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이용수(88) 할머니는 올해로 14번째 열린 대구경북 위안부 피해자 추모제에서 떠난 이의 영정을 앞에 두고 이같이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 추모의 날을 맞아 학생과 시민 70여명이 고인의 안식을 빌었다. 참석자들은 이용수 할머니의 한 서린 목소리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사)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6일 오전 중구 서문로에 위치한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에서 돌아가신 대구경북 '위안부' 피해자 21명을 추모했다. 이들은 지난 2002년 6월 5일 돌아가신 故 서봉임 할머니의 기일에 맞춰 지난 2003년부터 매년 6월 6일을 추모의 날로 정했다. 특히 2011년부터는 지역 학생, 시민들과 함께 돌아가신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추모제는 오전 10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됐으며 위안부 한일합의에 대한 강연도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해 효성여고 '헤로도토스', 대건고 '다물', 경북고와 대구여고 '반크' 등 지역 고등학교 역사동아리 학생들과 시민 7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5일 개관한 대구경북 첫 위안부 역사관에서 열려 의미를 더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10년 넘게 수요집회에 참석한 할머니들은 거의 떠나고 남은 사람은 나를 포함해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눈을 감았지만 영혼은 우리와 함께 일본의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 "피해자들의 의견은 묻지 않았다. 우리의 삶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 왜 마음대로 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이 터진다.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진실을 끝까지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이정선 시민모임 대표는 추모사에서 "세계적으로 7만에서 20만명으로 추정되는 강제동원 피해자가 시대의 한을 간직한 채 쓸쓸하게 떠났다"며 "우리나라도 등록된 238명의 피해자 가운데 생존자는 현재 42명뿐이다. 돌아가신 분들 모두 편히 쉬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각자 영정사진 앞에 국화꽃을 놓고, 술을 올렸다.
추모제에 이어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점에 대한 강연도 이어졌다.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정부를 상대로 위헌판결을 이끌어 냈던 최봉태(53) 변호사와 미국에서 일본 기업을 상대로 강제징용과 위안부 동원 피해 소송을 추진했던 정연진 AOK(Action for One Korea)대표가 패널로 나섰다. 이들은 "청산되지 않은 역사와 분단으로 인해 벌어진 참극"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모두가 진실을 알고 자신의 일처럼 널리 알려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봉태 변호사는 "대표적인 일본의 전범기업인 미쯔비시는 중국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역사적 책임'과 '사죄의 뜻'을 밝혔다"며 "중국과는 이렇게 하면서 한국과는 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역사적으로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며 "돌아가신 할머니 앞에 울컥함을 느낀 것처럼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각자 할 수 있는 것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한일청구권 협정을 이유로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내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았다.
정연진 대표는 "2차대전 직후 동아시아의 공산화를 막기 위한 미국의 전략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현대사는 청산되지 않은 채 분단만 지속됐다"며 "위안부 문제는 이웃나라 사이의 분쟁이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 속에서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다. 어떠한 전쟁에도 여성을 성노예화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한일 외교장단 회담에서 발표된 위안부 합의안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최 변호사는 "합의안에 대한 법률적 최종해석은 사법부에 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일본이 법적으로 책임지고 배상해야 한다"며 "때문에 합의안은 무효"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14년 12차 아시아연대회의에서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피해 국가들이 공식적으로 요구한 사안도 이번 합의로 무용지물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여성가족부에 공식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238명으로 현재 생존자는 42명이다. 그 가운데 대구경북에만 26명의 피해자가 등록됐으며 지난해 6월 김외환, 김달선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생존자는 5명(대구 4명, 경북 1명)뿐이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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