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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악했던 공천 뒤로하고 뭉치는 새누리…야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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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악했던 공천 뒤로하고 뭉치는 새누리…야권은?

[기고] 아름다운 변절 : 냉소보다는 뜨거운 가슴으로

정말 참담하다. 박근혜 정권의 폭주와 횡포를 선거로 막지 못할까. 투표일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후보 단일화는 물 건너가는 듯하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나 입으로는 정권심판이나 정권교체를 외치면서도 행동은 딴판이니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다.

더민주당은 단일화의 필요성을 호소하지만 진정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단일화를 꼭 이루겠다는 절박함이 없어 보인다.

국민의당은 저래도 야당인가 싶다. 당 대표가 새누리당의 첩자라는 소문까지 나도는 터다. 야당의 분열로 새누리당의 압승과 영구집권이 확실해 보이는데 무슨 수로 어떻게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것인지 암담할 뿐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절대 질 수 없는 선거판이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통해 보듯 각종 통치기구와 정보기관 등을 선거에 활용한다. 정권에 장악된 거의 모든 신문, 방송들은 새누리당에 불리하거나 야당에 유리한 뉴스는 보도조차 하지 않는다. 통진당, 전교조, 민주노총 등 야성이 강한 정당이나 단체들은 해체되거나 무력해졌고, 말랑말랑한 야당은 스스로 쪼개진 터에 서로 다투기까지 한다. 이렇게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박근혜 정권이 나라를 팔아먹어도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이 30~40%라고 하지 않은가.

이에 덧붙여 새누리당은 공천을 전후해 두 가지 점을 보여주었다. 하나는 공천과정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정치에 환멸과 혐오감을 심어줌으로써 기권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김무성 대표가 공개한 선거전략 가운데 하나가 중간층이 투표를 포기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공천과정에서는 아무리 험악하게 싸워도 투표를 앞두고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힘을 합친다. 선거가 끝나면 다시 피 터지게 난투극을 벌일지라도, 정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똘똘 뭉치는 것이다. 수구 보수는 아무리 부패하고 치부를 드러내며 막장으로 치닫더라도 위기에 처하면 기득권 유지라는 목표 앞에서 단합하기 마련이랄까.

이런 터에 야권은 분열돼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갈라진 다른 편을 비난하며 싸운다. 온건 보수 쪽에서는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서로 헐뜯고 진보 쪽에서는 정의당과 민중연합당이 서로 삿대질한다. 이념과 정책으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헤어지며 품었던 분노와 원한을 쏟아내는 것이다.

수구 보수가 진흙밭에서 개처럼 싸우다가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결정적 순간엔 단합하듯이, 온건 보수와 진보도 새누리당의 압승과 친일독재의 영속을 막기 위해 위급한 순간엔 울분과 적대감을 잠시나마 거두고 힘을 합칠 수 없을까.

▲ 문재인(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프레시안(최형락)

굳이 손을 맞잡지 않아도 괜찮다.수도권 새누리당 후보의 어부지리를 막기 위해 유권자의 지지를 덜 받는 야권 후보가 물러서기만 하면 된다. 입에 달고 사는 말처럼 진정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국가를 손톱만큼이라도 위한다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끝까지 완주해야 정당지지율을 조금이나마 높여 비례대표 1~2석 더 당선시킬 수 있고, 10% 이상의 표를 얻으면 선거경비를 절반쯤 보조받을 수 있으리라는 계산으로 추악한 완주를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국회의원 몇 석 늘리고 돈 몇 푼 챙기자고 망국의 길로 이끄는 중죄를 저지르지 말기 바란다.

진보 쪽에서는 새누리당, 더민주당, 국민의당 모두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보수로 여기는 것 같다. 하기야 전두환 군사독재를 떠받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더민주당 최고지도자로 오르고, 박근혜 정권 창출에 기여했던 사람이 갑자기 국민의당 지도부에 섞이기도 하는 터다.

그러나 아름다운 변절로 받아들이자. 박근혜 정권의 폭정과 무능을 심판하겠다고 마음을 바꾼 사람들 아닌가. 어디서든 진보와 보수가 경쟁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진보정치가 척박한 한국에서는 극우 보수와 온건 보수만 있을 뿐이다. 극우 보수에서 온건 보수로 옮긴 자체가 바람직한 진보라고 할 수도 있다.

참고로, 한국의 정치세력을 좌파와 우파로 나누거나 진보와 보수로 가르는 것은 부질없다.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를 앞세우지 못하는 좌파가 어디 있으며, 사회주의는커녕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샌더스가 내세우는 민주사회주의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진보가 어디 있는가.

굳이 이념을 따진다면 안중근은 동학당을 '좀도둑'이나 '적병'으로 치부하며 총칼로 무찔렀던 양반 집안의 '수구'였어도 남북에서 존경받고, 김구는 해방 이전 이동휘 상해임시정부 국무총리가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는 데 앞장섰던 '극우'였어도 남한의 보수보다 개혁 진보세력이 더 존경하는 인물이 되었다. 젊어서 개혁적인 성향을 지녔다가 나이 들며 가진 게 늘어나고 지위가 올라가면 보수적으로 변하기 마련인데, 극우 보수에서 온건 보수로 옮겨오는 아름다운 변절은 곱게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

김종인이나 문재인 때문에 더민주당은 죽어도 지지하지 못하겠다거나 안철수 때문에 국민의당은 절대 찍을 수 없다는 생각은 버리자. 비인간적이고 반민족적이며 비민주적이고 반평화적인 극우 보수 새누리당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못된 더민주당을 지지할 수도 있고 얄미운 국민의당에 표를 줄 수도 있어야 한다. 선거에서는 가장 훌륭한 사람을 뽑는 게 중요하지만, 가장 나쁜 놈을 떨어뜨리는 것이 더 바람직할 때도 있다. 현재의 강적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과거의 적이라도 품을 수 있지 않은가. 진보의 뜨거운 가슴으로.

우선 새누리당이 헌법을 뜯어고칠 수 있는 국회 200석 이상 당선은 물론 국회법을 개악할 수 있는 과반 득표까지 막아내자. 그리고 온건 보수 야당들과 선거법을 고쳐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고 비례대표의석을 늘리는 게 실현 가능한 진보의 길이라 생각한다.

이번 총선에서 각 지역 후보들 중에서는 가장 나쁜 놈이 당선되지 못하도록 투표해 박근혜 정권의 폭주와 새누리당의 영구집권을 막으면서, 정당별로는 취향에 맞게 정의당이나 민중연합당 또는 녹색당이나 복지국가당 등에 지지표를 던짐으로써 참신하고 진보적인 비례대표의원 몇 명이라도 당선시키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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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

이재봉 교수는 1983년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94년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1996년부터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2018년 현재 '남이랑북이랑' 공동대표, '통일경제포럼' 공동대표, '함석헌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 <두 눈으로 보는 북한>, <이재봉의 법정증언>, <문학과 예술 속의 반미>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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