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후 '가깝고도 먼 나라' 쿠바 땅을 밟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인인 미셸 여사와 두 딸인 말리아와 사샤, 장모인 마리안 로빈슨과 함께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의 호세마르티 국제공항에 전용기 편으로 도착했다.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1928년 1월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미주회의 6차 연례 회의에 참석한 캘빈 쿨리지 대통령 이후 88년 만이자 역대 2번째다.
이번 방문은 미주 대륙에 남아있던 마지막 냉전 구도를 깨기 위한 역사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박 3일간 쿠바를 국빈 방문하면서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의 정상회담, 대중 연설, 미국 메이저리그 팀과 쿠바 국가대표팀 간의 야구 시범경기, 반정부 인사들과의 만남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다.
21일에는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정상회담을 열고 아바나 대통령궁에서 카스트로 의장이 주최하는 국빈 만찬에 참석한다.
앞서 카스트로 의장은 지난 15일 오바마 대통령이 53년간 지속된 대 쿠바 금수조치를 해제할 것을 거듭 촉구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스트로 의장의 형이자 쿠바 혁명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와는 만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22일에는 아바나의 알리시아 알론소 대극장에서 국영TV로 생중계되는 대중연설을 한다.
그는 이 연설에서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기회가 더욱 풍부한 쿠바의 비전을 제시하고 쿠바인이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인 탬파베이 레이스와 쿠바 야구 국가대표팀 간 시범경기도 관람한다.
쿠바 정부는 시범경기 초대권을 허가받은 학생·직장·체육 단체 등에만 배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쿠바 방문에서 대(對) 쿠바 금수조치 해제문제를 비롯해 양국관계 정상화 추진 상황과 관계 진전의 걸림돌이 되는 현안들을 점검하고 진전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 카스트로 정권이 민감하게 여기는 정치범 문제를 비롯한 인권문제도 정식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시민사회 지도자들과 반체제 인사들, 인권운동가들과도 직접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쿠바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반정부 인사들을 무더기 체포하고 감시를 강화하는 등 사전정지 작업을 벌였다.
미국과 쿠바는 2014년 12월 53년간 단절됐던 국교의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아바나 주재 미국대사관 재개설(2015년 8월)로 공식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정기 항공노선 취항 재개(2016년 2월) 등 실질적 관계 정상화 수순을 밟아 왔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조치로 평가되는 대(對) 쿠바 금수조치 해제는 쿠바와의 국교정상화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가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고 있어 아직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에 이어 23일부터 이틀간 아르헨티나를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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