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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시 공모전 최우수작, '니가 가라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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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시 공모전 최우수작, '니가 가라 하와이'

입선작도 '세로 반전'하니 이승만 비판.. 자유경제원 "입상 취소"

뉴라이트 성향의 단체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판한 작품들이 수상작에 선정됐다가 취소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른바 '세로 반전'(가로쓰기 글의 문장들의 첫 글자를 세로로 읽었을 때 원문과 관계없는 단어 혹은 문장이 나타나게 하는 일종의 암호문)으로 이 전 대통령을 비꼰 것.

4일 자유경제원은 '제1회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에 대회 취지에 반한 글을 악의적으로 응모한 일부 수상작에 대해 입상을 취소하고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력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수상작은 두 편으로, 최우수작 'To the promised land'와 입선작 '우남찬가'다. 현재 두 작품은 4일 자유경제원이 공개한 수상집 목록에서 삭제된 상태다.

ⓒ자유경제원

최우수작 'To the promised land'에는 "Now you rest your burden/International leader, Seung Man Rhee/Greatness, you strived for/A democratic state was your legacy(이제야 당신은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군요/국제적인 지도자 이승만/당신이 정열을 쏟았던 그 위대함/민주주의 국가는 당신의 유산입니다)"이라는 구절이 있다.

언뜻 보면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앙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시의 각 문장 첫 글자만 따서 세로로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NIGAGARA HAWAII(니가 가라 하와이)"가 된다. '세로 반전'을 염두에 두고 보면, 이승만 전 대통령이 4.19 혁명 이후 미국 하와이 망명을 한 것을 비판하는 것으로 보인다.

입선작 '우남찬가' 역시 이 전 대통령을 '우리의 국부'로 칭하고 "국가의 아버지로서 국민을 보듬고 민족의 지도자 역할을 하셨으며" 등 이 전 대통령을 칭송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 행 첫 글자만 따서 세로로 읽으면, 전혀 다른 내용이 된다. '한반도분열 친일인사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폭파 국민버린도망자 망명정부건국 보도연맹학살'이 된다.

이번 공모전 심사위원장은 보수 논객이자 최근 '소설 이승만'을 연재 중인 복거일 작가다. 그는 이번 공모전 수상작들에 대해 "이승만 대통령이 위대한 인물이었고 그의 긴 삶이 극적이었으며 그의 업적과 인품이 오랫동안 부당한 평가를 받아 왔다는 사실이 겹쳐서,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은 그에 대해서 얘기할 때 어쩔 수 없이 감정이 격하게 된다"며 "그렇게 끓어오르는 감정을 절제해서 문학 작품으로 다듬어내기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자연히, 추모의 감정을 비교적 잘 절제한 작품들이 시의 특질을 잘 지닌 작품들이 되었다"고 평했다.

자유경제원은 "해당 사안이 교묘한 사술을 통해 행사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이로써 주최 측 및 다른 응모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며 "이는 단순히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인식 차이와 다른 사안으로, 저들이 이승만 대통령을 부정하는 집요함이 금도와 상식을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예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세로 반전'이 숨은 두 작품의 전문이다.

'To the Promised Land'

Now you rest your burden
International Leader, Seung Man Rhee
Greatness, you strived for;
A democratic state was your legacy
Grounded in your thoughts.
And yet, your name was tainted
Right voice was censored
Against all reason
However, your name lives on
And your people are flourish
With and under ideals you founded
And so dearly defended
Indebted, we are,
In peace, you are.


입선작 '우남찬가'

한송이 푸른 꽃이 기지개를 펴고
반대편 윗동네로 꽃가루를 날리네
도중에 부는 바람은 남쪽에서 왔건만
분란하게 회오리쳐 하늘길을 어지럽혀
열사의 유산, 겨레의 의지를 모욕하는구나

친족의 안녕은 작은 즐거움이요
일국의 영화는 큰 즐거움이니
인간된 도리가 무엇이겠느냐
사사로운 꾀로는 내 배를 불리지만
고매한 지략은 국민을 배불린다.
용문에 오른 그분은 가슴에 오로지
민족번영만을 품고 계셨으리라
족함을 모르는 그의 열정은
반대편 윗동네도 모르는 바 아니리
역사가 가슴치며 통곡을 하는구나
자유는 공짜로 얻을 수 없다고

한줌 용기의 불꽃을 흩뿌려
강산 사방의 애국심을 타오르게 했던
다부진 음성과 부드러운 눈빛의 지도자
리승만 대통령 우리의 국부여
폭력배 공산당의 붉은 마수를
파란 기백으로 막아낸 당신

국가의 아버지로서 국민을 보듬고
민족의 지도자 역할을 하셨으며
버려진 이땅의 마지막 희망으로
린민군의 압제에 당당히 맞서니
도리어 두만강까지 밀고 들어가
망국의 판세를 뒤엎고 솟아올라
자유민주주의의 기틀을 잡으셨다.

망국과 침탈의 원통함이여
명운이 어지러워 한치앞을 모르던
정세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고
부군 황제의 묘앞에서 맹세하길
건실하고 찬란한 한민족의 나라
국민이 자부심을 갖는 민주국가를 세우리라.

보아라, 새싹들아. 그의 발자취를
도와라, 청년들아. 그 가치의 보존을
연습하라, 장년들아. 그 걸림없던 추진을
맹위롭게 솟구친 대한민국의 역사는
학자이자 독립열사였던 이승만 선생의 역사이니
살아라, 그대여. 이 자랑스런 나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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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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