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8) 할머니와 105년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 당선자인 차이잉원(59.蔡英文) 민주진보당 주석의 만남이 추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일정부가 당사자 의사를 뺀 채 '위안부' 합의를 발표한 뒤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고령의 피해자가 직접 국제사회 공조를 요청한 셈이다.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대표 안이정선)' 운영위원인 최봉태 (54.법무법인 삼일) 변호사는 11일 "이용수 할머니와 차이잉원 당선자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만 여성인권단체가 당선자측에 만남을 구두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만남이 성사되면 정신대모임을 통해 정식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와 '대만 부녀구원사회복지사업기금회(부원회)' 관계자들은 지난 2월 대만에서 면담을 가졌다. 오는 9월 대만의 '위안부 역사관' 개관을 앞두고 있어 한국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최 변호사와 캉수후아 부원회 집행장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에 공감했다.
두 사람은 곧 양국 피해자와 함께 차이잉원 당선자의 만남을 추진했다. 부원회가 2월 21일 열었던 위안부 샤오타오 할머니 추모회에 마잉주(66.馬英九) 전 총통이 참석한 것을 감안해 국가 원수의 관심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어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 활동가로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호소하고 있는 대구의 이용수 할머니에게도 이 계획을 전달해 동의를 받았다.
부원회는 이와 관련해 최근 차이잉원 당선자측에 양국 위안부 피해자들과의 만남 등을 구두로 요청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당선자의 정식 총통 취임식이 5월로 예정돼 있어, 만남이 성사된다면 적어도 대만 위안부 역사관 개관식이 예정된 오는 9월쯤 될 것으로 최 변호사는 예상하고 있다.
최봉태 변호사는 "피해자들의 고령으로 인한 죽음과 한국 정부의 계속된 외면으로 국제사회 공조가 절실하다는 생각에서 만남을 추진하게 됐다"며 "일본 정부의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와 배상 요구를 한국 대통령이 못한다면 대만 총통과라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대만은 우리나라와 달리 최근 마잉주 전 총통이 자국 피해자들을 만나고 추모회에도 참석해 일본 정부에 사죄를 요구했다"면서 "차이잉원 당선자는 여성이고 인권에도 관심이 많아 위안부 문제에 더욱 적극적일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만남이 성사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우리나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유족의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신일본제철 등 이른바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맡아 2000년부터 12년만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를 이끌어냈다. 일제강점기와 관련한 국내 피해자들의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승소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이어 그는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원장'을 지내는 등 일제 징용,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각종 인권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국외강제 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의 자료(2013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위안부 피해자는 8만~20만명이다. 이 가운데 등록 피해자는 238명이고 생존자는 44명에 불과하다. 대만은 전체 1,200여명 중 3명만 생존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운영 3년 동안 한 번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직접 만난적이 없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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