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수언론은 물론이고 외신까지 '리만(이명박-강만수) 브라더스'의 무능을 지적하고 나선 마당에 여권 내에서도 "강만수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조기개각? 연말개각?
문제는 개각 시기. 민주당 등 야당들은 조기 경질론을 제기한다. '강만수 경제팀'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한 탓에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 놓든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내 세운다.
실제 지난 27일 한국은행은 금통위를 열고 금리를 0.75%p 인하하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 놨다. 같은 날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국회 시정연설에서 "IMF같은 위기는 절대로 없다"라고 공언하기도 했지만, 효과는 전무했다.
야당들은 대외채무 지급보증 동의안 처리 이후 곧바로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뿐 아니라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28일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진지하게 제의한다. 금융대책 조치가 끝난 후에 현 경제팀을 교체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한나라당은 일단 장관 교체 여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긴 하지만 '교체'는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아직까지 강 장관에 대한 방어막을 펴고 있는 박희태 대표나 이상득 의원도 "전쟁에 임하는 장수를 바꿔서야 되겠느냐"는 정도의 논리로는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홍준표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친이계인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개각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강만수 경질론'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임 의장은 전날 "시장에서 (강만수 장관에 대한) 지적이 많이 제기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차제에 재점검을 해서 국민들에게 뭔가 좀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즉각 교체'에는 난색이다. 강 장관에 대한 경질이 이뤄지더라도 한나라당은 예산안 처리 이후인 연말로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 시점에서 인사청문회를 하려면 한 달 이상 경제장관이 공백 상태로 가야 한다"면서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한나라당 내에서 '쓴소리 경제통'으로 분류되는 이한구 의원도 "예산안까지 다 처리하고 개각해도 안 되겠느냐"면서 연말 개각론에 힘을 실었다.
예산안 법정 처리기한은 12월2일까지다. 그러나 통상 여야의 줄다리기 속에 예산안 처리가 마지막까지 미뤄져 왔었다는 현실적인 조건을 감안하면 '선(先)예산안-후(後)개각'이라는 시나리오는 결국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시 실기한 인사로 문제를 오히려 키우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적지 않다.
하마평 무성…'노무현의 남자'도 기용될 수 있을까?
이런 가운데 후임 장관에 대한 하마평만 무성하게 나온다. 특히 '강만수 경제팀'의 자리를 대신할 인물로 지난 정권에서 중책을 지낸 인사들이 오르내리는 게 눈여겨볼 만 하다. 거국내각을 구성하라는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으면서도 경제수장을 전 정권 인사 중에 발탁함으로써 모양새를 내는 방안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미 "전직 정권 인사라도 중용해야 한다"면서 '중용론'을 폈다. 현재로선 이헌재 전 부총리를 비롯해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차관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국민경제 자문회의에 민간위원 자격으로 참여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해당된다.
시장의 '공적'으로 전락한 강만수 장관의 자리에 과거 정권 인사들을 기용함으로써 돌아설 대로 돌아선 민심을 수습하고 '국론통합'의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는 논리다. 과거 정부에서 이들 인사들이 주로 경제분야에 경력을 쌓았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하지만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아무리 위기상황이라고는 해도 지난 정권에서 승승장구했던 인물을 다시 중용하는 데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도 "기회주의자들은 안 된다"고 전 정부 인사 중용론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거론되는 이들이 과연 현재의 위기를 돌파해 낼 만한 신뢰와 추진력을 담보한 인사들이냐는 점에서도 논란이 있다. 전문성과는 별개로, 개인적 친밀도와 믿음을 인사의 주요 기준으로 삼아 온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인연이 많지 않은 인사를 과연 '경제 컨트롤 타워'에 앉히겠느냐는 회의적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이로 인해 정부와 정치권, 시장이 너나 없이 '포스트 강만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번에 주목을 끄는 '특급 소방수'는 아직까지 부각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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