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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고 버텨라! 절대로 사표 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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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고 버텨라! 절대로 사표 쓰지 마라!

[양지훈의 법과 밥] 정리 해고에 대처하는 법

회사는 상황이 어려워지면 노동자가 알아서 회사를 그만두길 원한다. 법률에 따른 정리 해고는 까다로운 요건을 갖추어야만 적법하기 때문이다. 회사로서는 노동자가 어려운 사정을 미리 헤아리고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이 때 회사는 구조 조정 대상자를 선별하고 상사로 하여금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노동자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대기 발령 후 해고 예고 절차를 거쳐, 직접 해고할 수 있는 인사 정책을 통해 노동자로 하여금 사직을 '선택'하게 할 수도 있다. 노동자 역시 회사의 어려운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회사를 나가는 순간 자신의 삶 역시 거센 바람 앞 촛불과 같은 운명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밖은 지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최소한 버티는 기간만큼의 월급에 해당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긴 하지만 둘 사이의 힘겨루기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회사는 정리 해고 대상자를 선별한다는 소문에서 나아가, 구조 조정 대상자가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대기 발령하고 추후 해고하겠다는 인사 방침을 실제로 공고를 통해 확정하고, 일부 노동자를 상대로 대기 발령까지 내린다. 대상자 가운데 한 노동자는 이에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해고된다는 회사의 인사 방침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금을 수령한다.

노동자는 사직서를 제출하고도 억울했다. 내가 왜 구조 조정 대상이 된 것인지 회사로부터 설명들은 바도 없고 대기 발령을 당하긴 했지만 근무 실적이 평균보다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표면적으로는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으므로 이를 다툴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은, 사직서 제출의 중요한 동기가 되었던 것이 회사의 강압적인 인사 방침 때문이었다는 점이다.

사직서 제출 행위가 해고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

노동자는 근로 관계를 종료시킨 자신의 사직서 제출 행위를 뒤늦게 소송을 통해 다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동자는 사직서 제출 행위가 자신의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고 회사 정책에 의한 것이었으므로 실질상 해고라고 주장할 수 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 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 계약 관계를 종료시킨다 할지라도,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 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위 판례에는 '비진의 의사 표시', '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 표시' 등 민법의 법리가 전제되어 있다.)

판례가 말하는 가장 중요한 두 요소는, 첫째 노동자(근로자)에게 실제로 사직의 의사가 존재하지 않아야 하고, 둘째 사용자는 노동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게 하는 경우여야 한다.

사직서 제출 행위 자체는, 노동자가 사직의 의사를 갖고 사용자를 상대로 일방적 통보를 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회사의 동의를 요하지 않으며 사직서 제출 후 1월의 기간이 경과하면 그 효력이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자에게 '사직'의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회사의 기망 행위(노동자를 회유 등으로 속이는 행위)나 강박 행위(노동자로 하여금 공포나 해악을 느끼도록 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사직서를 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노동자가 외형상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해고'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다. 이 경우 비록 사직서를 제출한 노동자라고 할지라도, 노동자에게 정당한 해고에 준하는 사유가 존재하는지는 회사가 입증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희망 퇴직의 실시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하는 경우

다만, 노동자가 어쩔 수 없이 회사의 인사 정책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하는 행위가 모두 조건 없이 '해고'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희망 퇴직제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당시 또는 앞으로 다가올 피고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다소 과장하거나 위 퇴직 권유에 응하지 않을 경우 어떤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회사가 어쩔 수 없이 노동자로 하여금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기망하거나 강박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판례도 존재한다.

앞선 판례와의 중요한 차이는, 회사의 인사 정책이 실제 어느 정도로 노동자의 사직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느냐 하는 점이다. 따라서 실제 노동자가 회사의 보이지 않는 강압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해고로 이를 다투어 인정받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어쨌든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고 버틸 수 있다면 버티는 것, 그것이 노동자에겐 가장 유리한 권고사직 대응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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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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