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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만 두차례 핵실험...박근혜 정부는 뭘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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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만 두차례 핵실험...박근혜 정부는 뭘 했나?"

[전문가 진단] 사드로 깨진 국제 공조, 추가 제재 쉽지 않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유로 미국과 한국의 권력 교체기에 최대한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동대학교 김준형 교수는 "임기 말에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민생을 건드리면서 제재를 강화하기도, 그렇다고 군사적인 수단을 사용하기도 어렵다는 상황을 북한이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과 한국의 절묘한 정치 권력 교체기 상황을 이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빠르면 올해 미국, 늦으면 내년 한국 정권 교체기 사이에 가능한 한 자신의 몸값을 최대한으로 높여 둘 수 있는 모든 과정을 끝내놓은 채로 다음 정권을 기다리자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한미일과 중러가 벌어진 틈을 이용했다"며 "일시적으로는 중국이 곤란한 처지가 되더라도, 동북아 내 구조를 봤을 때 진영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자신들에게 더 나은 전략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 1월 북한의 핵 실험과 2월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대응으로 만들어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2270호의 제재 내용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실제 2270호에는 북한의 석탄과 철광 제품의 수출·공급·이전을 금지하고 있는데 대량살상무기와 관계 없는 민생 목적의 교역은 제재 대상에 포함돼있지 않다. 또 로켓 연료를 포함한 항공유의 판매와 공급도 금지돼 있지만, 인도주의적인 목적에 한해서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북한에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넣기 위해서 이러한 '단서 조항'들을 폐지하고 북한의 민생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안보리 결의가 탄생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민생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의 제재를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것이 북한 민생뿐만 아니라 북중 접경 지역에 있는 중국의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그렇게 되면 중국의 민생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과 정면 충돌을 무릅쓰고 민생에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안보리 2270호에는 제재 내용도 포함돼 있지만 49항에는 이번 제재 결의안이 대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며 50항에는 구체적으로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제재라고 명시돼있다"며 "중국은 한미일 3국이 이러한 측면에서 노력은 하지 않고 군비 경쟁만 부추겼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TV는 9일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통해 5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

정부, 할 수 있는 건 북한 규탄밖에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 9일,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군은 긴급 작전지휘관 회의를 개최하며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외교부는 미국, 일본을 비롯한 우방국들과 함께 긴급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청했으며 북한에 대한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는 지난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정부가 대응한 조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8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비교했을 때 당시와 달라진 것은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도입 결정뿐이다. 이 와중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갈수록 강화됐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이번 핵 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표준화‧규격화된 핵 탄두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탄두를 스커드, 노동, 무수단 등의 미사일에 다 꽂아서 쓰겠다는 뜻"이라며 "이들 미사일에 탑재할 수준으로 탄두가 소형화됐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핵 실험의 주기가 짧아진 것도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을 단행한 이후 2차 핵실험은 2009년에, 3차는 2013년에, 4차는 2016년에 각각 실시하며 대략 3년 정도의 주기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과 8개월 만에 5번째 핵 실험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김 교수는 "주기가 짧아진 것이 큰 의미를 둘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1년에 두 번의 핵실험을 했다는 것은 핵 물질 수급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향후에도 언제든지 핵 물질을 수급해 핵실험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인 측면은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강화됐지만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데 있다. 인제대학교 김연철 교수는 "북한 핵에 대응하기 위한 핵 무장론이 나오고 있는데, 지난 6일(현지 시각) 라오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확장 억제를 통해 억지력을 유지한다고 했다. 한국의 독자적 핵 무장을 미국이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지난 8개월 동안 수도 없이 강조했던 대북 제재 공조로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물론 남한 내 사드 배치 결정으로 국제 공조마저 어려워진 상황이다.

김연철 교수는 "미국은 대선이 끝난 이후 새로운 정부가 나오기 전까지 정책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 유일한 상황 관리자는 중국"이라며 "제재를 강화하든 협상을 하든 한중 간에 정보도 공유하고 외교적 협력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그런데 사드를 배치하면서 중국과 불협화음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박근혜 정부가 그렇게 강조했던 대북 제재의 '국제 공조'도 깨져버렸다"며 "북한 핵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을 마련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 셈"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핵 무장도, 제재도 안 통하는 상황에서 결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북한을 '규탄'하는 것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지난 8개월 동안 정부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성공단의 문을 닫았지만 결과는 5차 핵실험으로 돌아왔다. 정부의 조치가 효과가 있었나"라고 따져 물었다.

김 교수는 "최소한 5차 핵실험까지 왔으면 북한을 규탄하는 것과 함께 이를 막지 못한 정부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책임을 통감하는 것이 정부가 국민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핵 능력이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빨라졌기 때문에 대책을 세우기가 어려울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최소한 북한의 핵 능력이 더 이상 확대 발전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결국 협상 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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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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