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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은 심판 않는다…선택을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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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은 심판 않는다…선택을 할 뿐!

[4.13총선 격전지 10] ⑨ 광주…2004년과 2006년 중 어느 쪽?

<프레시안>은 4.13 총선에서 치열한 전투가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 및 영호남 지역 10곳을 선정, 선거가 끝날 때까지 해당 지역의 이슈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른바 '스윙 보터' 지역이다. 지난 총선 결과 등을 토대로 수도권에는 서울 은평, 마포, 종로, 용산, 노원, 경기 수원.용인 등 6개 권역을 '스윙 보터' 지역으로 선정했다. 수도권 지역의 상당수가 '스윙 보터' 지역으로 볼 수 있지만, 이번 선거의 상징성, 출마자의 면면 등을 참고해, 6곳을 '샘플'로 정했다. 이 지역의 인물, 구도, 이슈를 따라가다 보면 수도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특별히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대구 동구, 대구 수성을, 창원 등 영남권 3개 권역과 호남권의 광주 등 총 4곳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 지역들은 수도권 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이다. <프레시안>은 10곳과 관련된 상세한 리포트를 10회에 걸쳐 순차적으로 내보낼 계획이다. 편집자

호남은 누구도 심판하지 않는다다만 선택을 할 뿐

광주가 뜨겁다. 이 지역 여당을 자처하는 더불어민주당에 이 지역 야당을 자처한 국민의당이 도전장을 냈다.

총 8개 선거구 중 7곳은 더민주 현역 의원이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광주 동구의 박주선 의원이 무소속 당선됐다가 복당했다. 야권연대로 광주 서구을은 통합진보당 오병윤 전 의원이 당선됐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오 전 의원이 직을 일으며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천정배 의원이 '낡은 정치 심판', '호남 정치 복원'을 내걸고 무소속으로 당선되면서 광주에서 '호남 정치 논쟁'은 본격화됐다.

더민주에 대한 광주 유권자들의 불신감이 팽배해지면서 광주 현역 의원들은 문재인 전 대표를 끊임없이 흔들었다. 결국 안철수 의원 탈당을 기점으로 줄탈당이 이뤄졌고, 그들은 안 의원과 함께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여기에 박주선,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던 신당이 결합하면서 지금의 국민의당이 태어났다.

광주 의석 분포는 현재 국민의당 6석, 더민주 2석이다. 더민주 현역 의원 두 명은 '컷오프'(광주 북갑 강기정) 되거나 경선 탈락(광주 서갑 박혜자)으로 20대 총선에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더민주에서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변경한 현역 6명 중 '컷오프' 대상 1명(광주 북을 임내현)을 제외하고 5명은 옷 색깔만 연두색으로 바꾼 채 사실상 재공천을 받았다. 광주에서 더민주를 심판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얼마 전까지 더민주 소속 의원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쯤 되면 '기성 정치 심판'이라는 구호는 의미가 없다. 그들이 파란 옷을 입든, 연두색 옷을 입든 문제가 될 수 없다. 현역 의원이 당만 바꿔 그대로 출마한 것을 두고 심판의 명분을 찾는다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기'나 마찬가지다. 현역이냐 비현역이냐, 물갈이냐 아니냐 논쟁도 큰 의미가 없다. 결국 광주 선거는 안철수냐, 아니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광주를 찾은 더민주 지도부 ⓒ더불어민주당

2004년의 광주일까, 2006년의 광주일까?

국민의당은 5명의 현역 의원이 출마했다. 광주 광산갑에서는 4선에 도전하는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나섰고, 의사 출신인 더민주 이용빈 후보가 도전장을 냈다. 광산을 지역은 2014년 재보선 전략공천으로 국회에 입성했던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 그리고 이 지역에서 17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더민주 이용섭 후보가 대결을 펼친다.

서을 지역에서는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이 6선에 도전한다. 여기에 삼성전자 '고졸 신화'로 유명한 더민주 양향자 후보가 출마했다. 동남갑 지역에서는 국민의당 최고위원 겸 정책위의장인 장병완 의원에 맞서 김대중 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더민주 최진 후보가 도전장을 냈다. 동남을 지역에서는 호남 신당인 '통합신당'을 추진하다가 국민의당에 합류한 박주선 의원이, 더민주에서는 아시아문화도시추진단장 출신인 이병훈 후보가 나섰다.

