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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유보'로 중국發 '파국'은 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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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유보'로 중국發 '파국'은 피하자

[정욱식 칼럼] 유감스런 중국 답답한 한국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한중 관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국 내 사드 배치를 강력하게 반대해온 중국은 한국에 대한 보복 카드를 하나둘씩 꺼내 들고 있다. 이로 인해 한류 산업과 여행업 등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업은 직격탄을 맞고 있고, 비자 발급 절차도 까다로워지면서 한중간의 교류 협력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맞서 국내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반중(反中) 여론을 자극하는 보도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중국의 보복 조치를 '적반하장'으로 몰아붙이면서 중국 매체에 기고하거나 인터뷰에 응한 국내 인사들에게 '사대'니 '매국'이니 하면서 마녀사냥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었지만, 사드 문제의 합리적인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감정 싸움이 격해질수록 문제의 본질은 희미해지고, 켜켜이 쌓여가는 상호 간의 불신은 양국 관계의 회복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중국의 태도가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우려는 이해할 소지가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 조치로 인해 피해를 보는 한국 사람들은 사드 배치 결정과 무관한, 그래서 무고한 사람들이다.

또한 중국 언론은 한국 인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자신의 구미에 맞게 편집해서 내보내고 있는 것 같다. 필자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나는 두 차례에 걸친 중국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꼭 넣어달라고 요구했었다. 하지만 아래의 내용은 삭제된 상태에서 기사화되고 말았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중국이 한국 국민들에게 유무형의 불이익을 주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 혹시라도 중국이 한국에 보복을 가한다면, 양국 간 국민 감정이 크게 상해 사드 문제의 합리적인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중국은 '대남 제재'를 통해 한국 내 사드 반대 여론의 확산을 기대하는 것 같다. 또한 한국인 가운데에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인사들이 있다는 점을 언론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자국의 사드 반대 입장을 정당화하려고도 한다. 하지만 기대효과 이상으로 역효과도 크다는 점을 중국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와 보수 언론의 행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중국의 다양한 보복이 있을 거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중국도 경고해왔고 국내의 많은 전문가들도 이 점을 지적해왔다.

그런데 이를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축하면서 '사드는 중국과 무관하다'는 점만 부각시켰다. 그러다가 막상 중국이 보복에 나서자 중국에 대해서는 '너희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반응을 쏟아내고, 국내의 반대론자들에게는 '친중 사대주의'라는 딱지를 붙이려 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중 관계가 '강 대 강' 대결 국면으로 접어들고 이 국면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데에 있다. 박근혜 정부는 "내년 말 사드 배치 완료"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가 예측하지도 감당하지도 못할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한다.

▲ 지난 7월 25일(현지 시각)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라오스를 방문한 윤병세(왼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 부장이 라오스 수도인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외교부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출구를 찾아야 한다. 출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도 다가오고 있다. 중국 항저우에서 9월 초에 열릴 G20 정상 회의가 바로 그것이다. 이 자리에는 사드 문제의 핵심 당사국이 모두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나는 이 자리에서 최소한 '조건부 사드 배치 유보'라도 합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여기서 조건부란 '북핵 협상'을 의미한다. 네 나라가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키로 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의 진전 여부를 사드 배치 여부와 연계시키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협상에 진전이 있으면 한미 양국 정부가 말하는 사드 배치의 필요성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 아마도 중국은 협상의 문을 열기 위해, 그리고 협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어느 때보다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반대로 북한이 협상을 거부하거나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그때 가서 사드 배치 문제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비협조는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할 근거가 약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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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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