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난개발에 사라지는 제주의 허파 '곶자왈의 눈물'
②부동산 광풍에 무너지는 경계선 '신음하는 곶자왈'
③곶자왈 보전관리 한계... '법적 보호 지위' 마련해야
제주에 어린이용 캐릭터 테마파크를 건설하려던 사업자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한지 채 열흘도 되지 않아 제주도에 사업철회 의사를 밝혔다.
울창한 숲과 식생을 자랑하는 곶자왈 지역을 사업부지로 낙점했지만 정작 환경훼손에 대한 지역 여론이 우려되자 서둘러 사업을 접은 것이다.
당초 이 업체는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일대 4만5911㎡ 부지에 연면적 3668㎡,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캐릭터 박물관을 건립하려고 했다.
해당 부지에는 식생과 생태적 가치가 높은 안덕곶자왈이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사업부지 중 일부는 다른 업체가 창고를 짓겠다며 이미 지난 2월1일 산지전용허가를 받은 곳이다.
안덕곶자왈은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해발 고도 492m인 병악에서 남서쪽으로 해안 가까이까지 길게 흘러내린 곶자왈 용암류를 포함하고 있다.
발원지인 병악을 포함해 소병악, 무악 등의 오름과 개가시나무, 녹나무 등 울창한 활엽수림을 품고 있다. 다른 곶자왈과 달리 용암의 흐름에 따라 경계가 뚜렷하다는 특징도 있다.
곶자왈의 곶은 '숲', 자왈은 '덤불'을 뜻한다. 풀어쓰면 숲이나 덤불을 포함하는 식생지대를 의미한다. 지형적으로는 용암이 흐르며 만들어낸 크고 작은 암괴지대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 전체 면적 1848.44㎢의 5%인 92.56㎢가 곶자왈이다. 지역별로 한경-안덕곶자왈(49.11㎢), 애월곶자왈(4.92㎢), 조천-함덕곶자왈(23.10㎢), 구좌-성산곶자왈(15.43㎢)이 4대 곶자왈 지구로 불린다.
곶자왈은 선사시대부터 제주인들이 거주했던 지역이다. 동굴과 생활문화유적이 다수 발견돼 문화적 가치도 높다. 고려시대 이후에는 곶자왈의 상당수가 목장지대로 이용됐다.
1970년대 목축 감소로 대부분 방치됐다. 대규모 마을소유 숲이나 목장, 국공유지로 활용돼 왔다. 대부분 암석지형지질로 이뤄져 농지 활용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원시림에 가까운 생태적 가치를 지녔지만 개발 열풍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2000년대 이후 중산간을 중심으로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면서 곶자왈 곳곳이 파헤쳐지기 시작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유지나 마을목장 형태로 넓은 면적을 한꺼번에 개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토지 가격도 곶자왈 훼손에 악영향을 미쳤다.
곶자왈 전체 면적 중 훼손규모는 29.6㎢로 전체의 31.9%를 차지한다. 훼손사례를 보면 골프장 건설이 8.5㎢로 가장 넓다. 관광시설은 7.4㎢, 택지개발도 4.1㎢에 이른다.
골프장 훼손 규모는 에코랜드가 274만㎡로 가장 크고 블랙스톤 154만7000㎡, 라온 133만4000㎡, 테디밸리 105만5000㎡, 한라산 51만1000㎡, 제피로스 32만㎡ 등의 순이다.
안덕곶자왈에 위치한 테디밸리의 경우 골프리조트 개발사업이 사실상 어려웠지만 서귀포시가 개발사업 시행승인을 내줘 곶자왈 식생이 대규모로 훼손된 대표적 사례다.
제주특별법 제295조 제1항과 제주도 보전관리조례 제10조에 따르면 생태계보전 3등급 지구는 사업대상지역 내 등급면적 30% 이내에서만 산지전용이 가능하다.
반면 서귀포시는 사업부지 내 생태계보전 3등급 면적에 대한 훼손율이 42%를 넘었음에도 개발사업시행 승인과 변경승인을 내줬다. 훼손 면적만 47만㎡를 넘는다.
서귀포시는 산지전용이 불가능한 임야 32만2191㎡에 대해 체육용지로 지목변경허가를 내주기도 했다. 결국 골프장측은 산지전용허가 없이 리조트 개발을 위해 곶자왈을 파헤쳤다.
감사원은 2015년 4월 제주도 기관운영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서귀포시에 주의 처분을 내렸지만 이미 수십만㎡의 곶자왈이 훼손된 후였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도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을 주도하며 곶자왈 곳곳을 침범했다.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공원 등 관광지 개발을 위한 부지 정리로 603만5000㎡의 곶자왈이 훼손됐고 서귀포시 대정읍 영어교육도시 택지 개발 등으로 422만2000㎡가 사라졌다.
정광중 제주대 교수(지리학)는 “투자유치를 이유로 제주도가 대규모 개발을 허가하고 JDC도 각종 개발에 나서면서 행정 스스로 제주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곶자왈 개발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실제 현장을 방문하며 확인하는지도 의문"이라며 "반복되는 곶자왈 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개선과 인식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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