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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해경의 세월호 진입, 승객 구조 목적 아니었다?

[세월호 의혹의 확정 ⑫] 해경 123정 5

고무단정이 세 번째로 세월호에 접안하였을 때, 한 해경은 세월호 좌현 3층 난간을 넘어 세월호로 올라갑니다. 해경이 최초로 세월호로 진입한 것입니다. 당시 세월호가 좌현으로 기울어 1, 2층은 완전히 물에 잠기고 3층이 수면과 가까워져 넘어가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세월호로 진입한 해경은 고무단정이 두 번째로 세월호를 향해 출발할 때 단정에 탑승했던 이모 경사입니다. 얼핏 생각할 때 해경이 세월호로 진입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행위입니다. 세월호로 올라가서 승객들을 질서 있게 퇴선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후 이모 경사의 움직임은 우리의 예상과 많이 다릅니다.

이모 경사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먼저 우리가 생각을 해 봅시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해경 123정이 현장에 도착하였을 때 세월호는 50도 이상 기울어져 계속 침몰하는 중이었습니다. 누가봐도 승객들의 퇴선이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당시 123정은 세월호의 승객이 450여 명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갑판이나 해상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승객들은 '배 안'에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갑판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정확히 말해 객실, 복도, 라운지 등에 대기하고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선박의 문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릴 필요가 있겠습니다. 선박에서 도선사 출입문을 제외한 모든 문은 안에서 밖으로 열리는 구조입니다. 이는 바깥의 물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고안된 것입니다. 즉 바깥에서 수압이 작용하면 문은 더욱 굳게 닫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객실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배에 문제가 생겨 물이 객실 복도까지 들어왔는데 객실 안에 사람이 있다면 수압으로 인해 객실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사실상 갇히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배가 침몰할 때 사람은 선실 안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세월호가 침몰하던 시기 1시간가량 계속되었던 '대기 방송'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 선실에서 대기하는 것은 사실상 자살 행위입니다. 그리고 '대기'를 '지시'하는 것은 사실상 살인 행위입니다. 선원들은 이러한 선박 문의 구조를 알고 있었을 것이고 따라서 승객들을 대피 갑판으로 집결시켰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선원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문: 만약 피의자가 브릿지 데크가 아닌 A, B데크 객실이나 드라이버 룸에 있는 상황이라면 선내 대기하라는 방송을 듣고 계속 선내에 대기하였겠는가요.
답: 세월호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외부 갑판으로 나오지 않고 선내에 대기하고 있으면 그대로 익사합니다. 저는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을 들었으면 외부 갑판으로 나왔을 것입니다.
(1등항해사 강○○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3회)

1등항해사 강모 씨의 진술입니다. 자신은 선내 대기 방송을 들었어도 외부 갑판으로 나왔을 것이라고 합니다. 선내에 대기하고 있으면 그대로 익사하니까. 선원들은 승객들이 이대로 대기하고 있으면 모두 익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승객을 퇴선시키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다시 123정으로 돌아와서, 이러한 상황에 해경이 세월호에 진입을 한다면 그 목표는 승객 퇴선이어야 했습니다. 그럼 이모 경사는 어떤 목적을 갖고 세월호로 진입한 것일까요? 본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문: 단정을 타고 갈 때 정장, 부장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은 것이 있는가요.
답: 제가 단정을 타기 전에 조타실에 가서 정장님에게 "구명벌을 터뜨려서 선수 쪽 사람들을 구조해보겠다"고 했더니 정장님이 "가능하겠느냐"고 물어서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하였고 정장님이 "그럼 한 번 해 봐라"고 하여 바로 단정에 올라탔습니다.
문: 진술인이 구명벌을 터뜨리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선수 쪽에 사람들이 구조 요청하는 것을 123정 갑판 상에서 봤기 때문에 선수 가까이에 있는 구명벌을 터뜨리면 선수 쪽 사람들을 구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모 경사 참고인 진술조서 1회)

문: 세월호 사고현장에 도착하여 어떤 조치를 하였는가요. 시간순서대로 진술하세요.
답: 고무단정이 출발하고 나서 123정이 고무단정 쪽으로 가다 선미 끝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선수 쪽으로 방향을 돌려서 가고 있는데 선미 쪽으로부터 3분의1 지점쯤에서 고무단정이 사람을 태우고 왔습니다. 그 사람들이 기관부 선원들이었구요. 그때 제가 123정 조타실에 가서 김경일 정장에게 "지금 저 사람들 다 구하려면 구명벌이라도 떨어뜨려야겠습니다. 제가 한번 올라가 보겠습니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다 안에 있는데 안에서 나오면 구명벌이라도 있어야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랬더니 정장님이 그렇게 해 보라고 했습니다.
(이모 경사 참고인 진술조서 2회)

1회 진술과 2회 진술 사이에 차이가 있습니다. 1회 진술 때에는 명백하게 "선수 쪽 사람들"을 지칭하면서 구명벌을 터트려 그들을 구출하려고 하였다고 진술한 반면, 2회 진술에서는 마치 세월호 승객 전원을 고려한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이후 실제 있었던 일들을 고려하면 1회 진술이 사실에 부합합니다. 만약 이모 경사가 세월호 승객 전체를 구조할 생각이 있었다면 구명벌을 펼치는 것 외에 '안에 있는 사람들'을 퇴선시키기 위한 어떤 행위를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는 세월호 선수에 구명벌 하나를 펼쳤을 뿐 승객 퇴선을 위한 행위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로 접안한 고무단정(09:43:44경). 세월호 조타실쪽에는 한 선원이 줄을 잡고 내려와 있다. ⓒ 해경 123정 채증 영상

그림을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위 사진은 고무단정이 세 번째로 세월호에 접안하였을 때의 모습입니다. 세월호 조타실 쪽을 보면 한 사람이 줄을 타고 반쯤 내려와 있습니다. 이 사람을 이모 경사가 말한 '선수 쪽 사람'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그는 세월호 조타수 박모 씨입니다.

