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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이러다 2017년 대선 없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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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이러다 2017년 대선 없어질 수 있다

[기고] 아름다운 이별과 정의로운 연대 : 야권에 호소한다

북한의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로 나라가 뒤집히는 것 같다. 유엔 주도의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가 시작됐다. 김정은 죽이기를 포함한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 군사 훈련도 시작됐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국정원을 더 끔찍한 괴물로 만들 수 있는 테러방지법을 밀어붙인 데 이어 국민을 광범위하게 사찰할 수 있는 사이버테러방지법까지 만지작거린다. 탈북자단체는 북한이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삐라를 다시 날려 보냈다. 금세 테러와 전쟁이 터질 듯한 공포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거 정국이다.

야당은 이를 견제하기는커녕 비판조차 못하고 있다. 무력한 데다 분열까지 됐다. 선거를 앞에 두고 쪼개진 것은 더욱 통탄스럽다. 실정과 폭정을 심판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야당의 분열이 청와대의 횡포와 새누리당의 영구집권에 멍석을 깔아주는 모양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지만 우리나라에서 보수는 결코 망하지 않는다. 부패하면서도 기득권 유지라는 목표로 단합하며 대를 이어 흥한다. 진보가 분열로 망할 뿐이다. 정권의 공작에 의해 쪼개지기도 하고, 집단 내에서 수단·방법을 놓고 선명성 경쟁하듯 조그만 차이조차 좁히지 못하며 찢어지기도 한다.

먼저 '선거의 여왕'이 펼치는 분열의 통치술은 소름끼칠 만큼 치밀했고 야권은 맥없이 무너졌다. 이석기를 잡아가고 통진당을 해산할 때, 이른바 진보 세력조차 자신들은 '종북'이 아니라며 오히려 고소해 했다. 전교조를 법외노조라고 내칠 때, 자신들은 불법이 아니라며 모른 체했다. 민주노총을 폭력 데모한다고 가둘 때, 자신들은 폭력을 옹호하지 않는다며 가만있었다.

참고로 히틀러 시대에 그랬다. 그는 반대 세력을 한꺼번에 제거하지 않았다. 맨 먼저 유대인들을 쳤다. 유대인 아닌 사람들은 지켜보기만 했다. 다음에 사회주의자들을 잡아들였다. 사회주의자 아닌 사람들은 고개를 돌렸다. 그 뒤 가톨릭 교도들을 탄압했다. 가톨릭교가 아닌 사람들은 눈을 감았다. 이렇게 반대 세력은 속절없이 쪼개지고 무너지면서 히틀러의 집권과 통치에 끌려갔던 것이다.

야성이 강한 통진당, 전교조, 민주노총이 정권에 의해 차례대로 해체되거나 무력해진 뒤 말랑말랑한 야당은 스스로 쪼개졌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의 슬픔과 충격은 옛일이 되었다. 교과서 국정화 반대는 물 건너갔다. 위안부 졸속협상에 대한 분노는 잠잠해졌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저항은 누그러졌다.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테러 분위기와 전쟁 위기만 남게 되었다. 공안정국에서 보수는 안보를 내세우며 똘똘 뭉치게 되고 진보는 ‘종북몰이’에 움츠러들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정권의 나팔수 노릇만 한다.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나라가 어찌 될지 앞이 컴컴할 뿐이다.

이런 터에 무력하고 분열된 야당은 정권의 폭주를 막지 못하고 알량한 자리싸움에만 빠져들고 있다. 게다가 다투는 모습이 추하다. 대선에 차례로 나섰던 사람들끼리 막말을 주고받는 게 볼썽사납다. 당 대표들이 서로 과거 행적을 놓고 비방하는 것은 민망하다. 그러면서 통합을 제안하기도 하고 비수를 날리기도 한다.

김종인 더민주당 대표의 통합 제안은 진정성도 없어 보이고 설득력도 부족하다. 상대에 대한 배려도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반대는 독단적이고 무모하다. 유권자들에 대한 배려도 없다. 자신과 국민의당이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고 결기를 부리지만 그건 큰 잘못이다. 연대마저 거부하면 자신과 국민의당만 죽는 게 아니다. 더민주당도 함께 죽고, 정권심판이 죽으며, 인권이 죽고, 민주주의가 죽으며, 평화가 죽게 된다.

그러기에 야당의 아름다운 이별을 제안한다. 갈라서더라도 정권의 폭주와 여당의 영구집권을 막기 위해 머지않아 다시 만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원수처럼 헤어지지는 말라는 부탁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실정과 횡포에 좌절하고 분노하며 정권심판이나 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을 배려해달라는 뜻이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시체장사' 한다며 비난하는 비인간적 부류를 심판해야 하지 않겠는가. 위안부들을 '매춘'으로 매도하며 가슴을 다시 찢는 비인도적 집단을 심판해야 하지 않겠는가.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친일을 미화하려는 비상식적 계파를 심판해야 하지 않겠는가. 재벌을 편들며 서민을 죽이는 비합리적 파벌을 심판해야 하지 않겠는가. 언론을 장악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비민주적 정당을 심판해야 하지 않겠는가. 남북 갈등을 증폭시키며 '전쟁불사'를 외치는 비평화적 세력을 심판해야 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야당의 분열을 통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만큼은 꼭 막아야 한다. 찢어진 야당 사이에 이념의 차이는 보이지 않지만 굳이 합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가능할 것 같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을 듯하다. 비인간적이고 비인도적이며,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비민주적이고 비평화적인 새누리당을 심판하기 위해 후보 단일화만 하면 되지 않겠는가. 어느 한쪽이 손해 볼 것도 없고 희생할 것도 없다.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가 물러나면 되는 것이다.

이에 중재자가 필요하다. 야권의 존경을 받는 원로들이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갈등과 분쟁의 당사자들만 마주치면 싸우기 쉽고 감정의 골이 더 커지기 쉽기 때문이다. 두 야당이 가능한 지역구에 최선의 후보를 내세워 경쟁하도록 하되, 양쪽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고 득표력이 떨어지는 후보가 투표 전에 사퇴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최소한 수도권에서만이라도. 그렇지 않으면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폭주가 지속되고, 2017년 대선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야당들에 간곡하게 호소한다. 아름다운 이별과 정의로운 연대를. 사회원로들에 간절하게 바란다. 적극적 개입과 구국의 중재를. 인간적이고 인도적이며,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며,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사회와 나라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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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

이재봉 교수는 1983년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94년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1996년부터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2018년 현재 '남이랑북이랑' 공동대표, '통일경제포럼' 공동대표, '함석헌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 <두 눈으로 보는 북한>, <이재봉의 법정증언>, <문학과 예술 속의 반미>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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