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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교과서'에 집착하는 박근혜, 미국도 비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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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교과서'에 집착하는 박근혜, 미국도 비웃는다

[정욱식 칼럼] 민주주의를 죽이면서 자유민주주의로 통일?

"통일이 됐을 때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올바른 통일이 되어야지, 지금과 같은 교과서로 배우면 정통성이 오히려 북한에 있기 때문에 북한을 위한,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언론사 편집국장 및 보도국장들과의 오찬에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역사 문제라는 것은 이만큼 중요하기도 하고 잘못 나가면 위험하기도 하다"고 강변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관련 기사 : 박근혜 "국정 교과서 안 하면 북한에 의해 통일된다")

박 대통령의 역사에 대한 비정상적 발언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성을 망각한 채, 유체이탈식 화법과 '네 탓'으로 돌리는 책임전가도 고장난 라디오처럼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민주주의를 죽이려고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로 통일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불일치에 있다. 불일치의 폐해는 두 가지가 맞물려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데 북한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후퇴시켜 통일을 더 더욱 멀어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남북 관계의 동시적 악화는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맞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역주행은 뚜렷하다. 미국 국무부는 4월 13일 발표한 연례 인권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항목을 추가했다. "중·고교가 역사 교과서를 선택할 권리를 끝내려는 한국 정부의 계획은 학문 자유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고 지적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을 민주주의와 인권에 기반한 '가치 동맹'이라고 치켜세워왔는데, 그 미국한테 낯부끄러운 지적을 당한 셈이다.

일주일 후 국제 언론 감시 단체 '국경 없는 기자회'는 세계 언론 자유 지수를 발표했다. 한국은 70위였다. 처음 언론 자유 지수가 발표된 2002년에는 39위를 기록했고, 2006년에는 31위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곤두박질치더니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날개 없는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가 언론의 자유라고 교과서에 나와 있는데, 학생들은 이러한 현실과의 불일치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꼴찌에서 두 번째를 차지한 북한(179위)보다 높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할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청와대-국가정보원-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어버이연합 사이의 '이상한 연대'도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을 여실히 보여준다. 권력 있는 자는 오더를 내리고 자본 있는 자는 돈을 대고 사람 있는 단체는 노인들을 동원하는 '신종 관제 데모 카르텔'의 민낯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나를 겨냥한' 표현과 집회 결사의 자유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탄압하려 하고, '나를 위한' 표현과 집회 결사의 자유는 법까지 초월해 보장해주는 '배제와 포섭의 정치'는 결코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자유민주주의로의 통일을 가로막는 세력은 박근혜 정부이다. 민주적 권리를 탄압 당하는 국가 구성원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자부심을 갖기는 어렵다. 자유민주주의의 외피를 쓴 정권이 민생 문제 해결에 무능한 모습을 보일수록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의 기초도 약해진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을 자유민주주의의 통일의 대상으로 부를수록 북한은 '핵 억제력' 강화를 통해 흡수통일에 대한 방어벽을 더욱 높이 쌓으려고 할 것이다.

하여 '자유'든, 다른 수식어가 붙든 '민주주의 통일 코리아'로 가는 길은 결코 역사 교과서 왜곡에 있지 않다. 학생들을 비롯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온전하고도 유능한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때, 그리고 남북한의 교류 협력의 길이 다시 열려 북한 주민들이 남한을 진심으로 동경하게 될 때, 민주주의 통일로 가는 길도 하나둘씩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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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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