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 쿠바 방문, 자연스러워지길"

'가깝고도 먼 나라' 쿠바 땅 밟은 오바마, "3시간만에 왔다"

쿠바를 88년 만에 국빈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이번 방문은 쿠바 국민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메리아 아바나 호텔에서 주 쿠바 미국 대사관 직원과 그 가족들을 상대로 행한 연설에서 "미 대사관을 개설한 것은 우리의 가치, 이익과 쿠바인들의 관심사에 대한 이해를 효과적으로 증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문은 쿠바와의 새로운 관계 형성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바마는 애초 대사관을 방문, 직원들을 상대로 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천으로 장소가 메리아 아바나 호텔로 변경됐다.

▲ 20일 쿠바 수도인 아바나에 위치한 메리아 아바나 호텔에서 대사관 직원들과 가족들을 상대로 연설 마친 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이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함께 청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이 지니는 역사적인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1928년 1월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미주회의 6차 연례 회의에 참석한 캘빈 쿨리지 대통령 이후 88년 만이자 역대 2번째다.

그는 "당시 쿨리지 대통령이 전함을 타고 사흘 만에 쿠바에 도착했지만 이번에는 3시간밖에 안 걸렸다"고 비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사관을 재개설하기 전 쿠바에 있는 미국 외교공관에서 경비원, 운전사, 일꾼으로 수십 년간 일해온 3명의 쿠바인을 가리켜 "그들은 미국과 쿠바 국민을 하나로 묶었다"고 추켜세웠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아바나에 대사관을 다시 개설하기 전에 비자 업무를 담당하는 이익대표부를 운영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을 만나기 위해 자녀들을 데리고 온 쿠바 직원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부터 2박 3일간 국빈방문 기간에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의 정상회담, 대중 연설, 미국 메이저리그 팀과 쿠바 국가대표팀 간의 야구 시범경기 참관, 반정부 인사들과의 만남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