나머지 세 곳은 신인들의 대결이다. 더민주 박혜자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한 서갑 지역에서는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인 더민주 송갑석 후보와 광주지법 판사 출신 국민의당 송기석 후보가 맞붙는다. 더민주 강기정 의원 지역구였던 북갑에서는 변호사 끼리의 대결이다. 더민주 정준호, 국민의당 김경진 후보가 맞붙는다. 국민의당 임내현 의원의 지역구였던 북을 지역에서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 광주시 경제부시장을 지낸 더민주 이형석 후보와, 'DJ의 영원한 비서'로 잘 알려진 국민의당 최경환 후보가 대결을 펼친다.

현재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양당의 세가 비등비등한 상황이라 그렇다. 대신 과거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호남 세력이 분열된 채 치러진 선거는 2004년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2006년 지방선거가 있다. 2004년에는 탄핵 정국으로 열린우리당이 광주 7석을 모두 차지했다. 2003년 대북 송금 특검 논란을 탄핵 역풍이 막아준 셈이었다. 전남 지역에서 새천년민주당과 무소속 후보가 13석 중에서 6석(새천년민주당 5석 + 무소속 1석)을 차지했던 데 비춰봐도, 당시 광주는 확실히 열린우리당 편을 들어줬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계속된 실정으로 2006년 지방선거에서 패했다. 광주 5개 구청장 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당선자는 0명이었다. 민주당이 4개를 무소속 후보가 1개를 가져갔다. 충격적인 패배였다.

지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상황이 오버랩된다. 광주 민심은 '반 친노' 정서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위해 더민주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더민주를 버리고 국민의당을 선택할 것인가.

▲ 국민의당 광주광역시당 창당대회 ⓒ국민의당

광주를 차지하는 당의 인물이 대권 후보 티켓을 쥔다

광주에서 지역 특성 분석이나, 계급 성향 분석은 큰 의미가 없다. 큰 틀에서 첫째, 중앙 정치에 연동돼 가는 부분이 있고, 둘째, 이른바 '호남 정서'에 기인하는 변수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던 '호남 정치 논쟁'은 이 두 가지 변수를 버무려 놓은 것이다.

광주 지역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인사는 "광주 유권자들이 힘센 야당을 선택하는 경향은 대체로 맞다. 항상 야당(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포함)의 변화를 견인해 오기도 했다. 야당의 실패를 대하는 태도는 어느 곳보다도 단호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놓고도, 열린우리당의 실정을 어느 곳보다 비판했던 지역이 광주였다"며 "열린우리당의 실정에 대한 분노는 때로 '영남 대통령'에 대한 지역 감정으로 포장되기도 하지만(문재인의 '영남 정권' 발언), 그것은 광주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본질은 다르다. 광주 유권자들은 열린우리당의 실정으로 2007년 대선에서 패배할 것을 어느 지역보다 먼저 직감하고 있었고, 그 직감대로 행동했다. 그리고 그 직감은 결과적으로 맞아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설명을 토대로 하면 '호남 정서'란 결국 권력 지향 의지를 말한다. 때문에 광주는 야권 차기 주자에 대한 중간 평가가 된다. 광주가 더불어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면, 더민주의 대권 주자가 야권의 헤게모니 다툼에서 탄력을 받게 될 것이고, 국민의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면 국민의당의 대권 주자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야당이 서로 '호남 민심의 대변자'라 주장하는 애매한 상황도 끝장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양 당이 광주에서 절반씩 나눠갖게 된다면, 정치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없게 된다. 광주 유권자의 '기권'이 된다. 호남 민심 논쟁은 2017년 대선때까지 지리멸렬 이어질 것이고, 그동안 정치권의 '유령 잡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야권은 대선을 앞두고 힘을 합치게 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로도 누적은 '독'이 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광주 표가 쏠리는 정당, 그 정당을 대표하게 될 인물이 야권의 대선 도전 자격을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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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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