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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지지' 반기문, 與 대선 후보 될 수 있을까?

유엔 사무총장으로 누차 '지지 발언'…새로운 '도전' 되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하면서 정치권이 출렁이고 있다. 마땅한 대선 주자가 없었던 새누리당은 반색하고 있고, 야권은 반 사무총장을 '친박(親박근혜)' 후보로 규정하면서 견제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반 사무총장이 세계 각국의 동성 결혼 합법화를 지지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범죄 등을 강하게 비판했던 그간의 행보가 그의 대선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물론 보수 정치인이라고 해서 성소수자 인권 보장 요구를 못 하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핵심 지지층에 보수 기독교계가 있다는 현 국내 정치 환경에서는 '동성애 지지'가 여권 후보로서 대권 행보를 하는데 작지 않은 변수로 작동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 사무총장이 하기에 따라 전형적이지 않은 '독특'한 보수당 대선 후보로 나서 국내 성소수자 관련 사회 논쟁에 새로운 지대를 형성할 수도, 핵심 지지층의 거센 반발로 애당초 보수 진영의 대선 주자가 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반기문 "LGBT 인권 침해될 때, 우리 모두가 작아진다"

반 사무총장이 성소수자 운동과 동성 결혼 합법화에 적극적인 지지 목소리를 내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9월 그는 뉴욕에서 열린 성소수자 인권 보장 행진에 참여해 강도 높은 지지 발언을 해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그는 당시 "LGBT(성소수자) 인권이 침해될 때, 우리 모두가 작아진다(dimished·권위 추락). 모든 인간은 소중하다"면서 "내가 이끌고 있는 UN은 차별에 맞선 싸움에서 결코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UN agencies call for end to violence and discrimination against LGBTI community)

지난해 6월에는 미국 연방 대법원이 '주 정부가 동성 결혼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하자 반 총장은 "미국의 게이와 레즈비언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어디든지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도록 한 연방 대법원의 합헌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소치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는 반(反) 동성애법을 제정한 러시아를 향해 "올림픽은 인종이나 지역, 성적 성향과 관계없이 누구나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반 사무총장의 이 발언은 다른 곳도 아닌 소치에서 열린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 기조 연설에서 나왔다.

재작년 7월에는 유엔 직원이라면 국적에 상관없이 동성 결혼을 인정하고, 의료 보험과 배우자 동반 이주 등의 혜택을 다른 부부들과 동등하게 받을 수 있게 하기도 했다.

반 사무총장이 국내 LGBT 운동에 지지 메시지를 직접 보낸 일도 있다. 2013년 4월 반 사무총장은 유네스코(UNESCO)가 발간한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 정책>을 번역한 국내 시민 단체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 행동'에 이 책에 실릴 서문을 보내왔다.

그는 서문에서 "76개 국가에서 아직도 성인인 동성 간의 합의된 사적인 관계가 범죄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염려된다"면서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우리 인류 가족의 구성원인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모든 청소년을 위해, 학교를 더욱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자"고 했다. (☞전문 보기 : 반기문 "동성애 혐오, 지독한 인권 침해"…한국 첫 언급)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연합뉴스

보수 개신교 단체 "반기문 총장님, 동성애가 인권입니까" 항의 메시지

반 사무총장의 이런 성소수자 인권 보장 촉구는 이미 국내 보수 기독교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 왔다. 매년 열리는 퀴어 문화 축제에서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개신교 단체들의 맞불 집회도 열리곤 하는데, 때마다 이곳에서는 "반기문 총장님, 동성애가 인권입니까"와 같은 현수막이 펼쳐지기도 한다.

정치권에서도 성소수자 관련 발언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지지 발언을 하더라도 최대한 '에둘러서' 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지난 4.13 총선 때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의 호모포비아성 공격을 받고 "동성애 확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던 표창원 당선자가 대표적이다.

그는 "성소수자를 사회적 약자로 보고 그들에 대한 공격과 혐오는 기독교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물론 성경에서 금지한 동성애가 이 사회에 확산하는 것을 저도 반대한다"고 말해 '그 또한 혐오 발언'이란 반발을 불렀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재작년 기독교 목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울시가 퀴어 축제 장소로 서울 광장 사용을 매년 승인하는 것과 해당 사안에 대한 찬반은 별개의 문제라는 게 지금까지 박 시장이 보여 준 입장이다.

믿을 건 與 윤리 강령 20조뿐…반기문, 여당 후보로 도약할 수 있을까

사실 동성애 찬반은 진영 논리에 따라 쉽게 갈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성소수자이면서도 동시에 새누리당 지지자일 수 있다. 야권의 유력 정치인이지만 알고 보니 호모포비아일 수도 있다. 동성애 지지가 진보 진영이 독점해 온 '이데올로기'도 아니다. 소수자 혐오를 인정하고 차별에 반대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동성애 이슈는 일단 피하고 보자'가 정치권의 불문율이 되고 만 한국의 정치권 상황도 이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외려 한국 정치권이 더욱 신경을 써 온 것은 핵심 지지층의 결집과 이탈 문제다. 이 관점에서는 성소수자 차별 반대 정치인이 보수 정당의 후보가 되기는 매우 어렵다는 공식은 분명히 선다.

그럼에도 반 총장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되고 싶다면 2007년 6월 제정된 새누리당 윤리 강령을 방패로 삼아볼 수는 있겠다. 새누리당 윤리 강령 20조는 당원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나이 종교는 물론 '성적 지향' 을 이유로도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는다고 정했다. 현재로서는 반 사무총장이 기댈 곳은, 좀처럼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이 윤리 강령의 한 문장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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