이상하게도 해경이 마음을 쓰면 그 사람은 선원입니다. 처음 고무단정이 세월호에 가서 그냥 보이는 사람을 5명 구조해 왔는데, 그 사람들이 전원 기관실 선원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선수 쪽에 사람이 있길래 그들의 탈출을 도우려고 하였는데, 그들은 조타실 선원입니다.

아무튼 이모 경사는 '선수 쪽 사람들'을 구하려고 세월호에 진입하였습니다. 지금 고무단정이 접안하고 있는 위치를 잘 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곳의 난간을 넘어 이모 경사는 세월호로 진입하는데 그 위치는 세월호 3층 안내데스크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3층 모형. ⓒ 검찰 증거기록

위 사진은 세월호 3층 모형입니다. 오른쪽이 선수 방향, 왼쪽이 선미 방향입니다. 노란 화살표가 있는 방향으로 이모 경사가 진입하였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안내데스크와 가까운 위치입니다. 심지어 당시 이모 경사가 진입한 갑판과 안내데스크 사이에 있었던 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3층 안내데스크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곳에서 "현재 위치에서 절대 움직이지 마시고" 대기하라는 방송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모 경사가 이때 안내데스크로 진입하여 승객퇴선 방송을 지시하였다면 대부분의 승객들이 구조되었을 것입니다.

세월호가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라 진입이 힘들었다면 적어도 소리라도 질러서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퇴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 승객들이 연속적으로 전달하여 모두에게 퇴선 지시를 전달할 수도 있었습니다.

▲세월호 3층 내부모습(09:42:56경). ⓒ화물기사 촬영 동영상

위 사진은 당시 안내데스크가 있던 3층의 내부 모습입니다. 선수 쪽에서 선미 쪽으로 찍은 화면이므로 오른쪽이 세월호의 좌현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오른쪽에 있는 문이 열려 있어 환하게 빛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안내데스크 위에 엎드리고 있는 사람은 화물기사 최재영 씨이고, 사진 왼쪽에 일부 모습이 보이는 사람이 바로 그 '대기 방송'을 하였던 승무원 강모 씨입니다. 강모 씨는 법정에 나와서 이때 해경이 퇴선 방송을 명령했다면 자신은 방송을 하였을 것이라고 진술하였습니다.

문: 이○○ 경사가 이곳 갑판 위로 올라와서 증인이 있는 곳을 향해 "밖으로 나와라", 갑판으로 나오라고 소리를 쳤으면 들릴 수 있는 거리입니까.
답: 정확히는 들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들을 수는 있을 겁니다.
문: 당시 해경이 이곳 갑판 위로 올라와서 승객들을 향해 배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면 증인이 이를 듣고 선내에서 방송을 할 수 있었습니까.
답: 예, 제가 들었다면 충분히 방송을 할 수 있었습니다.
(승무원 강○○ 증인신문조서, 김경일 정장재판 1심 제2회 공판조서의 일부)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이모 경사는 승객들에게 퇴선을 지시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구명벌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갔을 뿐입니다.

문: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갈 때 승객들을 못 보았나요.
답: 네, 제가 막 성큼성큼 올라가는데 채 1분도 걸리지 않았고 그 사이 승객은 보지 못했습니다.
문: 단정을 접안했을 때 창문이나 난간 안쪽으로 승객이 보이지 않았나요.
답: 못 봤습니다.
문: 조금만 신경 써서 봤으면 승객의 모습을 보지 않았을까요.
답: 제 눈높이에 맞는 창문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목표한 것(구명벌)이 있었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이모 경사 참고인 진술조서 1회)

여기서 이모 경사의 진입 목적이 '선수 쪽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이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됩니다. 만약 진입 목적이 수백 명의 승객들을 퇴선시키는 데 있었다면 이동하는 과정에 승객들을 찾으려고 노력했을 것이고 육성으로든 방송으로든 퇴선 명령을 하려고 하였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3층 갑판에 올라타서 계단을 이용해 5층으로 올라가고, 그리고 다시 선미 쪽에서 구명벌이 있는 선수 쪽까지 이동하는데 채 1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세월호가 기울었지만 아직까지는 이동에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이모 경사의 움직임을 본 한 전문가는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힌다고 하였습니다.

문: 고무단정을 타고 세월호 좌현 3층 갑판 쪽으로 간 고무단정에 탑승한 해경 대원 중 한 명(경사 이○○)이 3층 난간을 넘어 갑판으로 진입한 뒤 계단을 통해 5충 갑판까지 갔고, 이어 난간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여 구명벌이 있는 곳까지 이동을 하였는데, 그렇다면 위 경찰관의 위와 같은 이동경로에 비추어 당연히 3층 출입문 정도는 열어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나요.
답: 하 참 말이 안 나오네요 당연히 가능했습니다. 갑판을 걸어가면서 사람들에게 손짓으로 그 쪽으로 나오라고 했어야 합니다.
(황모 소방안전본부 감찰조정관 검찰 참고인 진술)

(계속)

'세월호, 의혹의 확정'은 '국민참여를 통한 세월호 진상규명' 후속 연재입니다. 박영대 위원은 세월호 연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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