억 원을 낸 삼성물산의 경우, 타 법인에 대한 출자는 이사회 부의를 거치도록 돼 있지만 미르재단에 대한 출연은 이사회 의결 없이 이뤄졌다고 노 의원은 밝혔다. KT 역시 10억 원 이상의 출연·기부는 이사회에 부의하도록 돼 있지만, 이사회 의결 없이 11억 원을 출연했다.

'쪼개기 모금' 사례까지 나왔다. K스포츠에 43억 원을 낸 현대차그룹은 올해 2월말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로부터 각각 9억3000만 원과 10억9000만 원을, 3월 초 현대자동차로부터 22억8000만 원을 모아 약정금을 충당했다. 노 의원은 "LG그룹도 4월 29일 LG화학,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등 8개 계열사가 적게는 5000만 원에서 많게는 10억9000만 원까지 갹출해 30억 원을 출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르에 26억 원을 출연하기로 약정한 GS는 GS칼텍스, GS건설, GS리테일, GS홈쇼핑 등 8개 계열사로부터 최소 1억 원에서 최대 6억3000만 원까지 갹출해서 26억 원을 채웠다. GS는 올해 7월 K스포츠 재단 출연 과정에도 8개 계열사가 갹출해 16억5000만 원을 나눠 냈다.

이런 식으로 돈을 모은 미르재단은 재단의 구체적 재산 내역과 수입 지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미르재단이 문화부에 제출한 정관 변경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미르재단은 지난해 10월 설립 이후 11월과 12월, 올해 8월에 걸쳐 세 차례 정관을 변경했다"며 "정관 변경사유서를 보면, 정관 별지에 재산총괄표와 운영(보통)재산 목록을 제외하고 기본재산만을 남겨두도록 정관을 변경한다고 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미르재단의 경우 정관 8조 3항에 따라 운영재산을 이사장이 정하는 대로 쓸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미르의 운영재산은 기본재산 100억 원을 제외한 388억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미르가 정관을 변경함으로써 재벌 기업들로부터 모은 388억 원의 운영재산의 목록과 사용처를 숨기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또 정부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설립 허가를 하루 만에 내준 것이 특혜가 아니라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황 총리는 지난 22일 국회 대정부질의 답변에서 '재단 설립 허가가 빨리 된 게 불법이 아니다. 하루 만에 허가가 나온 경우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신청 하루만에 허가를 내준 법인은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 외에 두 곳이 있었으나 이는 설립허가증 재교부나 기존 단체들 간 통합의 경우였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2012~15년간 문화부에서 설립 허가를 내 준 131개 법인들의 설립 신청일과 허가일자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한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15년 4월 13일 설립허가 신청서가 접수돼 당일 허가가 난 한국자연지리협회의 경우 이미 설립허가가 난 법인의 허가증을 재교부하는 경우였고, 올해 3월 7일 신청 하루 만에 설립허가가 난 대한체육회 역시 기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된 법인에 대한 형식적인 허가이기 때문에 신설 법인의 설립 허가 케이스가 아니었다"며 "결국 최근 5년간 설립 신청 하루 만에 허가가 난 신설 법인은 미르·K스포츠재단 밖에 없는 셈"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