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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곶자왈 보전관리 한계…'법적 보호 지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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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곶자왈 보전관리 한계…'법적 보호 지위' 마련해야

[언론 네트워크] 곶자왈의 눈물③

2000년 이후 제주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이 활발해지며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 파괴가 가속화 되고 있다. 최근에는 땅값 상승을 노린 부동산 업자들의 불법행위로 곶자왈이 또 다시 위협받고 있다. 제주도는 곶자왈 보전을 위해 사유지를 매입하는 공유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곶자왈을 각종 개발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제주의소리>가 곶자왈 훼손 실태와 보존을 위한 방안을 세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글 싣는 순서
①난개발에 사라지는 제주의 허파 '곶자왈의 눈물'
②부동산 광풍에 무너지는 경계선 '신음하는 곶자왈'
③곶자왈 보전관리 한계'법적 보호 지위' 마련해야

▲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의 한 곶자왈. 나무들이 뿌리채 뽑혀 있다. 이곳은 사업자가 창고를 짓는다며 산지전용허가를 받았지만 정작 테마파크 건설이 추진되다 철회되는 일이 벌어졌다. ⓒ제주의소리(김정호)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곶자왈'은 도민사회에서도 생소한 단어였다. 2000년 이후 무분별한 관광개발 사업으로 중산간이 파헤쳐지면서 곶자왈의 실상이 외부에 알려졌다.

곶자왈은 숲이나 덤불을 뜻하는 제주어다. 지형적으로는 용암이 흐르며 만들어낸 크고 작은 암괴지대다.

제주도 면적 1848.44㎢의 5%인 92.56㎢가 곶자왈이다. 크게는 한경-안덕곶자왈(49.11㎢), 애월곶자왈(4.92㎢), 조천-함덕곶자왈(23.10㎢), 구좌-성산곶자왈(15.43㎢)로 구분한다.

국내 양치식물의 80%가 서식하고 빗물의 80%를 숨골을 통해 지하수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천혜의 자원이지만 정작 이를 보존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미약하기만 하다.

시민사회단체는 곶자왈 보전을 위해 2008년부터 조례 제정 활동을 벌였다. 반면 조례의 핵심 내용인 보호지역 지정 및 행위제한, 처벌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매번 무산됐다.

결국 2011년 제주도는 환경단체와 간담회를 열어 대화에 나섰다. 진통 끝에 2014년 4월 강경식 도의원이 대표 발의 한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가 제정됐다.

조례에는 보전위원회 설치와 보전기본계획 수립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정작 상위법에 근거가 없어 곶자왈의 훼손을 금지하는 등 실효성 있는 보호 수단에는 미치지 못했다.

곶자왈에 법적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김우남 국회의원은 기존 제주도 관리보전지역에 곶자왈보전지구를 추가하는 내용의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지난해 7월 대표발의 했다.

▲ 제주시 번영로 인근 조천곶자왈에 최근 도로가 조성되면서 곶자왈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중장비에 훼손된 것으로 보이는 나무. ⓒ제주의소리(김정호)

▲ 제주시 구좌읍 다랑쉬오름 인근에 위치한 곶자왈. 사업자는 이 곳에 건물을 짓기 위해 20m 도로 개설 허가를 받았다. 공사 과정에서 곶자왈 식생들이 잘려 나갔다. ⓒ제주의소리(김정호)

현행 지하수자원보전지구와 생태계보전지구, 경관보전지구에 곶자왈지구를 추가하면 곶자왈의 보호 가치와 특성에 따라 등급을 세분화해 각종 개발을 제한할 수 있다.

제주도 역시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에 이 내용을 포함했지만 개정안은 열달 가까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제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김 의원의 발의안도 폐기 수순을 밟는다.

제주특별법 손질과 함께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이하 보전관리조례) 개정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전관리조례상 곶자왈은 지하수자원보전지구 2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2등급은 폐기물처리 시설 설치가 금지되지만 개인 하수 처리시설은 허용하고 있다.

곶자왈은 생태계보전지구에서는 대부분 3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3등급은 농·임·축·수산업 용도의 경우 3만㎡ 이하면 산지전용과 토지형질변경이 가능하다.

창고 등 기타 시설도 등급면적의 30% 이내 산지전용을 허용하고 있다. 토지의 형질변경과 입목의 벌채도 허가받을 수 있다.

도내 곶자왈의 약 80%가 생태계보전지구 3등급에 해당한다. 즉, 관련 요건만 충족하면 각종 개발사업이 가능하다. 20년 가까이 무분별한 곶자왈 훼손이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서귀포시 대정읍에 조성한 제주영어교육도시의 경우 생태계보전지구 3등급 면적만 8만6979㎡에 이른다. 이중 28%인 2만4817㎡의 곶자왈이 훼손됐다.

▲ 제주시 번영로 인근 조천곶자왈에 최근 도로가 조성되면서 곶자왈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의 한 임야. 산지전용허가가 나지 않은 곶자왈에서 나무들이 누군가에 의해 잘려나갔다. ⓒ제주의소리(김정호)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사무처장은 "현재 제도에서는 사유지가 대부분인 곶자왈이 개발위험에 노출됐다고 봐야 한다"며 "더 늦기 전에 보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처장은 "제주특별법에 곶자왈 보전을 위한 근거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며 "곶자왈의 지하수 등급을 1등급으로 상향하고, 생태계 3등급도 2등급으로 올리는 보전지역관리 조례 개정도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보전가치가 높은 곶자왈 지역과 규모를 정하고, 한라산처럼 국립(도립)공원 형태로 보호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은 막되 소규모 농가주택 건설 등은 허용하는 이중적 정책을 추진하면 사유지 재산권 침해 등의 민원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광중 제주대 교수(지리학)는 "곶자왈은 지질학적 가치가 뛰어난 곳으로 도립공원이나 국립공원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며 "국공유지를 중심으로 공원화 하는 방안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곶자왈 연구 용역에 참여한 정상배 박사는 "대규모 개발은 제한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개발을 관대하게 허용하는 방식으로 국립공원 지정도 고민해볼 수 있다"며 "제한적 개발을 허용하면 자연경관으로 인해 재산적 가치는 더 높아져 토지주들의 민원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곶자왈의 정확한 경계와 분류기준을 정하기 위한 관리보전지역 재정비 사업을 추진중이다. 보전관리방안은 주민공람과 전문가 검증, 도의회 동의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재정비안이 나오면 제주도는 6단계 제도개선을 통해 곶자왈보호 정책을 마련하게 된다. 청정과 공존을 내세운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이 곶자왈 보전의 밑그림을 어떻게 그려 나갈지 지켜볼 대목이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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